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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목표는 기부금입학제가 아니라 대학운영 자율화
이경원 대진대 국제학부 교수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주최한 대학총장세미나에서 채택한 대정부 건의문이 관심을 끌고 있다. 그 건의문에는 신입생선발을 위한 논술고사 형태를 대학에 일임해 달라는 요청과 함께 제한적인 기여입학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등의 건의가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기여입학제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실 말이 기여입학이지 쉽게 말하면 기부금만 내면 그 들어가기 어렵다는 대학에 입학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가뜩이나 평등사상이 팽배해 있는 우리사회에 기부금으로 대학입학허가를 얻어 낼 수 있도록 하는 이 제도는 사회적으로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사실 우리의 강한 교육열이 그 동안 국가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은 자타가 다 공인하는 바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교육의 질이 높아져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쳐대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교육 그 중에서도 대학교육의 질적 개선의 필요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 질적 개선을 위해 학교재정의 확충은 필요조건의 하나이다.

그렇다고 하여 재정확충을 위해 대학교육을 받기에 부적합한 사람이라도 기부금을 내면 합격을 시켜주겠다는 것은 현재의 교육여건에서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대학에 입학하면 대부분 졸업장을 받는 상황에서 입학허가는 곧 졸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기부금으로 졸업장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입학을 허가받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또 우리 사회에서 대학졸업장이 갖는 의미는 여전히 크다. 물론 정원 외로 기여입학을 허용해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든가, 일정학력수준을 요구하는 등의 제한을 주겠다는 등의 보완조치가 제시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결국 미봉책이 될 뿐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못된다.

이때 우리는 한번 기본적인 질문을 우리자신에게 던져볼 필요가 있다. "누가 가장 대학교육의 질적 개선을 원하고 있는가?" 라고. 그것은 교육 행정공무원인가, 대학교육당국자인가, 학부모들인가, 학생들인가, 또는 미래의 고용주들인가? 모두들 대학교육의 질적 개선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가장 교육의 질적 개선을 원하는 것은 다름 아닌 학생자신과 학부모들이다. 이들은 경쟁적으로 좋은 교육을 받거나, 시키고 싶어 한다. 이들의 이러한 욕망이 존재하는 한 신입생 선발을 포함한 대학운영의 자율화는 자연스럽게 대학교육의 질적 개선을 가져오게 돼있다.

우리는 어쩌면 관주도적 사고의 늪에 빠져 있어 이 아름다운 자율화를 못 하고 있다. 사실 학생을 몇 명 어떤 기준으로 뽑건 그것은 대학운영자가 결정할 일이다. 그 논리는 이렇다. 예를 들자면 극단적인 예로 K대학이 키 큰 순서로 신입생을 선발했다 치자. 그렇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우수한 학생이 K대학에 안 가려하고 결국 그 대학의 교육의 질은 나빠지고 부실해 진다. 어느 누가 키가 크기만 하면 갈 수 있는 K대학에 가려 하겠는가. 기부금 입학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어느 누가 기부금 만내면 가는 대학을 가려 하겠는가?

대학신입생의 숫자와 선발기준을 학교에 일임해 자율화 하는 것이 대학교육개선의 길이다. 대학은 그 대학 교육의 목표와 능력에 맞게 일정한 숫자의 신입생을 그 자신 특수한 기법으로 선발할 것이다. 앞에서 말한 좋은 대학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욕망을 믿고 과감하게 자율화해야 한다. 어느 시장에서나 마찬가지로 수요자 고객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공급자는 성공하게 돼있다.

공급자는 성공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어야 하고 그런 과정에서 다른 재화나 용역처럼 교육의 질도 좋아질 수밖에 없다. 자율화의 틀 속에서 거액의 기부금을 낸 사람의 자녀를 입학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학점을 못 받으면 학점 취득이 쉬운 즉 공부하기 쉬운 다른 학교로 편입하거나 대학교육을 포기할 수도 있다.

논리의 전개를 위해 좋은 대학의 예로 즐겨 인용되는 미국의 하버드대 얘기를 해야겠다. 국제적으로 정평이 나있는 대학평가 자료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최우수대학 100개 가운데 미국의 대학이 제일 많이 포함돼 있다. 하버드대는 그 시설과 교수진을 고려해 학부 학생은 한 학년에 1,500명 정도를 잘 교육 시킬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입생 선발 시에 약 2,000명에게 입학허가를 내 준다. 왜냐하면 그중 500명 정도는 하버드대에 안 가고 다른 학교로 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수능검사에 해당되는 SAT점수 기준으로 1,600점 만점에 1,000점 정도의 학생도 입학허가를 받는다. 선발책임자는 그런 학생에게서 뭔가 특징을 보고 선발한다. 왕이 될 어느 나라의 왕자라든가, 국제무대의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자든가, 부모가 대학기금에 대규모의 헌금을 했다든가, 때로는 부모가 하버드대 졸업생인 경우도 입학허가에 유리하다. 하버드대는 뭔가 졸업 후 사회에 큰 공헌을 하며 학교를 빛낼 후보자를 골라 잘 교육시키려 노력한다.

다른 대학도 경쟁적으로 좋은 학생을 선발해 좋은 교육을 시키려 노력하는 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 대학 출신들이 일을 잘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기도 한다. 이런 때문에 몇몇 소위 최상위 대학 출신은 졸업 후에 취업기회가 좋으며 연봉을 더 많이 받는다. 그렇다고 대학 차별한다는 불만은 없다. 그렇다고 이들 대학졸업장이 평생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생애동안의 성취는 그의 능력과 노력 그리고 운의 소산물이기 때문이다.

기부금입학제도 대학운영 자율화의 하나이다. 대학운영의 자율화는 대학에게 자율권을 주고 책임을 지도록 하여 경쟁을 유도하는 길이다. 모든 뽑는 방식은 대학이 스스로 정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획일적 구조에서 기부금입학제만 부각되는 주장은 자칫 자율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을 불러 올 수 있다. 자율화는 기부금 입학제 이외에도 무수히 많은 좋은 제도를 포함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교육에서도 평등사상에 기초한 규제에서 벗어나 자율화가 있어야겠다. 왜냐하면 교육의 질에 대한 염려는 정부만의 몫이 아니고 학생당사자와 학부모들의 절실한 희망이다. 이를 믿고 과감한 자율화를 시행해야 한다. 설령 단기적으로 혼돈이 있으리라 염려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교육의 질은 좋아지게 돼있다.

※ 이 글은 '자유기업원'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5-07-22 오후 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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