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정답 인정은 지난 94년 수능이 실시된 이래 사상 초유의 일로, 올 수능에서 학원강의 경력이 있는 대학 초빙교수 출제위원 논란과 참고서 유사지문 출제논란에 이어 수능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특히 원래 정답인 3번을 맞힌 수험생들이 복수정답 인정 결정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오답시비가 일고 있는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정답 수정 요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돼 수능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승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과 배두본 수능 출제위원장은 24일 오후 기자브리핑에서 “언어영역 17번 문항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 관련 학회의 의견 조회와 수능 자문위원회의 자문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출제위원장단에서 3번 이외에 5번도 정답으로 인정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평가원에 따르면 언어영역 17번 문제에서 3번을 맞힌 수험생은 전체 수험생 중 대략 15%이며, 5번 문항은 70%가 응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위 60% 학생들의 경우 3번 문항은 12%, 5번 문항은 82% 정도가 응답했다고 평가원측은 밝혔다.
이들은 그러나 "그동안 정답에 대한 이의가 제기되었던 사회탐구 67번, 71번(예체능계), 과학탐구 67번 문제를 검토한 결과 정답에 이상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이종승 원장은 “수능의 채점을 차질 없이 진행해 당초 예정한대로 12월2일 수험생에게 성적을 통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또 수능 후 제기된 유사문항 출제 및 지문 중복과 관련해 "기출문제와 유사 문항, 지문 중복을 피하기 위해 출제와 검토과정에 최선을 다했으나 해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참고서, 문제집, 모의고사 등에서 다룬 문항과 지문을 모두 피해 출제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교육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내용을 시중 문제집에 나왔다고 해서 모두 출제에서 제외하면 점점 사소하고 지엽적 문제를 낼 수 밖에 없고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문항의 소재와 지문이 같거나 유사해도 발상과 관점, 문항유형을 새롭게 해 출제한다는 방침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능 출제 오류와 관련, 이 원장은 “이번 사태를 원만하게 수습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사태 수습후 책임있는 행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언어영역 17번 문제는 백석 시인의 시 '고향'과 그리스 신화 '미노토르의 미궁'을 제시한 뒤 '고향'에 등장하는 '의원'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을 '미노토르의 미궁'에서 찾는 문제로 평가원은 3번 '미궁의 문'을 답으로 제시했으나 일부에서는 5번 '실'이라며 문제를 제기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