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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대학과목 선이수제'가 성공하려면
강무섭 강남대 평생교육원장 / 본지 논설위원
'입시' 연계 부작용 막아야
정착되면 기대치이상 효과
대학과 관련된 교육개혁이나 새로운 제도의 도입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아 걱정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정부주도로 설익은 개혁안이나 제도가 발표되어서 그렇기도 하고 때로는 그것들을 수용하는 대학이 잘못 받아들여서 그렇기도 하다. 그러나 2007학년도부터 시행하겠다고 교육인적자원부가 10월 6일 발표한 ‘대학과목 선 이수(Advanced Placement)’ 제도는 예외였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이 제도는 고등학생이 대학입학 전에 대학 교육과정 수준의 과목을 미리 이수하고 이것을 일정한 절차에 따라 대학 학점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과목 이수와 학점을 인정하는 방식은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AP제도는 공인기구에 의한 시험결과를 대학에서 학점인정 등으로 반영하고 있다. 미국의 AP시험 인증결과는 세계 30여 국가에서 활용하고 있는데 숫자는 많지 않지만 국내대학에서도 적용한 사례가 있다.

대학 입학전형에서 수시모집(2006학년도 48%)이 크게 확대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AP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이미 유사한 형태의 연계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특정분야에서 AP과정을 개설·운영하고, 이 과정을 이수한 학생이 입학하면 그 결과를 학점으로 인정하고 있다. 또 고교와 대학의 협약으로 고등학교 정규과정 또는 비정규과정으로 전문심화과목을 개설하고, 평가결과에 따라 협약대학에서 과목 이수를 학점으로 인정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학생은 대학에서의 학습기간이 단축되고 학습비가 절감되며, 고등학교는 시험에 얽매인 획일적인 교육과정 운영에서 탈피하여 풍부한 사고력과 창의력을 개발할 수 있는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대학은 적성과 능력에 부합하는 우수학생을 유치함으로써 해당분야 학문 발전을, 그리고 국가는 영역별 우수인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제도를 우리나라 교육현실에 맞도록 잘만 정착시키면 교육부가 기대하는 것 이외에도 그 동안 문제가 제기되었던 고교와 대학 교육과정의 중복을 피할 수 있고, 우수학생들은 연속적으로 상위단계를 학습함으로써 자신의 능력과 적성 등에 부합하는 대학과 전공 등의 진로선택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AP제도가 기대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 꼭 짚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우선 교육부가 AP제도를 대학입학 전형과 연계시키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고, 이 제도 운영 자체를 고교와 대학이 연계하여 자율적으로 추진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지만, 점차 학생입학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것이 잘 지켜질지가 우려된다. 학생은 대학 진학을 위한 방편으로, 그리고 대학은 학생 유치를 위한 방편으로 전락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대학의 자율에 맡긴다는 원칙에는 전적으로 동감하면서도 대학이 자체적으로 선 이수 과목을 정하여 개설·운영하고 시험 등을 통하여 학점을 인정할 경우 이 번거로운 제도를 대학들이 얼마나 채택하여 시행할 것인가에 의문이 제기된다. 따라서 많은 대학이 이 제도에 참여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선 이수 과목을 정하여 미국과 같이 시험을 통하여 학점을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제도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대학에서의 영재교육 또는 조기졸업으로 연결되어야 할 텐데 우리나라의 경우 학생 등록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사학이 많다는 것이 문제이다. AP제도를 통하여 인정받은 학점으로 조기졸업까지 가능하도록 할 경우 사립대학의 경우 재정 결손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조기졸업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제도의 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다. AP제도를 통하여 학점을 인정받는 학생이 많지 않을 경우 이것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래도 제도를 활성화하고 많은 대학이 제도 운영에 참여하도록 한다면 이 부분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이미 제도 도입에 앞서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 젓겠지만 대학교육 수요자인 학생의 입장에서는 물론 대학 그리고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제도인 만큼 제도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철저히 검토하여 조기에 제도가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5-10-17 오전 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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