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2004년만 해도 사교육비가 8조원이 들었다"면서 "학생들은 입시지옥에 시달리고 있고 서민들은 과중한 사교육비로 허리를 펼 수 없다"고 심각성을 직시하고 있다.
적어도 사교육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경제가 아무리 발전해 서민들의 소득이 높아져도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 때문인지 원인과 처방도 아울러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대학입시 하나로 인생의 성패가 결정되는 사회에서는 모든 것을 걸고 경쟁할 수밖에 없다"며 과열경쟁과 왜곡된 경쟁구조를 원인으로 꼽았다.
이런 문제는 대학교육을 농생명, 정보기술(IT) 등 학문분야별 또는 기능 및 사업 성격별로 특성화하고 입시방법을 다양화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
중등교육 현장에서는 '방과후 학교' 등을 통해 공교육을 정상화하면 사교육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이날 연설 내용 중 교육부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정형편 때문에 교육기회를 잃고 빈곤이 대물림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교육의 양극화를 '반드시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현의 다름이 아니다.
근래들어 소득 및 지역 간 교육격차가 빠르게 고착화ㆍ대물림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제동을 걸지 않으면 훗날 '백약이 무효'가 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마저 느껴지는 대목이다.
과거에는 교육이 신분상승의 중요한 매개로서 양극화를 어느정도 해소하는 기제였지만 점차 고용 및 소득의 양극화에서 파생하는 교육격차가 심해져 교육의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2004년을 기준으로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의 교육비 지출비중은 전체 소비 지출 중에서 7.2%인 반면 소득이 가장 높은 10분위의 교육비 지출비중은 11.5%로 1분위에 비해 1.6배 높다.
이를 지출비 기준으로 보면 소득 1분위의 월평균 교육비 지출액은 6만7천원인 반면 10분위의 교육비 지출액은 42만6천원으로 금액기준으로는 6.4배 차이가 난다.
2005년 2ㆍ4분기 사교육비 지출에 있어 최상위 계층과 취하위 계층 간 8배 차이가 난다는 통계청의 발표를 감안하면 교육비 지출에서도 소득계층 간 차이가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버지의 학력, 부모의 소득, 직업'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고려대 김경근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아버지의 학력이 중졸 이하인 학생들과 대학원 이상인 학생들 사이에는 평균 50점 가까운 점수 차이가 발생하며, 가정의 가계소득과 수능 점수 또한 정비례 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규모 단위로 교육격차를 비교한 조사에서도 도시와 농촌 간에는 교육의 투입과 산출 모든 면에서 상당한 격차가 확인됐다.
우리사회에서 교육격차의 더 심각한 양상은 공교육에 사교육이 결합하면서 빚어지는 격차의 심화를 꼽을 수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중학교 졸업 이하의 학부모들이 고교생 자녀를 위해 지출하는 월 평균 과외비가 3만원 정도인데 비해 대학원 박사과정 이상의 학력을 가진 부모는 월평균 60만원의 과외비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교육격차 실태를 해소하기 위해 교육당국은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에 대한 최소한의 교육기회를 보장하는 '교육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보고 '양극화 해소를 위한 교육분야 종합대책'을 추진 중이다.
교육부는 우선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과 평생학습도시 조성 사업 확대 등에 적극 나서고 지역ㆍ소득계층 간 교육격차 해소대책, 중도탈락자, 장기입원 환자 등 다양한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 확대, 저학력 성인학습 지원대책 등을 마련하고 있다.
교육개발원 강영혜 평준화정책연구실장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교육부문 대책과 관련, '학교교육 기능의 활성화와 공적으로 제공되는 교육서비스 영역의 확대'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학습부진아에 대한 조기개입 및 책임지도가 강화돼야 하고, 결손 가정의 자녀에 대한 공적보호와 양육지원, 가정의 사회문화적 결핍을 보완해줄 공공적 장치와 기능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소외계층과 소외지역의 방과후 프로그램의 내실화, 대학생 등 자원봉사 조직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안 등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 실장은 제시했다.
한편 윤종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사교육비 부담을 없애기 위해서는 일단 고교 평준화 정책은 보완돼야 한다"며 "현행 제도아래에서는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이 없는데다 눈높이 맞춤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만큼 앞으로 (정부가) 정책적인 배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자립형 사립고교나 특수목적고를 늘려서 학생이 원하는 학교에 진학을 할 수 있어야 사교육비도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만중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현재 정부가 공교육 정상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세부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교육을 유발시키고 있다"며 "(정부가)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는 지역별로 대학을 육성하는 한편 실질적인 내신제 강화 위주 등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