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황 교수팀의 한 연구원이 "황 교수의 지시에 따라 줄기세포 사진 2장을 11 장으로 만들었음"을 암시하는 '녹취록' 등이 공개되면서 재검증을 요구하는 여론이 증폭된 것도 이런 결정을 내리는 데 힘을 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 결정 배경 = 서울대 생명과학 분야 소장파 교수 30여명이 8일 정운찬 총장에게 사이언스 게재 논문의 진실성에 대한 의혹의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건의문을 전달했을 때만해도 서울대 본부 측은 신중하게 결정하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서울대는 이날 학장회의를 통해 "학교가 나서기보다는 신중하게 지켜보자"는 학장단의 의견을 확인했다. 이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의 이면에는 사실상 재검증 요구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깔려 있어 사실상 본부 차원에서 재검증 결단을 내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황 교수는 11일 오전 9시께 직접 노정혜 서울대 연구처장에게 전화를 걸어 "논문에 대한 재검증을 12일 중으로 정식 요청하겠다"고 밝혀왔다.
이에 따라 정 총장은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보직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 회의에서 교수들은 "황 교수의 공식 요청이 온 이상 황 교수의 소속기관인 서울대가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대체로 피력했고 결국 재검증을 실시해 의혹을 해소하는 쪽으로 학교 측 입장이 급선회하게 됐다.
통상 논문의 진실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경우 반드시 진상 조사가 진행되는 것이 국제적 관례이고 일차적인 조사는 해당 연구자의 소속기관이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는 그간 학교가 나서서 재검증을 하는 것도 이른바 '황우석 죽이기'에 나서면서 여론을 악화시킬 수 있고 재검증을 안 하자니 의혹을 은폐하는 것 같아 연구기관으로서의 직무를 방기한다는 것으로 비쳐져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 검증 계획,의혹 부분 먼저 조사 = 이날 긴급 간부회의에서 보직교수들은 향후 서울대 구성원들의 연구 논문 결과에 대한 조작.허위. 표절 등에 대해 검증하는 과학진실성위원회(OSI)를 장기적으로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그러나 OSI는 아무리 빨리 설치된다고 해도 최소한 3-4개월 이상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므로 황 교수 연구의 검증을 OSI를 통해 실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서울대는 황 교수로부터 12일 정식 자체조사 요청을 받은 뒤 관련 데이터를 제공받아 학내 생명과학 분야 연구 기관에 의뢰해 재검증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자체 검증을 실시하기로 한 이상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 외부기관에 검증을 의뢰하기보다는 내부에서 자체 해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재검증은 의혹이 제기된 부분에 대해 우선 실시될 것으로 보이므로 줄기세포의 DNA 지문분석 결과와 2개의 줄기세포로 사진을 부풀렸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가 먼저이뤄질 전망이다.
이후에도 의혹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연구 논문의 자체에 대한 심층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DNA 검사결과는 이르면 2∼3일 늦어도 일주일 정도면 결과가 나오며 영국의 복제양 '돌리'의 재검증 선례에 비춰볼 때 심층조사가 이뤄진다고 해도 한달 이내에는 결과가 도출될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외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의혹 확산을 막기 위해 서울대 검증팀이 전력 투구할 경우 이르면 이번 주중에라도 검증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이번 재검증 결정을 촉발시켰던 서울대 소장파 교수들은 서울대 본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환영을 표하고 있다.
건의문에 서명한 한 교수는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OSI 구성이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긴 하지만 향후 연구의 질을 높이고 서울대가 더욱 선진화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