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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하인즈 워드와 인종적 편견
장호순 순천향대 교수 / 본지 전문위원
최근 일주일간 국내언론은 한국계 미식축구 선수인 하인즈 워드와 그의 어머니 김영희 여사에 열광했다. 그들에 관한 기사가 거의 모슨 신문 1면을 차지했고, 일부 뉴스전문채널은 워드선수와 그의 어머니가 만나는 장면을 마치 중계방송하듯 보여주기도 했다. 일부 미국언론은 한국사회와 한국 언론이 워드와 김영희 여사에 대해 보이는 뜨거운 관심을 하인즈 워드 신드롬이라면서 기사화하기도 했다.

한국인들이 미식축구선수 워드에 열광하는 것은 스포츠선수로서의 그의 기량이나 능력과는 사실상 무관하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미식축구는 규칙도 생소하고 재미도 없는 외국 스포츠일 뿐이다. 다만 워드선수에게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점 때문에 주목하고 뿌듯해 하는 것이다.

인종적 편견의 뿌리가 여전히 깊은 미국사회에서 아시아계와 흑인계 혼혈인인 워드가 성공한 것은 대단한 일이다. 어머니의 헌신적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러나 워드가 스포츠를 선택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그나마 미국사회에서 인종차별의 벽이 가장 낮아진 분야가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하인즈 워드가 경제인이나 정치인이나 학자의 길을 선택했다면, 그렇게 미국사회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프로스포츠의 세계에서는 피부색보다 승리가 우선이고, 피부색보다는 능력이 뛰어난 선수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식축구는 사실상 미국 내 스포츠이다. 선수도 많이 필요하고, 규칙도 복잡해서 다른 나라에서는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프로야구와 프로농구는 국내스포츠보다도 더 인기가 있고, 국내언론들도 매우 상세하게 보도하고 있지만, 미식축구는 슈퍼볼 결과 정도만 소개될 뿐이었다. 워드는 슈퍼볼 최우수선수로 선정되기 전에도 미식축구의 올스타라고 할 수 있는 프로보울에 4번이나 선정된 유명한 선수였다. 그러나 미식축구 자체가 국내에는 생소한 스포츠라 워드선수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었다.

지독하게 차별하고 배제해오던 혼혈인들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던 언론들이 미국인 워드를 한국인으로 간주하며 대서특필하는 것은 후안무치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사회가 조성해온 혼혈인에 대한 편견과 멸시에 대한 반성 기사가 한 구석에 양념으로 삽입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사회가 그리고 한국 언론이 사회적 약자인 혼혈인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미지수이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분출된 워드와 김영희 여사에 대한 높은 관심은 대체로 한국사회에 뿌리 깊은 성공제일주의와 혈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워드 선수와 김영희 여사가 만들어낸 인간승리는 대단한 것이고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한국인 어머니이니까 저렇게 아들을 성공시켰다거나, 한국인의 피가 절반이 섞였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식으로 한국인의 뿌리를 강조하는 것은 지금까지 혼혈인을 배제해온 인종차별주의와 다를 바가 없다. 하인즈 워드 모자가 우리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그들이 한국인이어서가 아니라, 경제적 빈곤과 인종적 편견을 극복한 인간승리이기 때문이어야 한다. 인종적 관점이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적 관점에서 그들이 겪은 고난과 쟁취한 성공을 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어느덧 한국사회도 다양한 인종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다원화 사회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을 인간으로서 그리고 국민으로서 동등하게 수용하고 대우하지 못하고 있다. 미식축구선수 하인즈 워드의 성공신화는 한민족의 우월감을 자랑하는 계기가 아니라, 혼혈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불식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베트남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에서 태어나는 이 땅의 농촌 어린이들, 외국인 이주노동자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도시의 아이들, 그들이 과거 미군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기지촌 아이들이 당한 차별과 설움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6-02-13 오후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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