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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에게]모든 첫차는 아름답다
2006,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게
나는 겨울, 그대는 봄이다. 사방에 실안개가 서리어 나무마다 물이 오르는, 그대는 싱그러운 봄이다. 저기 찔레나무를 보아. 땅에서 생명수를 뽑아 올리느라 여념이 없는, 저 빨간 줄기를 보라고. 그대로 인해 나의 날숨과 들숨마저 달라진다.

문득, 모든 것이 멎어 있는 풍경. 하나의 장관을 발견하는 아득함. 그 아득함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느끼는 정지, 휴식. 그대는 아슬아슬한 봄이다.

비를 들고 문 밖까지 나아가 맞는다. 비록 무디고 세심하지 않은 비질일지나 그대 앞에 길을 연다. 자분자분, 한치 머뭇거림 없이 이 길을 밟아 오라.

# 그대, 그 눈부신 정열 앞에 새길을 열지니

시인의 입을 빌려 말한다. ‘모든 첫차는 아름답다’. 질주를 준비하는, 분주한 그 모습부터가 그렇다. 구름 사이 솟아오르기 시작한 오렌지색 태양을 등대 삼아 곧장 빛 속으로 날아오를 듯한 그 태세가 그렇다.

비록 밀랍으로 새 깃털을 이어 붙였을망정 창공을 유유히 비행하는 저 이카루스처럼, 유토피아를 꿈꾸는 자유로운 영혼. 그 눈부신 정열 앞에 나는 삼가 뒷걸음질치며 길을 열지니.

하지만 이 한 가지만은 당부한다. 그러니 귀를 열어달라. 유토피아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나는 지금 당장 그대의 앞길에 찬사의 꽃잎을 흩뿌릴지나 이것만은 명확한 사실이다. 어쩔 수 없는 부동이다. 나의 걸음이 그러했음에 이리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당부하건대, 우선 조력자를 구하라. 시간의 밀쳐냄으로 인해 나는 퇴장한다. 그러나 나의 이름은 계속 남으리. 그대, 봄을 빛나게 하는 이름으로 언제까지 머무르겠다. 나의 이름은 겨울인 동시에 선배이고, 선배인 동시에 교수이고, 교수인 동시에 대학이다. 나의 모습은 캠퍼스 정문이기도 강의실이기도 하다. 다시 대학 본관일 때도 있다.

나는 어느때 학생식당 숟가락이기도 하고 매점의 곰보빵일 때도 있다. 문구점에 진열된 필기구였다가 순간 도서관을 가득 메우고 있는 무수한 숫자의 책이기도 하다. 부디 그대와 함께 하고자 하는 이 마음은 받아달라. 바라건대 나를 조력자로 삼아달라.

# 바람이 크기에, 거는 기대 또한 크다

바람이 전하는 말 가운데 이런 것이 있다.

하루는 제자가 스승에 말했다. “스승님의 이야기는 실로 그럴 듯하지만 너무나 크고 황당하여 현실세계에서는 쓸모가 없습니다.”

그러자 스승이 입을 열었다. “너는 쓸모있음과 쓸모없음을 구분하고 있구나. 옳다. 그럼, 네가 지금 서 있는 이 땅을 예로 들어보자. 땅은 지금 네 발이 딛고 서있는 발바닥 크기만큼의 땅이다.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 땅은 너에게 쓸모가 없다. 그러나 네가 딛고 선 그 작은 부분을 뺀 나머지 쓸모 없는 부분을 없애버린다면, 과연 네가 얼마나 오랫동안 그 작은 땅 위에 서 있을 수 있겠는가? 너에게 정작 필요한 땅, 너를 받쳐주고 있는 땅은 네가 쓸모 없다고 여기는 그 나머지 큰 부분이다.”

그대는 쓸모있음과 쓸모없음이 혼재된 존재다. 그런 까닭에 그대는 언제나 옳은 동시에 언제나 그르다. 감히 말하건대, 그대가 가고자하는 그 걸음걸음에 신중을 기하라. 장자의 가르침이다.

나는 한낱 지나간 시간, 겨울. 그대는 쏟아지는 저 푸른 하늘, 봄이다. 용서하라. 바람이 크기에, 그대에게 거는 욕심 또한 크다.

# 무릇, 모든 생명 앞에 경배하라

지금 이 시각, 내 가슴은 두근반세근반이다. 나는 지금 머나먼 길을 떠난다. 그 여정이 어떤 모습일지는 나도 모른다. 아무르 강가를 헤매는 몽골의 어느 이름 없는 악사이기도 하고, 다시 현실과 유리된 유행가를 탐닉하며 떠도는 허망함 그 자체일 수도 있다.

그러거나말거나 지금 이 시각, 나는 그대로 인해 아름다울 수 있다.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는 때문이다. 얼마나 빨리 하루가 다 하였는지. 그러는 사이, 주름과 주름 그 틈새에, 오보에 둘과 오보에 다카치아 하나가 전면에서, 현악기와 콘티누오가 후면에서 주제선율을 끊어짐 없이 연주하기 시작한다. 묻는 이가 있는, 그 곳에서 답하는 이는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행보는 어디를 향하는가. 나는 답한다. 저 들에 푸르른 ‘잡초’를 보라! 비록 지금은 텔레비전 화면에서나 온전히 마주하는 풍경일지나, 저 생명력 앞에 경배하라.

나는 캠퍼스 이곳 저곳을 기웃거려보고 그대에게 내어줄 자리가 어디인지 새삼 가늠해 본다. 나와 이름이 같은 몇몇 혹은 여럿과 머리를 맞대고 격앙된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나는 그대보다 한 걸음 앞선 시간이다.

# 나를 밑천 삼아 세상을 향해 행군하라

나는 겨울, 그대는 봄. 과거는 언제나 현재와의 대화. 그 모습은 비록 남가지몽(南柯之夢)일지라도 나는 현재 바란다. 느티나무에 기대어 꾸는 한바탕의 꿈일지라도, 나는 오롯이 바라고 또 바란다. 앞서 걸어간 모든 이의 문장을 빌어 당부한다. 괴안국(槐安國)의 또다른 이름이 무엇이든 간에 소망과 희망으로 첩첩이 쌓아올린 저기 저 언덕, 새로운 기운 앞에서 나는 그저 그대가 서 있는 발바닥 크기만큼의 땅. 그대 나를 밑천 삼아 세상을 향해 행군하라.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가 이루고자 하는 것을 달성하라.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나는 온통 그대 생각으로 가득하다. 하여, 나 또한 아름다운 것이다. 그대는 넘치는 활력이다. 오로지, 모든 첫차는 아름답다.

이승호 객원기자 news@unn.net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6-02-20 오전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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