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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대학서 실용 교육만 해야 하나?
박규홍 서원대 교수 / 본지 전문위원
취업률만이 대학잣대인가?
기초학문도 소홀하면 안돼
청년취업난으로 많은 대학들이 졸업생 취업률 올리기에 올인 하고 있다. 명문대보다는 상대적으로 이름이 덜 알려진 대학일수록, 서울보다는 지방에 있는 대학일수록, 4년제보다는 2년제 대학일수록 학생들 취업률 올리기에 들이는 공이 더 각별하다.

교육 당국도 그렇다. 대학 특성에 관계없이 무조건 대학별 취업률을 발표하겠다고 하니까 신입생 유치에 혈안인 대학들은 그에 따라 예민하게 반응하고 취업률로 몸값 올리기 하려는 노력이 대단하다. 세상 흐름이 이렇다 보니까 대학은 학문 연마보다는 눈에 보이는 취업실적 올리기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70% 취업률을 올린 대학이 65%의 취업률을 올린 대학보다도 교육을 더 잘 시켰고 더 우수한 대학인가?’라는 질문에는 반드시 그렇다고 답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 취업률이라는 것은 숫자 놀음의 결과에 그친 것일 수도 있고 취업이라고 모두 다 같은 양질의 취업이라고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언론에 발표되는 그 취업률에 대학들이 일희일비하고 ‘도토리 키 재기’ 하듯 취업률 올리기 경쟁에 몰두하는 듯 보인다.

모든 게 세속화되어가는 추세이니 대학이라고 고고하게 도를 닦는 것처럼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어서 대학도 세속의 길로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게 요즘 세월의 형편인 것 같다. 대학에서 그렇게 세속화된 세월에 맞춰서 하는 교육을 고상하게 일컬어 소위 ‘실용 교육’이라고 하고 있다.

실용교육은 사전적으로는 ‘실제로 사용되는 것을 교육한다’는 뜻일 게다. 그 실용교육으로 사회가 바로 써 먹을 수 있는 학생들을 대학이 배출하여 취업을 많이 시켜서 청년 실업자를 없애라는 정책으로 교육당국이 독려하고 있고, 대학은 그 취업률을 올리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이고 있는 형국이다.

교육의 방향이 그렇게 틀어져 있으니 대학 고유의 전통적 교양과목인 인문과학이나 기초과학이 소홀한 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취업하기도 어려운데 한가롭게 그런 따분한 걸 가르치거나 배울 시간이 없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고, 사회적으로도 그런 분위기이니 시간이 갈수록 인문과학이나 기초과학에 대한 푸대접의 정도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취업이 중요하고 졸업생이 사회에 진출하여 제자리를 찾아서 안정된 생활을 하도록 이끌어 주는 일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러다가 결국에는 대학 교양교육에서 인문과학이나 기초과학이 설 땅을 잃게 될지도 모르겠다.

인문과학은 인류 문화를 연구하고 탐구하는 일종의 정신과학이다. 또 기초과학은 그 자체도 중요한 학문이지만 타학문을 닦는데 꼭 필요한 도구적 역할을 하면서 타학문의 근간이 되는 기본 이론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문과학이나 기초과학은 세상이 아무리 변하여도 정신적으로 성숙한 인간으로 육성하고 스스로 학문을 연마하는데 필요한 기본적 교양과목이기 때문에, 또 그런 교양 과목은 아직까지는 대학에서나 교육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문학 과목이나 기초과학 과목을 소홀하게 다루게 된다면 대학 교육의 의미가 퇴색해져버린다.

그런데, 지금 우리 대학들은 실용교육을 위해 실용학문에 매달려 대학 본래의 모습에서 조금씩 자꾸만 멀어져가는 형세이다. 선의의 경쟁 단계를 넘어 생존경쟁의 시대에 접어든 대학사회이니 우선 먹기가 좋다고 당장에 효과가 나는 것에 눈을 돌리는 게 인지상정일지도 모른다. 그런 연유로 지금 대부분의 대학들은 실용교육을 내세워 학문적 소양을 기르는 기초가 될 인문학이나 기초과학에는 소홀히 하고 있다.

교육의 효과는 10년, 20년 뒤에 나타난다는 사실을 감안해볼 때, 지금의 부실한 인문과학과 기초과학 교육이 10년, 20년 뒤의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가 우려되는 일이다. 정신세계를 탐구했던 철학자들의 사상을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인류가 고뇌해온 정신세계가 무엇인지 정도는 생각해야 그래도 세상을 바르게 볼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에서 드는 우려이다. 기초가 없이 잘 이뤄지는 일이 없듯이 기초과학을 소홀히 해서 10년, 20년 뒤에도 우리 사회가 지금과 같은 첨단산업 선진국으로 남아있을지도 의문이고 말이다.

취업도 물론 중요하고 그래서 실용 교육이 우선되어야한다고 하더라도 대학은 그래도 철학과 역사를 가르치고 수학도 가르치는 상아탑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를 한 켠이라도 남겨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세월이 바뀌어도 대학은 나라의 미래이고 발전과 성장의 기초 산실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5-10-17 오전 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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