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구에서 행정까지 전 분야에서 대학 캠퍼스는 변화의 선을 뛰어넘은 ‘디지털 혁명’을 경험하고 있다.
◆ 여기는 디지털관 307호
강의 내용을 노트북 컴퓨터에 바로 입력하는 일은 이젠 비교적 흔한 일. 멀티미디어 기능을 활용한 발표수업에는 학생들이 직접 캠코더로 찍고 편집한 동영상이 등장하기도 한다. 파워포인트와 레이저 포인터로 진행되는 강의역시 대학내 강의실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 된지 오래다.
서울 남가좌동에 위치한 명지대 인문캠퍼스의 한 강의실. 20여명의 학생들이 한 강의실에 모여 ‘멀티미디어 영어’ 수업을 듣고 있다. 이 강의를 담당하는 폴 알렉산더(Paul Alexander)명지대 교양교수(영어회화)는 정보화 강의 시설을 활용해 색다른 수업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
알렉산더 교수는 정보화 강의실 컴퓨터에 PC카메라를 설치, 다른 나라에 있는 동료 교수들과 시간을 정해놓고 화상채팅을 통한 실시간으로 회화교육을 실시한다. 이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도 매우 좋아 매 학기 강의평가 시 상위 20% 내에 드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한신대에서는 디카특강 강좌가 인기다. 평소에도 디지털 카메라를 즐겨 사용하던 이 대학 조성호 교수(정보통신)는 학내 곳곳에 대자보를 붙여 디카특강 수강생을 모았다. 카메라의 기본 기능 및 조작법과 촬영기술에 대한 내용이 다룬 이날 참여한 학생은 4백명에 달했다.
학생들의 디지털 기기 활용폭은 이보다 훨씬 넓다. 슬라이드 필름 혹은 파워포인트로 된 강의 내용을 스크린에 투사하면 학생들은 각자 준비한 디지털카메라를 활용해 강의시간에 제시된 내용들을 담아가는가 하면 강의전개가 빨라 필기가 어려운 경우에는 MP3로 모조리 녹음해 가기도 한다. 디지털 문화가 바꾸어 놓은 대학 강의실 모습이다.
이와 관련 명지대 인문캠퍼스 교육학습개발원 박수홍씨는 “자체적으로 워크샵을 열어 파워포인트와 엑셀등의 프로그램을 활용한 강의법 개선안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성과가 높지는 않은 상태”라면서도 “강의실 정보화 사업이 지속되면서 교육환경이 개선되고 있고 교수들의 전반적인 정보화 수준이 올라가고 있는 만큼 멀티미디어 기기를 활용한 수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행정전산화의 새 경향
대학 본연의 기능은 단연 교육·연구. 그러나 최근에는 교육·연구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행정지원 업무 전문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가운데 대학들은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해 ERP 도입 등 행정 전산망을 통합·관리하고 있다.
이화여대는 대학으로서는 드물게 수억원대의 예산을 투입,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전반적 사무 프로세스 전산화를 위한 종합정보화 컨설팅을 받았다. 지난 2003년 7월 LG CNS 주관으로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업무재설계), ISP(종합정보화전략계획)를 실시했다. 보안에 관한 종합 진단도 받았다. 이화여대는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6월부터 이화포탈정보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 현재 일부 가동 중으로 오는 6월에는 학사행정 부문 정비를 포함한 모든 시스템이 완비된다. 앞으로 1년 가량은 안정화 단계로 보고 내년부터는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전사적 자원관리) 도입도 검토할 예정이다.
|
채기준 이화여대 전 정보통신처장은 “지난 95년 행정시스템을 처음 오픈했으나 10년이 지나면서 수정·보완만으로는 부족했다”며 “전체적으로 행정 프로세스 정보화 추세 등을 진단해 그 결과에 기반을 두고 새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변화한 대학의 행정시스템은 어떤 모습일까? 행정전산 시스템을 도입한지 2년째인 성균관대의 경우 일일이 상급자를 찾아다니며 결재를 받아야 하던 예전과는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홍보팀 안상인 계장은 “먹지를 대고 수기로 서류를 작성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업무전산화로 인해 전산결재까지 가능해져 많이 편리해졌다”며 “업무를 진행하는 데 있어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전자결제시스템을 시범적으로 운영하다 올해 정식으로 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경북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경북대는 지난 1996년에도 업무효율성 증대를 위해 전자결재시스템을 도입한 바 있지만 당시에는 기술력이 부족해 중도에 포기한 바 있다.
올해 전자문서를 종이문서와 동등한 효력을 갖게 하는 법률안의 시행과 함께 기술의 진보로 다시 시작한 이 시스템은 경북대의 효율적 행정업무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총무과 이상협 팀장은 “우선 종이서류를 들고 왔다갔다 하는 일이 없어져 시간상으로 많이 절약된다”며 “이런 추세로 가다간 문서를 보관하는 캐비넷도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문제점도 있기 마련. 아직 분야별 시스템 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대학의 경우 부서를 이동할 때마다 새롭게 시스템에 적응해야 한다는 불편과 시스템 오류가 있을 때는 업무가 지체된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한 대학 관계자는 “부서별로 사용하는 업무시스템이 적어도 5가지 이상이어서 부서이동이 있을 경우 시스템을 새로 배워야 해 신입직원이 될 수밖에 없다”며 “장기 근속자의 경우 시스템 오류가 있어 업무에 차질이 있으면 옛 추억을 상기하는 사람도 있다”고 보완책 마련을 주장했다.
◆ 보안! 보안!
학사 및 일반행정 전반이 웹기반으로 변화하면서 최근 대학의 화두는 보안. 해커들의 공격에 무너질 경우 일대 혼란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계명대는 지난 달 파이어월, 침입탐지, 안티바이러스 등의 각종 보안 솔루션을 총괄해서 관리하는 ESM(Enterprise Security Management·기업보안관리)시스템을 도입했다. 정보전산부 강숙성 시스템운용 팀장은 “학사관리 등 중요 업무를 웹에서 할 수 있게 되면서 보안부분도 더욱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번 솔루션의 도입으로 다양화 될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상당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고려대, 성결대 등 6개 대학도 지난 2월 학사정보시스템에 PKI(Public Key Infrastructure· 공개키기반구조) 보안솔루션을 구축하기로 했다.
성결대의 경우 기존 방화벽만으로 운영되던 현 시스템을 오는 6월까지 구축해 보다 강화된 보안시스템으로 한층 업그레이드 할 예정이다. 김상명 정보지원과장은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하는 대학의 특성으로 온라인에 대해서도 포트를 열어놓을 수밖에 없어 보안에 대해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시스템의 도입으로 상시 모니터링 체제가 가동돼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아직도 대학의 보안 마인드가 수준 이하라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학의 홈페이지들은 간단한 해킹 툴로도 가볍게 뚫을 수 있는 수준”이라며 “웹상에 중요한 정보들이 있는 만큼 사고가 나기 전에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은영·이현준·김용훈 기자 news@un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