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이날 80년대 사회과학계에서 널리 회자된 사회구성체이론과 전대협의 강령 등에 대한 변호인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한총련에 대한 이적규정의 부당성을 체계적으로 지적했다.
조 교수는 “한총련 강령의 핵심인 자주·민주·통일은 80년대 이후 비판적 사회과학 진영의 최대공약수로 사회적 보편성을 얻은 사항”이라며 “‘민중이 주인되는 사회’ 등의 용어도 체계적 사회주의로 진행되는 개념으로 사용한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조 교수는 또 연방제와 통일에 대한 주장이 북한의 주장에 동조한 것이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용된 용어가 유사한 경우가 있지만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는 개방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교수는 “설사 한총련 내부에 친북성을 띤 그룹이 있다 할지라도 직접선거로 뽑힌 학생들의 대표기구인 한총련 전체를 이적으로 규정한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증인석에 나온 임 의원은 “전대협이 민주화 열기속에서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면 한총련은 지난 96년 연세대 사태 이후 공안정국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국민의 관심에서 밀려나 있을 때 여론을 등에 업고 이적단체로 규정이 됐다”고 증언했다.
임 의원은 증언후 “남북간의 교류 확대 등 시대상황은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는데 과거의 잣대로 재단한다면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것”이라며 “이번 재판부가 시대변화에 맞는 미래지향적 시각으로 전향적 판단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공판에서는 한총련 이적성 문제에 대한 재판부와 증인, 변호인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져 관심을 끌었다.
선재성 부장판사는 이날 증인들에게 한총련이 간부학습에서 김정일의 연설문을 발췌한 문건을 배포한 사실을 제시하고 한총련이 문건에 사용하는 용어와 북한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공통성 등을 지적하며 이적성에 대한 입장을 집중 추궁했다.
그러나 선 부장판사는 “재판부는 미군철수 등이 북한과 같은 주장이라고 이적으로 규정하지는 않는다”며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들의 행동이 북한을 이롭게 할 생각을 갖고 있었느냐 여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고 유연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오는 30일 열리는 심리공판에서는 이날 참석하지 않은 경찰대학 공안문제연구소 유지웅 연구관과 서울법대 한인섭 교수, 한총련 관계자 등이 증인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특히 한총련은 오는 13일부터 이틀간 광운대에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논란이 되고 있는 용어사용 등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뒤 변호인을 통해 대표자의 법정 증언을 할 것으로 알려져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