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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재정 확충, 활로는 없는가<3>①동문.교직원·학부모 쌈짓돈 털어라
대학 총장들, 모금 홍보전 치열
건물 네이밍, 대학만찬 등 행사 줄이어
"기부문화 정착위해 투명한 기금운용 절실"
입사 1년차인 새내기 직장인 김 모씨는 최근 모교 총장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모교 발전을 위한 기금 모금에 참여해 달라며 총장이 직접 연락을 한 것이다.

박재윤 아주대 총장은 오는 13일 발전기금을 낸 기부자 1백20여명을 초청해 감사의 뜻을 표하는 대학만찬 행사를 연다. 지난 10일에는 신입생 학부모들을 초청해 학교 알리기에 나섰는데, 이들 행사는 박 총장이 직접 낸 아이디어다.

지난 9일 선임된 정창영 연세대 총장은‘연세기금’을 설립하는 등 연간 1천억원 이상의 기금 확보를 내걸었다. 정 총장은 전문 펀드매니저를 채용하거나 아웃소싱으로 기금운용을 전문화해 장기적으로는 연세대를 대주주로 한 기금운용회사 설립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학들이 돈 줄을 찾아 고군분투하고 있다. 기업체의 기금 출연이 저조하자, 교직원과 동문,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강의실 의자 하나, 도서, 나무 한그루 등 기부자의 뜻이 있다면 못 받을 게 없다는 자세로 모금에 매달리고 있다. 취약한 대학 재정을 확충하지 않고서는 대학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 기업체와 동문들로부터 기부받아 지은 고려대 'LG-포스코경영관'내 이명박 라운지.
◇ 기부금 찾아 삼만리= 오는 20일 개교 50주년 기념 ‘홈커밍 및 외대인의 밤’ 행사를 갖는 한국외대는 참여 동문들을 대상으로 ‘한 구좌 내기’ 행사를 벌일 예정이다. 1구좌당 50만원의 기금을 모금하는 것으로, 학교 측은 이미 발전기금 안내서와 약정서를 초청장과 함께 발송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서강사랑 모금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서강대는 교직원들의 1개월 급여 반납과 학생, 기업 및 독지가들의 기부에 힘입어 30억원 가량을 모금했다.

대학 상징물인 22층 중앙도서관을 리모델링하고 있는 영남대는 도서관 서가와 집기, 책 등을 동문들로부터 기증받기 위해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고액 기부자의 경우 서가나 세미나실을 기부자 이름으로 명명할 계획으로, 오는 11월 완공에 맞춰 내달 초부터 본격적인 홍보를 벌일 계획이다. 이 대학 미주총연합동창회는 내달 모교 출신 미주유학생 8명과 동문 가족 자녀 6명에게 1인당 1천달러씩 총 1만4천달러의 장학금을 지급키로 했다.

지난 1일부터 ‘수목기증운동’을 벌이고 있는 경북대는 오는 2006년까지 교직원, 학생 및 동문을 대상으로 수목과 조경석, 조각품 등을 기증받을 예정이며, 부산대도 장서 30만권을 목표로 내년 말까지 ‘150만 장서확충 운동’을 전개키로 했다.

서울여대도 등록금 한번 더 내기와 도서관 열람석 구입(1세트 66만원), 대강당 의자 남기기(1구좌당 10만8천원)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광자 총장은 기독교대학의 특성을 살려 내달부터‘기도회원’ 모집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소액기부 모금의 일환으로 1구좌에 1만원씩, 1만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하겠다는 것.

▲ 부산대 대학만찬 행사 장면.
한양대도 모교 출신 CEO 30여명을 초청, 정기모임을 갖는 방안을 모색중이며, 전주대는 동문 인적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이달초 처음으로 홈커밍데이 행사를 열었다.

◇ 기부자 모시기 나서= 강원대가 지난 9일 개관한 ‘서암디지털미디어센터’는 총 공사비 23억원을 기부한 윤세영 SBS 회장의 호를 넣어 명명됐다. 이른바 기부자의 이름을 강의실과 건물 등에 넣어주는 ‘네이밍’ 기법을 도입한 것이다.

중앙대는 오는 10월 준공예정인 체육관에 기부자의 사진을 부착한 대형 벽화를 걸 예정이다. 1구좌당 1백만원씩 5백여명의 기부자를 모집중으로, 현재 2백40여명의 동문들이 기금을 냈다. 오는 2007년 완공 예정인 사회과학관도 기부자의 이름을 딴 세미나실과 명예의 전당 등을 마련할 계획.

이 대학은 5백만원 이상의 기부자들에게 콘도미니엄 숙박권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주 콘도 회원권 3구좌를 계약했다. 기부자 예우를 위해 처음 시도하는 이 서비스는 기부자들의 반응을 지켜보며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삼육대는 1억 이상 기부자 자녀나 손·자녀가 입학할 경우 1명에 한해 재학기간 동안 등록금을 전액 면제해 주고 있는데, 올해 두 번째 수혜자가 나왔다.

◇ 기금 전문가 육성·체계적 관리 필요= 대학발전기금협의회 김박년 회장(중앙대 발전협력과장)은 “모금 활동이 결실을 맺으려면 일시적인 캠페인에 그쳐서는 안된다”며 “잠재기부자를 대상으로 ‘관계육성 기간’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총장이 바뀌었다고, 기념일이 목전에 닥쳤다고 ‘우리도 모금해 보자’는 식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금 전문가를 육성하고 대학 실정에 맞춘 다양한 상품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5월에 열리는 모교 방문 행사를 준비중인 고려대 문병헌 대외협력부장은 “졸업생들과 유대관계를 돈독히 맺어야 학교에 관심을 갖게 되고, 적은 금액이라도 참여하게 된다”고 말한다.

삼육대 한성보 교수(신학)는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기금 유치에 나설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삼육대는 교직원들이 발전기금을 유치할 경우 금액의 5%를 인센티브로 지급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 김현수 1%팀장은 “기부문화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기금운영의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며 “사업목적과 사업비용이 객관적인 자료로 공개될 때, 지속적인 기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양희 기자 (yanghee@unn.net) | 입력 : 04-04-12 오전 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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