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내 강연 일변도 수업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주제로 10명 안팎의 학생들의 토론과 직접 체험 위주로 강의가 진행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물론 타깃은 새내기들이다.
또 하나의 진풍경은 새내기까지 합세한 취업강좌. 최근의 ‘취업전쟁’을 떠올린다면 그리 낯선 일 일순 없다. 그러나 ‘자기개발과 취업진로’를 전공필수과목으로 듣고 있는 학생의 ‘전공’은 과연 무엇일까, 자못 씁쓸해지는 대목이다.
그리고 최근 대학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학과간의 벽을 과감한 허물고 마련한, 이른바 ‘연계전공’이 또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합종연횡을 통해 사회적 수요가 높은 전공을 개발, 제3의 전공을 개설 운용하는 학과간 가로지르기의 결실이 그것이다.
가령, 식품영양학 전공과 시각커뮤니케이션디자인 전공이 만난 ‘식품디자인’. 음식에 디자인 개념을 결합함으로써 식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분야를 새로이 탐구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대학에서 교과과정이란 무엇이며, 앞으로의 흐름은 어떻게 잡아가고 있는 것일까.
교과과정은 말 그대로 교육과정이다. 이는, 공적인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전문적인 교사가 집단적으로, 조직적으로 가르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적인 일정한 목적’이다. 바로 학생들이 인류의 문화적 가치를 배우고 익혀 그 능력을 성장․발전시키는 데 주목적이 있음을 가리키는 것이다. 물론 직업적인 훈련․교양의 육성 등에 이바지하는 것 또한 교육의 목적이긴 하나 언제나 주와 부는 분명히 나뉘는 법. 그렇다면 우리 대학 교과과정의 현주소는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는 것일까.
이 물음을 무색케 하는 사례가 있다. 대학생활 2년을 이미 경험한 학생들의 편입학 경향이 그것이다.
충북대 올해 편입학 평균 경쟁률은 3.83대 1. 3백63명 모집에 1천3백89명이 지원했다. 물리학, 천문우주학 등 순수학문 분야 8개 전공․학과는 미달됐다. 그러나 취업 유망학과인 아동복지학은 무려 33.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취업 유망학과는 상종가를 기록하는 반면 기초 학문은 바닥을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한 두 대학의 상황만이 아님은 당연하다. 취업강좌가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 역시 같은 선상의 일이다.
충북대 교무처 진풍순 씨는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순수․기초학문보다는 취업에 유리한 학과에 지원자가 몰리는 경향은 뚜렷하다”며 “이 같은 현상은 편입학에 국한된 예만이 아니며, 당분간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가운데 대학 본연의 ‘공적인 목적’을 강조하는 최근 몇몇 대학의 뚝심 있는 움직임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한양대는 새학기 들어 ‘과학기술의 철학적 이해’ 등 과학철학 및 과학사 관련 과목을 서울과 안산캠퍼스에 각각 20개, 10개 신설, 이공계 교양필수로 지정했다. 공대 학생이라도 철학을 알아야만 졸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내 대학 중 이와 같은 관련 과목이 이공계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것은 한양대가 처음이다.
한양대 송창섭 교무처장은 “문·이과 뿐 아니라 과도하게 세분화된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학생들이 전공별 편협성에 매이지 않고 보다 폭넓은 분야를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라고 밝혔다.
강의는 현대 과학철학자들의 논쟁을 개괄하고 과학과 윤리학, 사회학간의 관계를 살펴보는 전반부와 안락사와 낙태에 대한 철학적 성찰, 유전공학과 원자폭탄 및 전쟁과 과학자의 책임 등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후반부로 구성돼 있다. 별도 교재까지 마련했다.
포항공대는 과학기술 분야의 학제간 교류를 강조, 복수전공제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포항공대 정민근 교무처장은 “학생들이 장차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학부과정에서 폭넓은 분야의 학문을 다양하게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3년 전부터 개별 교과목에 대한 심화학습과 학제간 교류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교과 과정을 전면 개편했다”고 말했다.
포항공대 올해 졸업생 가운데 23명이 복수전공으로 2개 이상의 학사 학위를 받았다. 전체 졸업생 2백14명의 10.7%를 차지하는 수치. 최근 5년간 평균 4.2%를 2배 이상 웃돌았다.
특히 이번 학기 4학년으로 진급하는 재학생 3백20여 명 가운데 복수전공을 신청한 학생은 47명으로, 다시 4.3%포인트 상승한 15%에 이른다.
대학 관계자는 “복수전공자는 일반 학생들보다 두 배 이상 노력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커 이수하기 어려운데도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이러한 시도가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접하는 동시에 취업에 따른 이점까지 있다면, 대학 교육 본분에 근접하는 몇 가지 방안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고 밝혔다.
‘고교 4학년’, ‘전공 재수생’, ‘학점 철새’ 등등 신조어를 양산하며,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교육현장에서 정답이 따로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몇몇 대학들의 시도, 학생들에게 ‘우직하게’ 공부시키고자하는 바람이 곧 내실 있는 교과과정과 궤를 같이 하고 있음은 명확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