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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 풀린 외국대학, 지역대학 '비상'
특별법 제정 추진, 지자체 앞다퉈 유치 나서
학생모집 어려운 지역대학 대책 마련 근심
정부가 제주 및 인천 등 경제자유구역(경제특구)내에 외국교육기관의 설립요건을 대폭 완화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자 교육·시민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대학들이 교육개방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동안 물밑에서 외국대학 분교 유치를 추진해온 지방자치단체들은 특별법이 통과되면 외국대학 유치에 적극 나서겠다고 표명, 가뜩이나 학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대학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전면 개방 = 교육인적자원부는 제주도와 경제특구내에 들어서는 외국대학을 민법상 비영리법인 형태로 운영, 사립학교법상의 제한없이 학교설립을 허용하고 세제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이달중에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외국대학은 건물이 없어도 교사를 임차해 학교를 설립할 수 있고 수익용 기본재산을 보험으로 대체할 수 있으며 결산 잉여금을 본국으로 송금할 수 있다. 국내 사무소 설치후 교육부에 신고하면, 외국교육기관설립심사위원회의 심사 등을 거쳐 대학을 설립할 수 있다. 내국인 입학은 물론 학력도 인정받을 수 있어, 사실상 전면적인 교육개방이 단행되는 셈이다.

특구내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고, 중국, 동남아 등 외국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게 됐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으로, 오는 30일 공청회를 연후, 입법예고를 거쳐 국회에 통과시킬 계획이다.

▲ '외국교육기관 설립 특별법안'철회를 요구하는 교육, 시민단체들이 지난 15일 교육부 앞에서 '2003인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얼마나 들어올까= 교육부는 사실상 해외 명문대학이 들어올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굳이 국내에 진출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몰려들고 있고, 교수진 확보 등 자금이 많이 필요한데다 교육의 질 담보가 어렵기 때문에 파격적인 유치조건을 내걸지 않는 한 유명대학이 들어올 가능성은 낮다는 것.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0) 협상에서 미국·뉴질랜드 등 10개국이 대학 개방을 요구한 점, 높은 교육열 등을 고려한다면 결과를 속단할 수 없는 실정이다.

송도, 영종도, 청라지구 등 3개 지역이 경제특구로 지정된 인천시는 영국 브루넬 대학을 비롯해 존스홉킨스, 하버드 의대 등 유명 대학병원 유치를 추진 중으로, 특별법이 제정되면 시 차원에서 유치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제주도의 경우 미국 조지 워싱턴대를 비롯해 몇몇 군데에서 설립 의사를 타진해와 협의하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추진단 측은 “단순한 분교가 아니라 동남아·동북아 지역 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는 교육기관을 만들려고 한다”며 “국제교육복합단지 조성을 위해 연구용역을 준 상태로, 다음달에 용역 결과가 나온다”고 밝혔다.

전남도는 지난 24일 특구로 지정된 광양만권에 유명 대학과 병원을 유치하기 위해 투자유치 서한문을 발송하는 등 유치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인천시 한 관계자는 “특별법이 제정되면 거의 오픈 개념이기 때문에 유명 대학들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유치 열기에 대해 한 대학 관계자는 “지역대학은 배제한 채 지자체가 단독으로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소외된 대학들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역대학 대책 부심=일단 외국대학이 들어오면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지역대학들은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인천대는 지난 10일 인천시와 경제자유구역청, 교육부 등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외국대학 유치기획단’을 구성, 외국 대학 유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송도 특구내에 신캠퍼스를 조성, 오는 2008년 완전 이전하는 인천대는 캠퍼스 입지조건을 십분 활용해 외국대학에 교사를 임대하는 방안을 비롯해 다양한 유치 활동을 벌이겠다는 것.

인하대도 경제특구내에 제2캠퍼스를 조성하는 방안을 조심스레 타진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 일본, 프랑스 등 해외 유명대학과 U7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해온 인하대는 해외대학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교육시장 개방에 대비, 자체 연구용역을 실시한 제주대는 정부가 전면 개방쪽으로 가닥을 잡자, 대책을 숙고중이다.

제주대 김부찬 기획처장은 “외국대학 분교와 제휴를 모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일본보다 개방수위가 높고,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어 외국대학이 제대로 운영된다면 지역대학들이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하대 이상수 기획처장은 “학생들이 상당부분 해외로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대학이 들어와 경쟁하다보면 교육시스템이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외국대학 유치가 국내 대학의 도태로 연결돼서는 안된다”며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교육’ 포기 강력 반발= 전교조·교수노조 등 24개 교육·시민단체들이 참여한 범국민교육연대는 지난 15일 교육개방 특별법에 반대하는 ‘2003인 선언’을 발표하고, 입법예고 저지 투쟁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범국민교육연대는 “‘경제특구’는 ‘귀족교육 특구’가 돼 교육기관 서열화를 심화시키고, 돈벌이에 급급한 부실 교육기관을 양산할 뿐”이라며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경제특구와 별도로 ‘지역특화발전특별법’에 따라 영어마을, 교육국제화특구 등 전국 27개 지역이 교육특구를 신청하는 등 사실상 교육개방을 전면 추진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상명대 박거용 교수는 “외국대학 분교가 설치되면 유명대학이 아니라도 학벌 때문에 진학할 것”이라며 “특별법 제정은 정부가 줄곧 얘기해온 지방대학 육성책과 정면 대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장기원 대학지원국장은 이에 대해“특별법은 외국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정부의 교육시장 개방 최소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며 “설립 승인 심사기준을 철저히 해 부실 교육기관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양희 기자 (yanghee@unn.net) | 입력 : 03-10-27 오전 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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