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2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찬성 1백93표, 반대 2표로 가결하자, 교육·시민단체들은 “국민에 대한 쿠데타”라며 거세게 비난하고, ‘탄핵 불복종 운동’을 벌이고 있다.
교육계는 대체로 착잡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탄핵 정국이 교육계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과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정책이 좌초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엇갈렸다.
교육계 인사들은 “탄핵 사태로 인해 당분간 개혁 성향의 교육 정책이 입안되거나 힘을 받기는 힘들지 않겠느냐”고 우려하면서도 “국정이 안정될 수 있도록 교육계가 솔선수범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신속하게 심판 결정을 내려 국가적 혼란을 조기에 매듭지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 교육부 “업무 중단없이 수행” = 교육인적자원부는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당혹해 하면서도 교육개혁이나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중단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12일 16개 시·도교육감에게 서한문과 별도의 공문 지시를 통해 “학교현장이 동요없이 학생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당부했다.
교육부는 이미 청와대에 교육부 주요 정책과 업무 추진사항을 담은 로드 맵을 보고했고 직제 개편를 단행해 인사발령까지 낸 상황이어서 업무에 큰 차질은 빚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 대체적 분위기.
인적자원관리국의 한 관계자는 “부총리 등 정치적 사안에 따라 영향을 미칠 위치에 있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실무자들은 예정된 계획을 차질없이 수행하면 되는 만큼 대통령 직무 정지에 따른 교육계 피해는 별로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교육계 인사들은 향후 교육정책에 대한 전망에 대해 “당장 큰 차질은 빚어지지 않겠지만 정치와 교육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만큼 교육 공무원들의 동요는 불가피한 것 아니냐”며 당분간 개혁 성향의 교육 정책이 입안되거나 힘을 받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특히 교육부총리와 교육 관료들은 물론 청와대와 직접 연관은 없더라도 시·도 교육감이나 대학 총장 등 관리 라인에 속한 공직자들의 심적 동요는 막기 힘들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 “지방대 육성책 차질 우려”=지방 소재 대학 관계자들은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사업 등 정책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며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전국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이석주 회장(동신대 기획처장)은 “국가균형발전 및 지역혁신체제,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사업 등 일련의 정책에 악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며 “장기적으로 정부가 계획했던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흔들림 없이 꾸준히 추진해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현청 사무총장은 “이런 때 일수록 교육계가 동요하지 말고 본업에 충실해 지장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학술진흥재단 주자문 이사장도 “국정이 빨리 안정될 수 있도록 교육계가 모두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 헌법학자들 “탄핵 사유 안돼”=이번 탄핵 사태에 대해 헌법 학자들은 “탄핵 사유가 안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헌법학회 권형준 회장(한양대 교수)는 “헌재는 정치권력과 무관한 사법기관이므로 이번 국회 가결 결과와는 다른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안인데다 대통령이 공직 파면된 예는 세계적으로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헌재도 신중하고 냉정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세대 전광석 교수(법학)는 탄핵 발의와 가결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전 교수는 “선거법 구조상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유지는 직업 공무원에게 해당하는 것으로 대통령은 국민이 뽑은 정치적 공무원이므로 정치적 발언이 가능하다”며 “탄핵 발의의 원인으로 작용했던 선관위의 위법 결정도 수긍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서울여대 이시우 교수(법학)는 “헌재의 탄핵 소추를 위한 2가지 요건심사에서 첫번째 요건은 형식적 법적 절차의 적합성인데 이것은 무난히 통과할 것이나 또다른 요건인 실질적 심사 즉, 탄핵 사유의 적합성 기준에서는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탄핵심판을 맡게 된다면 탄핵 결론은 내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중앙선관위의 위법 결정에 따라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발의할 수 있는 사유는 충분히 된다”고 밝혔다.
◆ 탄핵정국 전망 엇갈려= 탄핵 정국이 몰고 올 정국 변화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덕성여대 한상권 교수(사학)는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 보수 극우세력이 다시 한번 기득권을 위해서 결집한 ‘원칙없는 야합’의 산물”이라며 “국민적 저항이라는 역풍에 부딪칠 것이며, 이는 새로운 정치적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영남대 김태일 교수(정치외교)는 “헌재는 가능한 기간을 단축해 심판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서 “이번 사태로 인해 노 대통령 지지자와 반대론자들의 입장이 공고화 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론 분열을 우려했다.
그러나, 연세대 강태영 교수(신문방송)은 "탄핵안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됐다는 것은 그만큼 탄핵 사유가 타당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헌재도 정치적 결정을 되돌리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국정혼란 우려에 대해서는 "국정은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총련과 각 대학 총학생회 등 학생들은 “탄핵안 통과는 원천무효”라며 도심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여는 등 강경투쟁을 예고했다.
한총련(의장 백종호 한국외대 총학생회장)은 “제2의 4·19, 제2의 6월 항쟁을 위해 투쟁에 나서자"면서“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국민앞에 사죄하고 16대 국회는 즉각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운동권, 비운동권 학생회를 아우른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추진위원회(위원장 김동재 동아대 총학생회장)도 탄핵안 가결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내는 등 학생들의 학내·외 항의 집회가 잇따르고 있어 대학가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이일형·조양희·윤지은·김은영·김미경 기자> news@un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