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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경제와 대학현실
김주후 / 본지 칼럼리스트, 미국 미주리대 교수
요사이 미국경제가 말이 아니다. 아니 미국경제라는 표현 보다는 세계경제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더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다들 어려운 가운데 있고 미국도 불과 몇 년전에 누렸던 호황이 언제였느냐는 듯이 앓는 소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가운데 대학들도 그 파고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가 나빠지면 당연히 기업을 비롯한 경제주체들의 소득이 줄고 결국 세수감소로 연결된다. 세수감소가 발생하면 중앙정부 및 주정부의 수입이 줄게 된다. 그리고는 주정부에서 운영하는 주립대학들이 예산삭감을 맞이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필자가 속한 대학도 불과 수년 전과 비교해 볼 때 상상을 초월하는 예산삭감을 당했다. 정확한 액수는 알 수 없으나 줄 잡아 2년 전에 비해 20% 이상은 될 것이다. 말이 20%지 금액으로 환산하면 엄청난 액수다. 도저히 등록금 인상이나 절약운동 차원에서 매꿀 수 없는 돈이라는 이야기다.

작년에는 교수들의 임금동결을 하더니 올 해는 거의 모든 부분의 예산을 삭감했다. 이제는 학회발표를 위한 여행경비 지원을 하지 못하고 하다 못해 복사하는 것 조차 마음대로 못하는 형편이다. 그야말로 자린고비 정신으로 중무장한 셈이다.

돈 문제로 목이 조이는 상황이 되니 교육의 질에 대한 논의는 온데 간데 없고 돈 벌기에 급급한 대책들이 논의되고 있다. 이미 교수들의 학기당 강의부담을 늘렸고 석박사 과정 학생 수가 적은 교수들은 한 과목씩 강의를 더 하라고 한다. 수업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두 반으로 나누었던 필자의 수업도 결국 다시 한 반으로 합치게 되어 과밀학급으로 돌아갔다.

이런 와중에 지난 3년 동안 시행되어 오던 대학차원의 개혁조치들은 거의 정지 상황이다. 개혁은 고사하고 당장 살아남을 수 있느냐 하는 절대절명의 운명앞에 놓여 있기 떄문이다. 개혁은 하나의 청사진으로 변해 버렸고 다들 어떻게 하면 이 어려운 시기를 버텨낼 수 있을까에만 골몰하고 있다.

모두들 돈돈하고 외치는 이 상황에서 문뜩 떠오른 생각은 결국 대학이 가지고 있던 개혁의 청사진은 약간의 경제압박만 받아도 원점으로 돌아가고 마는 힘 없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물론 현재 미국대학들이 당면하고 있는 경제적인 어려움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심각한 수준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같은 도시에 있는 통신회사인 Sprint사의 대처방법을 보면 너무나 대조적인 면을 발견하게 된다. 수 많은 직원들을 감원하며 생존과 경쟁력 제고를 함께 노리는 이 회사에 비하면 우리 대학의 자구노력은 어쩐지 너무 소극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필자는 교육이 가지는 공공성을 과소평가 하거나 교육을 시장논리로만 따지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생각에 반대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다만 경제논리의 거센 파고가 밀려드는 이 때, 대학은 너무 힘 없이 물러서거나 적절한 대응논리와 행동지침을 구체적으로 마련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는 것이다.

교육개혁에 대한 새로운 청사진이 발표되면 늘상 따라 다니는 말이 무슨 수로 그 많은 예산을 확보하는가 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개혁도 이를 뒷받침 할 만한 재원이 없으면 공허한 말장난으로 끝나고 만다. 그런데 바로 이 상식적인 생각이 어쩌면 대학 사회안에 그야말로 상식적으로 존재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된다.

특별히 경제적인 어려움이 닥쳤을 때 이에 대처하는 과정과 방법을 지켜 보면서 대학은 아직도 변화의 소용돌이에 비켜서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3-04-07 오후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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