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 맞이에 나선 2월의 마지막날 연세대 교정. 이 대학 백주년 기념관에는 이른 아침부터 40여명의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날개공작소’ 행사의 막을 열어젖혔다.
06학번 새내기와 05학번 정든 내기를 대상으로 총여학생회가 올해 처음 마련한 이번 행사는 ‘여성주의 새내기 오리엔테이션’.
같은 날 오후, 한양대 교정에는 학부모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교내 백남음악관 객석을 빼곡히 채운 5백여명의 인파는 06학번 자녀를 둔 학부모들. 마치 자신이 새내기인양 이들은 강사들의 이야기를 메모하며, 대학생 학부모 역할과 대학생활 가이드를 경청했다.
살림을 합친 강원대-삼척대, 부산대-밀양대, 전남대-여수대, 충주대-청주과학대학 등 통합대학은 2006년 3월 남다른 출발을 선언했으며, 교명을 바꾼 백석대(구 천안대)는 구성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새 명패를 달았다.
지은희 전 여성부 장관을 새 총장으로 맞은 덕성여대는 지난 2일 아름다운 가게와 재학생이 연계해 사랑나눔 바자회와 헌혈캠페인을 벌였다. 이날 입학한 새내기들은 자신의 미래 꿈을 메시지로 작성해 타임캡슐에 담기도 했다.
한성대에서는 윤경로 총장이 최고령 신입생 김형구(70·행정) 씨의 손을 잡고, 보직교수들은 새내기의 손을 잡고 입학식장에 입장하는 ‘학연식’을 거행했다. ‘학문과 인연을 맺는다’는 의미의 학연식에서 총장과 교수들은 새내기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담은 학습노트를 전달했으며, 학생들은 카네이션으로 답했다.
다음날 동신대에서도 김필식 이사장과 이균범 총장, 각 학과 교수와 학생대표가 손에 손을 잡고 입학식장에 들어갔다.
교정 한편에서는 이삿짐을 나르고, 수업에 필요한 교재를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장터가 열리고, 취업강좌를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바야흐로, 개강! 새내기부터 정든 내기, 교직원, 학부모까지…. 2006년 새봄 대학 교정은 새 출발로 들떠 있다.
# 꿈을 향해 달리는 사람들
대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언론인으로 손꼽히는 손석희 전 MBC 아나운서 국장은 방송국을 떠나 새내기 교수로 신고식을 치렀다. 법무법인 대표 손경한 변호사도 이번 학기부터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과 만난다.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대학 강단에 도전한 것은 뭐니뭐니 해도‘가르치는 것에 대한 오랜 꿈’과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나눠 보겠다’는 포부가 맞아떨어졌기 때문. 그래서 일까. 이번 학기에만 전국 54개 대학에서 80여명의 기업 CEO들이 총출동해 강의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인터넷 블로그에‘말하기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는 여순모 부산대 책임교수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준비한 사람에게만 새로운 문이 보인다”고 귀띔한다.
현직 고등학교 국어교사인 주영민 씨는 올해 법학도로서 새 출발을 선언, 제자와 함께 광운대 입학동기가 됐으며, 재일동포 모자인 허인자·강성훈 씨는 ‘한국의 맛’을 일본에 알리기 위해 영산대에 나란히 입학했다.
권혁신 숭실대 총학생회장(국제통상4)은 ‘함께하는 학생회’를 꿈꾸고, 레이서 김준태(인하대 기계공학부) 군은 학업과 레이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베테랑 자원봉사자인 홍익대 최홍근(도시공학4) 군은 ‘대학생 생명 지킴이 봉사단’ 활약상을 소개했다.
이화여대에는 네발, 모잠비크, 아프가니스탄, 인도네시아, 파라과이, 케냐 등 14개국에서 선발된 24명의 외국인 학생들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생김새, 옷차림, 피부색이 다른 이들은 ‘이화 글로벌 파트너십 프로그램(EGPP)’의 첫 장학생. 이들은 등록금과 생활비, 연수비 등을 전액 지원 받으며 글로벌 리더의 꿈을 키워나가게 된다.
고교 때부터 러시아를 상대로 ‘뭔가’를 해보겠다는 꿈을 키워온 한국외대 최은철(노어3)군은 이번 학기 모스크바 근처의 니즈니노보고르드 국립외대에서 6개월 동안 수학한다. 남서울대 김기진(중국학4) 군은 ‘중국 전문가’가 되기 위해 맹렬히 달리고 있다.
의학도에서 컴퓨터바이러스 백신 개발자로, CEO로 변신을 거듭했던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은 말한다.
“삶을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았느냐’라고. 어떤 일을 하든 열심히 사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지식은 사라지지만 삶의 태도는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다시 시작하는 3월, 새 신을 신고 다같이 뛰어보자 팔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