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 마전 몇 명의 학생들이 수업 중에 북한과 미국사이에 핵문제를 두고 벌이는 논쟁과 기타 미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각에 대한 토론하기를 요청했다. 순간, 이런 식의 제안은 그 동안 한 번도 없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수업중에 이런 주제로 토론을 하는 것은 적당치 않다고 보고 수업이 끝나고 나서 하면 어떠냐고 제안을 했다. 놀랍게도 수업을 마친 후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학생들은 우선 미국정부가 이라크와 벌이고 있는 전쟁에 반대하고 북한에 대해서도 그 어떤 무력적인 조치를 가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입장표명을 했다. 아무리 명분이 그럴 듯 하다해도 더 이상 비평화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문제해결에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토론은 이라크 전쟁을 둘러싼 이슈들과 북한핵에 대한 논의에서 출발했지만 이야기는 점점 미국인 자신들의 이야기로 옮아갔다. 학생들은 왜 미국이 세계 여러나라 들로부터 오만하다거나 독선적이라는 인상을 받게 되었는가에 궁금증을 표했다. 예를 들면 왜 미국이 테러를 당했고 또 적대적인 감정을 토출하는 대상이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놀랍게도 학생들은 미국이 너무 이기적이라는 관점에 수긍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부유하고 윤택한 삶을 누리고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즉, 문제의 핵심은 자신들 스스로에게서 연유하고 있음을 이미 알고 있는 듯 했다.
이 때 학생들은 한가지 이슈를 제기했다. 다른나라 사람들이 미국에 대해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면 왜 그들은 미국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말하지 않았는가 하고 반문했다. 특별히 미국안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그들은 왜 미국에 대한 홍보활동을 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을 지적했다. 다시 말해 상호불신과 이해부족의 원인은 자신들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어찌보면 대단히 자기중심적인 생각일 수 있으나 또 한편으로 보면 이해가 될만한 이야기였다. 실제로 토론에 참가한 대다수의 학생들은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지금껏 자신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지극히 정상적인 것으로만 알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들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아주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질문의 수가 늘어 나고 토론의 심도가 깊어질수록 학생들과 필자는 점점 대답하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속으로 들어와 있음을 발견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공감대에 이른 것은 정말이지 서로가 서로를 너무 모르고 살아 왔다는 점이었다. 아니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 한 번 제대로 해 보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더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긴 토론이 끝나가면서 학생들은 나에게도 보다 많은 한국관련 정보를 공유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필자가 가르치는 교육평가 수업시간에 한국 및 아시아 국가 관련 실예를 들어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그런 내용을 통해서나마 자신들과는 다른 교육관 및 교육실제를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란다.
학생들과의 대화를 마치면서 한 가지 떠오른 생각은 한국은 아직도 미국에게 낯선 국가요 또 미국역시 한국에게 제대로 이해되지 못한 국가라는 사실이다. 수 많은 사람들이 미국 유학을 했고 또 미국내에 많은 한국 이민자들이 있음에도 말이다.
요사이 인터넷을 통해 한국신문을 읽다보면 국외유학자들이 더 많이 늘어 났음을 보고하고 있다. 그리고 조기유학이다 기러기 아빠다 여러 가지 미국유학 관련 소식이 아직도 지면을 넓게 장식하고 있다. 아마도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사람들의 숫자가 더 늘어날 것만 같은 추세이다.
그러나 미국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한미간에 이해의 깊이는 별달리 변화가 없는 것 처럼 보이는 것은 왜 일까? 조기유학을 보내고 기러기 아빠가 되는 많은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지향하며 그 어려운 결단을 내린 것일까? 자기 자식이 가지게 될 경제적 사회적 우위를 기대하면서인가 아니면 유학을 통해 자기자식이 국제인으로 거듭남은 물론 한미간의 이해증대에 기여하기를 기대해서일까 궁금하다. 필자의 직관은 왠지 전자쪽에 가까울 것이라는 답을 말해주고 있어 답답함을 느낀다.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고 또 적지 않은 희생을 치르며 종료될 것이다. 이미 시작된 전쟁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원하면서, 이 전쟁을 통해 우리가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수 많은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무지하고 무관심한지에 대해 깨닫게 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