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출신들이 한국의 정치, 경제의 핵심 세력으로서 우리의 사회 발전에 지대하게 기여해 온 점에 대해서는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공적이 도를 넘어 각계각층에서 감히 타 집단이나 조직이 넘볼 수도 대적할 수도 없는 가공할 학벌 세력권을 형성하여 특권과 이익을 독점하여 우려할 정도가 되고 말았다.
정계와 재계는 말할 것도 없고 국가의 엘리트를 산출하는 상아탑에서도 서울대학교의 힘은 막강함을 초월하여 과히 압도적이다. 현 정부 고위공직자(장관급 직책) 중 약 60%, 현 16대 국회의원 가운데 38%, 전체 검사의 58%, 전국 4년제 대학교수의 약 1/3, 전국 규모의 7개 일간지 전체기고자의 약 1/2, 상장회사 전체 임원 중 약 20%가 국립서울대학교 출신이다.
이 수치는 전체 국민의 0.5%도 채 안되는 서울대학교 출신이 우리 국가와 사회를 좌지우지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를 꼬집어 어떤 이들은 서울대 출신을 골품제에 빗대어 “성골”이라 칭하기도 하고, 한국을 “서울대 공화국”이라 칭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이런 사회 현상을 “서울대주의” 이데올로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처럼 한 특정 학벌에 의한 국가 중추영역의 독점은 조선왕조의 봉건신분사회에서 조차 보기 드문 일로써 소위 정의, 평등, 자유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과연 바람직한 현상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시험제일주의 국가에서 소위 시험을 통한 능력주의 원칙을 등에 업고 선발된 인재가 국가와 사회를 움직이는 동량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한 세대 전엔 타당성과 합리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서울대 입학은 사회경제적 약자가 사회지위상승과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이었으며 통로였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경제적 약자가 서울대를 입학할 수 있는 길이 점차 멀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정한 학력경쟁을 할 수 있는 기회 접근조차 쉽지 않게 되고 말았다.
지난 해 어느 한 기관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아버지의 사회경제적 지위나 직업에 따라 서울대 입학에 많은 차이가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아버지의 직업으로 전문직 및 경영·관리직이 전체의 약 40%를 차지하는 반면, 농축수산직과 비숙련노동직은 약 3%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전문직 및 경영․관리직 종사자 약 9%를 훨씬 상회하고 있는 반면에 농축수산직과 비숙련노동직 종사자 약 20%에는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이런 조사 결과는 전반적으로 사회경제적 배경이 학력경쟁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요인이 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서울대는 입신양명의 표상이자 출세의 지름길로서 우리 국민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어 왔음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서울대 출신자들의 우리 사회에 대한 공헌도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는 서울대라는 이름이 출세를 위한 ‘신임장’이나 ‘간판’으로 활용되어 이를 중심으로 최고의 학벌이 조성되고, 이는 곧 ‘서울대주의’라는 이데올로기로 채색되어 사회경제적인 특권과 프리미엄을 독점하고 있음을 뜻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서울대학교가 사회공익보다는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한 소아적 지식인을 배출하는 세칭 ‘간판대학’으로 전락되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제 서울대학교가 과연 누구를 위한 대학이어야 하는가를 깊이 생각해 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