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희랍에서 지식과 지혜를 구별하지 않고 사용된 몇 가지 용어에서도 그러하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에서 예를 들자면, 인간의 정의(正義)나, 미(美) 그리고 선(善)에 관련된 실제적인 지식 혹은 지혜를 함의하고 있는 프로네시스(phronesis), 철학적 지혜를 뜻하는 소피아(sophia), 물질이나 기술 및 경험과 연관된 이론적 지식을 표방하는 에피스테메(episteme), 사회와 국가적 공동체 내에서 효율적인 인간관계를 도모하는 정치적 지혜를 나타내는 폴리티케(politike), 예술이나 기술 및 기능적 지식을 지칭하는 테크네(techne) 이다.

이와 같이 다양한 대상과 과정을 통하여 이루어진 지혜의 개념을 함의하고 있는 지식은 로마시대에 이르러선 더욱 다양하게 표현되어 지식과 기술을 지칭하는 시엔티아(scientia), 지력, 지각, 이념의 뜻을 포괄하는 인텔레겐티아(intellegentia), 실제적인 지식을 뜻하는 독트리나(doctrina), 경험적 지식을 나타내는 엑스페리엔티아(experientia), 인지(認知)를 뜻하는 코그니토(cognito), 지혜와 분별을 나타내는 사피엔티아(sapientia), 판단적 자각을 뜻하는 프루덴티아(prudentia), 사유적 숙고력을 포함하는 콘실리움(consilium) 등으로 표현된다.

특히 사이엔티아는 다분히 기독교적 사유와 결합되어 여러 가지로 분류되어진다. 천부적인 지식(scientia infusa), 습득된 지식(scientia acquisita), 경험적 지식(scientia experimentalis), 직관적 지식(scientia visionis), 단순 지성의 지식(simplicis intelligentiae), 필연적 지식(scientia necessaria), 본성적 지식(scientia naturalis), 자유로운 지식(scientia libera) 등 이다.

헬라시대에 지식의 개념이 정신과 물질적 세계에 머물렀다면, 로마시대에 지식의 개념은 신적 및 인간적 세계를 포괄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서양과 마찬가지로 동양의 유교문화권에서도 지식은 교육뿐만 아니라 물질적 및 정신적 세계로부터의 경험, 분별, 지각, 숙고 등의 방법을 통해서 획득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지식은 앎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지(知)와 천부적인 슬기 혹은 지혜를 나타내는 지(智)로 구분되어, 전자는 앎과 가르침(敎) 혹은 배움(學)을 통해서 획득될 수 있는 학문적 덕목으로 본 반면, 후자는 인(仁), 의(義)와 함께 실행적 덕목으로 보았다.

'대학(大學)'에서 나타난 명명덕(明明德)의 격물치지(格物致知)는 학문적 덕목인 지(知)를 통하여 도덕적 경지인 수기(修己)에 이를 수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지(知)는 배움(學)과 가르침(敎)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논어(論語)'에서 나타난 부단히 배우고(學) 익히는(習) 것은 교육을 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고전에서 가르침(敎)은 여러 가지 한자어와 결합되어 교육의 중요성을 나타내고 있다. 예로, 교육의 근본(敎本), 가르쳐 줌(敎授), 가르쳐 익히게 함(敎習), 가르쳐 지덕을 이룸(敎育), 가르쳐 깨우침(敎諭), 가르쳐 배우게 함(敎學), 가르쳐 타이름(敎誨), 가르쳐 착한 사람이 되게 함(敎化), 가르쳐 다스림(敎治) 등이다.

교학(敎學)에 근원을 두고 있는 동양과 마찬가지로 서양에서 교육의 의미를 담고 있는 고대 희랍어의 파이데이아(paideia)란 용어도 교학과 훈련, 문화의 개념을 포괄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의 의미는 라틴어에서는 강의와 배움을 통하여 인간의 가능성을 이끌어 내는 에루디티오(eruditio), 강의와 배움을 통하여 지식을 익히는 과정을 나타내는 독트리나(doctrina), 관습, 교육, 합의의 개념을 지닌 인스티튜티오(institutio)란 단어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의 뜻을 나타내는 용어는 교육적 절차와 과정 외에 윤리적, 사회적, 정치적인 제 현상을 포괄하고 있다.

위에서 기술한 것처럼, 동서양의 고전과 용어에서 함의하고 있는 지식과 교육의 관계는 일차적인 함수관계라기보다 교육은 지식을 획득하기 위한 통로이며 지식에 대한 부분집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대학교육은 극히 부분적인 학문적, 기술적 지식을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일생동안 필요로 하는 지식은 교육적, 윤리적,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예술적인 총체적 현상을 학습, 경험, 분별, 지각, 관찰, 숙고의 과정과 절차를 통해서 획득되어야 한다. 교육이 인간의 잠재된 가능성을 배움(學)을 통하여 끌어내는 행위라고 가정한다면, 지식은 일생동안 다양한 절차와 과정을 통하여 얻게 되는 소우주적인 인간이 필요로 하는 ‘물질적·정신적 세계의 총합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