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개혁을 앞세운 김대중 정부는 결국 교육부 장관의 잦은 경질과 교육 정책의 실패라는 상처만 남기고 끝나 버렸다. 그로 인해 사회 곳곳에서 교육 당국에 대한 불신은 깊어지고 공공연히 ‘교육부 폐지’나
‘교육부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 동안 교육 개혁을 위한 장관의 잦은 교체는 교육 관료들의 전문성을 빙자한 권위만 강화시키고, 교육 행정의 민주성과 공공성을 담보하지 못함으로서 교육 정책이나 행정 불신의 온상이 되었다. 신임 교육 부총리에게 일거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말고 시간을 주고 기다려 보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동안 교육부의 독단적인 정책과 행정의 실패 사례는 상당수다. 우리 전국 교수협의회나 교수 단체에서 ‘바보 코리아’ 정책이라고 그렇게 반대하던 ‘BK 정책’의 표류, 대학에 대한 경쟁과 능률만을 앞세운 시장론적 접근과 평가 방식으로 인한 교육의 본질 왜곡, 장관 교체 때마다 하나씩 던지는 입시 정책의 혼선, 엄청난 사교육비를 공교육비로 지원하겠다는 과거의 해프닝식 발상, 법률적인 구제 장치도 없이 시행된 교수 재임용제의 해직 교수 양산과 헌법 불합치 판결, 대학 설립 준칙주의라는 미명 하에 무분별한 사립 대학 설립 허용과 정원 미달 사태, 전교조와 교장단 간의 집단 갈등으로 인한 교단 불신, 인권 침해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는 NEIS 정책의 혼란 등이 그것이다.
이같은 정책의 실패와 시행 착오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교원 단체나 교수 단체의 의사를 배제한 교육 당국의 독단적 정책 결정과정이 초래한 당연한 귀결이다. 이 나라 교육은 이처럼 교육부에만 맡길 수 없을 정도로 중병이 들었다. 오죽했으면 별도의 대통령 직속 교육 혁신 기구를 만들어 교육 정책의 입안, 심의, 심사, 평가까지 맡기려고 하는가.
나는 이 나라 교육 개혁의 출발은 교육부의 개혁, 경직된 교육 관료 체제의 개혁에서부터 출발하여야 된다고 본다. 곧 출범할 대통령 직속 교육 혁신기구에서 우선적인 과제로 설정해야할 사안은 교육부 자체의 구조 개혁과 함께 교육 관료들의 경직된 발상을 전환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부터 마련하는 것이다.
지난번 정권 인수위가 보고한 교육부의 기능을 교육 정책의 개발과 지원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방안은 늦은 감이 있지만 적절한 처방이다. 그것은 교육부의 기능을 지금과 같은 과도한 정책 독점을 막기 위해 정책 개발과 집행 및 지원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시도로 보아 환영하는 바이다.
교육부는 이제 교육 개혁의 주체임과 동시에 개혁의 대상과 객체라는 인식을 하여야 한다. 교육부의 개혁을 통해 교육 행정의 독점적인 권한은 축소되고 그 권한은 대학이나 시도 지방 교육청으로 대폭 이전하고 이에 대한 책임은 엄격히 추궁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대학 총장이나 지방 교육 단체의 장도 과거의 중앙 의존형의 사고를 탈피하고 교육의 자율성 확보를 위한 실천의지를 가져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대학 총장이나 교육감에 대한 견제 장치로서 대학 교수회와 교육 위원회가 제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교육부의 독점적인 지배 구조를 분산적인 구조로 전환하고 교육 개혁의 추동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교육 혁신 기구이며, 이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자못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