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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로 만나는 권력은 위험하다 "
어제의 일이다. 이메일을 열어보는데, 좀 낯선 메일이 하나 들어와 있었다. 또 쓸데없는 광고메일이려니 하면서 들춰보았던 건데, 쓸데없는 광고는 아니었다. 쓸데없기는커녕 몹시 중요한 메시지였다. 대통령으로부터 온 이메일이었으니까 말이다.

다른 사람들의 경우에는 어땠을지 모르겠다. 나의 경우를 말하자면 반갑기 보다는 부담스럽다는 것이었다. 어째서 부담스러웠느냐 하면, 두가지 이유에서였다. 첫째는 일국의 대통령이 띄운 메시지인데 다른 메시지들과는 달리 정독하지않기 어렵고 둘째는, 이 메일을 삭제해도 좋은 걸까 하는 것이었다. 물론 대통령의 메일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다룰 게 없고 일상적인 메일 다루듯이 다루면 된다 하겠지만, 막상 한번 닥쳐보시라. 그게 그리 되는가. 그렇다면 그건 메시지를 띄운 대통령의 취지와는 어긋나는 일이 될 것이다.

나의 사소한 부담스러움이 정치권에서는 일파만파가 되는 모양이다. 정치권에서는, 메시지에서 언급한 '잡초같은 정치인'이 누구냐로 몹시 심경들이 안좋은 듯해 보인다. 그들의 심경이 좋든 안좋든 그야 우리같은 사람이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좀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난 게 아닌가 싶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리기는 어렵다.

정치권에서 문제삼고 있는 '잡초같은 정치인'이란 실상 메시지의 내용에 관한 것이다. 헌데, 진짜 문제인 것은 그 내용보다 그 형식이지 싶다. 대통령의 메시지가 단 몇초 사이에 전국민에게로 전달되고 배달될 수 있다는 그 집단성과 그 초스피드성 말이다.

메시지를 읽으면서 예전 읽었던 어떤 소설책의 내용을 떠올리게 되었다면, 지나친 감상일까. 조지 오웰의 1984년이었다. 통제사회와 그 통제사회를 가능케하는 감시체제의 은밀성을 다루고 있는 소설인데, 대통령의 메시지를 읽는 동안 왜 그 소설의 내용이 떠올라왔는지는 그다지 의심스러운 일이 아니다. 인터넷의 속성상 소설에서 언급된 감시체제의 그 은밀성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오프 라인 상에서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직접 메시지를 띄운다고 해 보라. 그 비용과 그 인력, 그 번거로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대통령의 고충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다. 개혁의 과제는 산적한데, 제도권 안에 지지기반은 취약하고 직접 국민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현실인식에서부터 나온 행위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하더라도, 이건 아니다. 대통령이 국민을 만나는 방식이 지나치게 은밀하다. 권력체와 개인은 결코 은밀하게 만나서는 안된다. 그렇게되면 일방적으로 권력체의 의사가 개인의 의사를 뚫고 들어가 잠식해버리기 마련이다. 조지 오웰이 우려한 1984년의 통제사회가 바로 그것이었다.

인터넷이 권력체와 국민과의 만남을 은밀하게 일어나게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권력창출에의 인터넷의 이용은 거의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갈수록 정치의 인터넷에의 의존이 심화되리라는 사정은 이렇기 때문에 불을 보듯 확실하다. 그러나 바로 이렇기 때문에 또한 인터넷에 의한 권력창출은 위험할 수 있다. 국민을 단지 하나의 조작가능한 수단, 로보트로 전락시키고 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성, 부작용이 인지된다면 인터넷의 정치적 이용은 신중을 기해 접근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인터넷에 의한 권력창출의 성공도 너무 떠들고 다닐 일이 아니다. 대통령의 메시지를 접하면서 어버이날에, 잠시 섬뜩해야했던 이유이다.

이호림 객원기자 / 영서대, 영남대 강사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3-05-12 오후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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