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들의 도전기는 범상치가 않다.
덕성여대 산악부 ‘운산’. 지금 이 시각 그들은, 아마추어 여성들로서는 최초로 ‘마의 산’ 매킨리를 공격하고 있다. 영남대 자작자동차 동아리 ‘YUSAE’ 역시 미니바하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그리고 고려대 벤처창업동아리 ‘젊음과미래’. 엉뚱하게도 ‘퓨전 떡’을 팔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지극히 평범한 동아리 3곳이 떠나는 탐험에, 기자 또한 염치 불구하고 무임승차를 감행했다. 궁금하면 함께 떠나시든지.
“창대히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크게 좌절하지도 않는다”
● 유명하지도 그렇다고 평범하지도 않은, 고려대 벤처창업동아리 ‘젊음과미래’
멤버 구성부터가 독특하다. 새내기가 동아리 문을 두드리는 일은 당연지사이지만, 대학원 2학기과정을 밟는 이가 여기에 얼굴을 내밀다니. 또 누구는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다 몇 년째 새내기 소릴 듣는 이도 있단다. 요즘 세상에 컴맹이 자랑인 사람도 있는데, 이쯤이야 뭐.
동양화를 전공한 최수정 씨(미술교육대학원․97학번), 동아리 홍보팀을 이끌고 있는 이지은(사회․3) 양, 게임이 마냥 좋다는 김소희(컴퓨터․1) 양, 프로젝트팀 ‘후크’의 박건주(생명환경과학․1) 군, 그리고 박 군의 친구이자 온라인게임 2D디자이너 조형래 군. 물론 조군은 고대생이 아니다. 어엿한 직장인이다. 하지만 친구가 여기에 있다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에 같은 일원이다.
이 별난 친구들을 이끄는 이가 고형석(재료공․3) 군. 고려대 벤처창업동아리 ‘젊음과미래’ 6대 회장이다. 고 군의 휘하(?)에는 이런 친구들이 18명.
“창업동아리라고 해서 죄다 벤처 사장들이 득실거리는 그런 곳이 아니다. 우리는 사회에 나가기 위한 소양을 닦는 무리일 뿐이다. 다만, 우리들만의 방식으로 말이다.”
고 군의 설명대로, 그들만의 방식이란 간단하다. 제한이 없다. 자유분방 그 자체이다. 일단 회원가입에 아무런 제재가 없다. 딱히 정해진 가입시즌이 있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가입자격을 명시한 문구도 없다. 98년 창립 이후 쭉 그랬다. 다만, ‘코드’만 맞으면 된다. 지금도 문은 열어두고 있단다.
12일부터 5일간 열리는 대동제에서는 그간 갈고 닦은 실력을 바탕으로 본격 사업에 나선다. ‘퓨전 떡’을 비롯, ‘생과일주스’, ‘액세서리’ 3개 부문. 사업계획서와 마케팅전략회의 등을 통해 물샐틈없이 준비한 프로젝트다.
또 강연회도 준비중이다. ‘영철버그’로, 고려대 명물로 통하는 김영철 씨의 강연회가 그것. 단돈 2만4천원으로 영철버그 3호점까지 열게 된 그만의 노하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12일 단 하루뿐.
현재 전국 2백21개 대학에 등록된 창업동아리 수는 895개. 대학별로 평균 4개 이상 동아리가 활동하는 셈이다. 1년전 보다 73% 증가한 수치다. 예비 사업가를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 수만도 2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젊음과미래’ 역시 이들 2만 명 가운데 열 다섯일 뿐이다. 다만, ‘어디에 도달하느냐 보다는 그 여정이 더 소중하다’고 믿는 이들이다. 참고로, 이 구절은 아라비아 속담 가운데 하나.
“산들의 어머니여, 당신이 간직한 그 놀라움을 보이소서”
● ‘매킨리봉 정복’ 나선 덕성여대 산악부 ‘운산’
왜 산에 가느냐는 질문에 대한 최고의 대답은 ‘산이 거기 있으니까.’ 에베레스트 초등자 에드먼드 힐러리 경의 이 답변을 능가할 산악인은 앞으로도 쉬 나오기 힘들 듯하다. 현재 매킨리봉(높이 6천194m)을 ‘공격’중인 덕성여대 산악부 ‘운산’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 그들의 대답은 다만 솔직할 뿐이다.
“존폐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여대 산악부가 하나 둘이 아니다. 그저, 그들을 격려하고 싶다. 아울러 우리 스스로의 힘을 북돋우고 싶을 따름이다.”
매킨리는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올랐던 고상돈 씨가 지난 79년 등반 중 사망해 국내 산악인에게는 한이 서린 산. 북극점에 가까운 높은 위도로 공기층이 옅어 체감고도가 7천m에 이르는 만년설, 그 자체이다.
산악인들 사이에서는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봉(8천848m)보다 오히려 등반 고도 면에서 앞서는 것으로 지목되는 산이기도 하다. 게다가 셀파나 포터의 도움 없이 등반자가 최소의 필수장비만을 갖고 빠르게 정상을 등정하는 ‘알파인 스타일 등반’을 택하고 있어, 원정대는 현지에서 60㎏의 썰매를 직접 끌면서 전진해야 한다.
여기에 덕성여대 5인방이 도전장을 낸 것이다. 자일은 산악부 OB와 재학생이 함께 묶었다. 팀을 총괄하는 원정대장은 ‘아줌마 산악인’인 배경미(83학번) 씨가 맡았고, 정상 공격은 등반대장인 김인경(93학번) 씨의 몫이다. 여기에 조혜진(98학번) 씨가 가세하고, 재학생은 장용희(통계 4), 박희정(심리 3) 양이 참가한다. 산악부 창립 32주년 기념 등반인 만큼 20여 년의 세월 또한 한데 동여맨 셈이다.
운산은 지난 90년 ‘일본 북알프스’를 여대 산악부 최초로 등정하면서 발군을 실력을 선보인바 있다. 이번 원정을 위해서 지난 여름 ‘59일간의 백두대간 대장정’을 완주했다. 역시 여대 산악부로서는 최초의 일이다.
“주말마다 모여 북한산 등지에서 실전을 방불케 하는 등반훈련과 20㎞ 산악달리기훈련 등으로 이번 원정을 준비해 왔다”며 “고소적응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심폐기능 강화 훈련을 겸했다”고 등반대장 김 씨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세계 7대륙 최고봉 가운데 북미 최고봉이라는 알래스카의 매킨리봉과 국내 여자대학 최초의 해외원정이라는 두 수식구가 만나면서 화제가 됐던 운산은 지난 9일 32일간의 일정으로 서울을 떠났다. ‘마의 산’ 매킨리에 대한 이들 아마추어 산악인들의 도전은 ‘웨스트 버트레스(west buttress)’라는 루트를 따라 28.4km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 이 시각!.
“국제대회 통한 현장 경험이 곧바로 살아있는 공학교육인 셈”
● 미국 SAE 대회 휩쓴 영남대 자작자동차 동아리 YUSAE
자작자동차. 특히 300cc급 엔진을 장착한 것으로 학생들이 직접 설계, 제작한 차를 가리킨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미국 유타주 프로보에는 전 세계 대학 자작자동차 동아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003 미국 자동차공학회 서부 미니 바하(SAE West Mini-Baja) 대회’.
1백여 개가 넘는 팀이 참가했다. 이곳에서 유난히 주목받은 팀은 영남대 기계공학부 자작자동차동아리 ‘YUSAE’.
“지난 97년 SAE 산하 국제 학생동아리로 인증 받은 것은 아시아권 최초였다”며 “이후 매년 국제대회에서 각 분야별 수위를 놓치지 않았던 팀”이라고 황평(기계공학부) 교수는 YUSAE를 소개했다.
동아리 지도교수이기도한 황 교수는 “강의실에서 배운 이론적 공학지식을 응용해 자신의 실력을 평가하고 세계의 공학 흐름 또한 섭렵하게 된다”며 “이러한 현장 경험이 곧바로 살아있는 공학교육인 셈”이라고 대회 참가 의의를 밝혔다.
YUSAE는 지난 92년 실질적이고 창의적인 교육 및 현장응용의 필요성에 의해 영남대 기계공학부 동아리로 탄생했다.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주최 미니바하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올해로 벌써 네 번째.
첫 출전은 2000년. 당시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렸던 중서부(Mid-West)대회에서 YUSAE는 1백6개 참가팀 중 기술보고서부문 5위, 종합성적 58위를 기록했다. 두 번째 출전인 2001년 대회에서는 96개 참가팀 중 제동력 테스트 1위, 디자인 2위, 종합성적 43위로 선전했다.
지난해 대회에서는 1백27개 참가팀 중 독창성 1위, 내구력 12위, 외관디자인 15위와 종합성적 20위라는 주목할 만한 기량의 향상을 선보였다.
이러한 출전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산악지대 험준한 지형이 가장 큰 특징인 ‘미니 바하 서부(Mini-Baja West)대회’에 새로이 도전장을 낸 것. 이를 위해 산악지형에 적합한 전진 2단, 후진 1단 기어를 별도 개발․제작, 대회를 준비했다. 특히 올해 대회부터 공학도의 비즈니스 마인드 함양을 위해 신설된 ‘자동차 판매계획 보고서’ 테스트에도 만전을 기했다.
한편, 지난 76년부터 시작된 미니바하대회는 SAE가 주관하는 자동차대회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대회. 미국의 유명한 자동차경기대회 ‘바하1000’에서 대회 명칭을 빌려온 것으로 1인승 소형 자동차 오프로드 경기다. 매년 미국 동부․중서부․서부 등 3개 지역과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영남대에서도 개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