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홈 > 뉴스 > 칼럼/이슈 홈

목록
프린트 스크랩
최연구 칼럼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재무예산실장
[최연구 칼럼] 최연구
선거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
최연구 / 국제관계학 박사, 한국과학문화재단 전문위원
지난 4월 24일 실시된 재보선은 노무현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치른 선거였다. 전국 32개 지역에서 국회의원 3명, 기초단체장 2명, 그리고 광역의원 4명과 기초의원 23명을 선출한 이번 선거는 새 정권에 대한 첫 번째 여론의 심판이자 정치권의 세력 판도를 점검하는 계기였던 만큼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었다.

특히 관심을 끌었던 것은 국민의 대표를 뽑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였다. 고양시 덕양갑을 제외하고는 모두 야당이 승리함으로써 노정권의 앞길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이런 국민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정작 투표율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4.24재보선의 평균투표율은 29.5%에 불과했는데, 말하자면 투표한 사람이 세 명중 한명도 안 된다는 이야기다. 이런 저조한 투표율을 두고도 과연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수 있을지, 선거의 의미를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노정권이 내세우는 참여정부라는 모토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바퀴벌레에는 바퀴가 없고, 귀뚜라미 보일러에는 귀뚜라미가 없고 참여정부에는 참여가 부재하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사실상 현대 민주주의하에서 국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선거밖에 없다.

따라서 선거에 대한 참여가 저조하고 정치에 대한 불신이 심하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 징후이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민주주의하에서의 선거에서는 누가 당선 되는가 보다는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적극적이고 자율적인 참여가 더 중요하다.

그간의 여러가지 지표들을 보면 국민들의 정치 불신은 지속적인 투표율 저하로 나타났고 이제 그 정도는 위험수위에까지 이르렀다. 정치에 대한 불신은 민주국가로서의 정체성과 효율성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존립에 대한 위협이 될 수도 있다.

1차 세계대전시기 프랑스의 정치가 조지 클레망소(1841-1929)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전쟁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기에 장군들에게만 맡길 수 없다." 전쟁은 국가의 운명이 걸려있는 중대사이기에 전쟁 지도자에게만 맡겨서는 안되고,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한편, 국민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비단 전쟁만이 아니다. 국민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정치나 정치 구도를 좌우하는 선거도 마찬가지이다.

대의민주주의체제에서의 정치적 대표성 문제에 대해 일찍이 장 자끄 루소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18세기 영국인들은 매 5년마다 자신들의 대표를 직접 선출하므로 스스로를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은 5년 중 단 하루만 자유로울 뿐이다." 일반적으로 대표를 뽑는다는 것은 대표를 선출하는 사람들이 대표자들에게 통치권을 양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의회는 통제되지 않는다. 5년이 지난 후 다음 선거에 의해서만 의회가 통제될 뿐이다. 선거에 의해 국민의 대표를 뽑지만 일단 선출된 국회의원을 국민이 제어할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현대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한계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선거때만큼은 국민이 자유롭고 자율적이야 한다. 선거에 임하는 유권자 개인은 자율적이고 합리적이고 공공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어야 하며, 선거 공간에서는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선택의 자유가 최대한 주어져야 한다.

이런 전제 하에서만 유권자들은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고, 최선에서 최악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가능성 중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이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권자인 국민 개개인이 선거라는 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 정치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선거참여의 의미조차 스스로가 절하해 버린다면 민주주의는 더 이상 설 자리를 잃어버린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은 구태의연한 정치행태가 아니라 오히려 정치적 무관심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시민의식이다. 참여민주주의의 최대의 적은 바로 정치적 불신과 무관심이다.

최연구 칼럼 | 입력 : 03-05-06 오전 9:29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목록
프린트 스크랩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1 지나가다 전적으로 동의 합니다. 2003-05-07
1 

최신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