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으로 지난 20일부터 28일까지 ‘2006~2010년 국가재정운용계획’ 공개토론회를 열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총 12개 분야에 걸쳐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서 교육과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제기된 쟁점과 대학 경쟁력 강화 방안을 소개한다. <편집자>
대학 교육의 ‘저투자·저효율’의 악순환 고리를 끊으려면 재정지원을 대폭 늘리고 장기발전계획아래 엄격한 성과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대학 신설·폐지, 정원 정책, 입시 등 관료적 규제는 풀고 사립대가 보유한 부동산과 설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투자재원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 대학경쟁력 실패 원인은?= 우천식 KDI 산업·기업경제 연구부장은 “경쟁력 약화는 대학에 대한 투자재원의 부족과 투입재원의 비효율적 활용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라며 “구조개혁 청사진이 미흡하고 정책적 리더십 부재가 가장 큰 문제”고 밝혔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은 “지나친 이론교육과 특성화 미흡, 인재육성 철학 부족 등으로 인해 산업발전에 적합한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송희 강원대 평의원회 의장은 “우리 기업이 세계적 순위에 오르는데 인력을 공급한 것이 대학”이라고 상기시킨 뒤, 정부의 직·간접적인 규제가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
박원주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도 “교육부는 권장사항이라고 말하지만 재정지원과 연계된 정책이 반강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규태 교육부 대학구조개혁팀장은 이와 관련, “국민의 세금으로 교육의 질을 관리하고 학습권 보호, 사회적 통합 등의 정책목표를 달성하려면 재정지원과의 연계는 최소한의 장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현청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지금 대학은 돈과 학생, 취업할 곳이 없는 ‘삼무’의 고민에 빠져있다”며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투자가 빈약한데다 재정지원의 일관성도 없고 부처별 중복 투자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진단.
서병훈 기획예산처 사회재정기획단장은 “구조개혁, 특성화 추진을 위해서는 민주성과 책무성을 갖춘 지배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대학도 전문경영인 체제가 강화돼야 하며 기업, 지방자치단체와의 네트워킹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자율화 확대·구조개혁이 관건= 이현청 사무총장은 “자율화를 대폭 확대하고 대학 브랜드를 특성화·차별화하는 게 필요하다”며 △수도권-비수도권의 균형 성장 △국·공립-사립의 기능 차별 △학문영역 중심의 특성화 지원 정책을 강조했다.
우천식 부장은 “국립대의 경우 정원을 줄이고 질을 높이며 법인화를 추진한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이후’ 계획이 부재하다”며 “고등교육 전체에 대한 장기 발전계획과 재정지원 방안을 세워 일관된 방향으로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병훈 단장은 “학점인정, 교육과정, 학생선발, 학교 신설 등에 있어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규제를 풀어야 한다”며 “입시도 고교 졸업후 취업했다가 필요에 따라 진학이 수월하도록 제도와 교육과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송희 의장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특성화를 유도할 것이 아니라, 경쟁체제하에서 결과론적으로 나타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 박원주 이사장은 “정보공시제 도입이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겠지만 출발점이 다른 대학들 간에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고등교육 예산 확대 시급= 김송희 의장은 일본의 경우 교육예산의 24%가 고등교육에 쓰인다면서 예산 확대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규재 위원은 산업과 대학간에 죽음의 계곡이 있다는 비유와 같이 대학에 돈이 가면 어디로 쓰이는지 알 수가 없는 구조 아래서 재정지원을 확충하는 것은 현 체제만 연장시키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규태 팀장은 “대학교육이 보통교육화된 지금에는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가 획기적으로 늘어야 한다”면서 “3백50개 대학을 그대로 둔 채 재정지원을 하면 밑빠진 독에 물 붓기로, 구조개혁 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병훈 단장은 “교육예산 중 86%를 차지하는 초중등 부문의 재정구조를 어떻게 고등교육에 배정할 것인가가 화두”라며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학생수 감소, 지역별 학교증설 소요 등을 면밀히 검토해 장기 교원인력 수급문제를 고민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각종 사업성과, 평가 시스템을 개발해서 민간, 기업, 정부가 함께 교육재정에 동참하는 시스템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산학협력이 안되는 이유= 유병규 본부장은 산학협력이 주요대학과 주요기업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활성화되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식과 경험 부족, 인력과 예산 부족, 신뢰 부족 등이 그 이유.
그는 산학일체형 대학시스템을 구축해 대학-기업간 정보시스템을 마련하고 산학협력 실적을 교수 평가에 많이 반영하는 평가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원주 이사장은 “현재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설비나 자산에 대한 상업적 활용을 막는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며 “민간기업의 대학투자 특히 지방대학 투자에 대한 세제상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4년제 대학들의 보유한 부지는 1억3천만 평에 달하나, 국유재산법·사립학교법에 의해 대학부지내에 타인소유 시설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어 사업화가 미진한 실정.
우천식 부장은 “교사와 교지의 임차를 금지하는 등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수익성 자산의 활용을 제한하는 규제를 개선, 자체 조달 재원의 기반을 확충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 및 공익 목적에 부합하는 시설의 학교부지내 입지를 허용하고 산업체와 정부, 지자체 협력하에 기존 학교부지를 테크노파크로 재개발하는 것도 촉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성과지표 개발·평가 강화= 이현청 사무총장은 “기관평가, 학문평가 외에도 특수목적 평가나 구조조정, 재정운영 효율성 분야도 감안해야 한다”며 “평가 철학, 방법, 절차에 있어 대학경쟁력 강화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우천식 부장은 “대학단위 중심에서 개인/사업단을 지원하는 사업의 비중을 늘리고 엄격한 투자성과관리체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며 "고등교육평가원은 컨설팅 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병훈 단장은 앞으로 대학에 대한 포괄지원은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단과대학별, 학과별로 특성화 장기발전 청사진이 나오고 이에 대한 성과지표를 개발해 성과협약을 체결, 사후 평가하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