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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정취 물씬 ‘한여름밤의 꿈’
사람과 도깨비들의 귀여운 사랑소동
극단 ‘여행자’ 오는 27일까지 무대 올려
색깔 없는 나무 바닥, 나무 기둥 사이 사이로 어설피 드리워진 누런 광목 천. 단순하다 못해 심심하기까지 한, 작은 소극장 무채색의 무대에서 지금 신명나는 놀이 한 판이 펼쳐지고 있다.

몽환적이고 로맨틱한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밤의 꿈>. 매년 여름 수천, 수백 가지 종류의 버전이 세계 각국에서 막을 열고, 관객들은 그 뻔한 스토리를 즐기기 위해 ‘기꺼이’ 무대를 찾는다. 왜냐고?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지금 대학로의 리듬공간 소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연극 <한여름밤의 꿈>을 한번 관람하기를 적극 권한다. 원작의 골격과 알맹이를 가져다 이토록 새롭고 재밌는 ‘살’을 붙일 수만 있다면, 열 번, 스무 번을 봐도 그 재미가 줄어들지 않을 테니까.

해질녘, 마을 어귀 고목 주위의 도깨비불과 함께 춤과 악(樂)을 좋아하는 도깨비들의 흥겨운 군무와 노래로 무대의 막이 오른다. 몰래 만나 서로 사랑을 키워 온 항과 벽. 그러나 벽은 아버지가 정해 준 정혼자 ‘루’에게 억지 시집을 가야 한다. 결국 이 두 사람은 야반도주를 하기로 결심하고, 이를 우연히 알게 된 벽의 친구 익이는 자신이 사랑하는 루의 마음을 얻기 위해 루에게 그들의 도주 사실을 알린다. 여기에 바람둥이 도깨비 가비의 아내가 남편의 바람기를 혼내주기 위해 비밀스런 일을 계획하면서, 사랑에 얽힌 사람과 도깨비들의 ‘귀여운’ 사랑 소동이 펼쳐진다.

극단 ‘여행자’에서 선보이는 <한여름밤의 꿈>은 이것이 과연 셰익스피어의 원작이 맞는가를 의심케 할 만큼 철저하게 한국적으로 포장된 작품이다. 야시시한 요정들 대신에 수더분하고 순진한 도깨비들이 무대를 채우고, ‘라이센더’ ‘허미아’ ‘디미트리어스’ ‘헬레나’ 같이 기억은커녕 발음하기도 버거운 주연 연인들의 이름도 우리 별자리 이름을 따서 ‘항’ ‘벽’ ‘루’ ‘익’ 등으로 아름답게 명찰을 바꿔 달았다.

북, 징, 장고 등 우리의 정겨운 악기들이 시작부터 끝까지 배우들의 몸짓과 하나가 되어 무대를 꽉 채우고, 전통 민요의 가락을 기본으로 한 구수한 노랫가락들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철저하게 잘 훈련된 배우들의 ‘몸’ 연기는 이 작품의 백미. 춤이라고 하기에는 그다지 현란하지 않으면서도, 단순히 무대 동작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파격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펼치는 애절하고 안타까운 몸짓하며, ‘깜찍한’ 음모를 준비하며 좋아서 깡충깡충 뛰는 도깨비 부인의 몸짓, 야반도주하는 연인들이 길을 찾을 수 없도록 끊임없이 장난을 거는 도깨비들의 현란하고 분주한 몸놀림 등은 시종일관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한 순간도 똑같은 표정을 보여 주지 않는 도깨비들의 유머 가득한 노래와 춤은 매 순간 관객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드는가 하면, 덩실덩실 절로 어깨춤이 나오도록 흥겨움을 안겨 준다.

배우 출신의 신세대 연출가 양정웅 씨가 극본과 연출을 동시에 맡은 이 작품은 이미 지난 해 7월, 밀양 여름공연예술축제에 참가해 대상과 인기상을 받으며 일반의 주목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한국 연극협회에서 뽑은 ‘올해의 좋은 연극 베스트 7’에 선정된 바 있다. 한여름밤, 탁월한 선택이 될 도깨비들의 잔치 <한여름밤의 꿈>은 오는 27일까지 계속된다.

문의: 문화아이콘 (02)762-0810

김보영<객원기자>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3-07-04 오후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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