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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하지 아니한 자, 대학을 사랑할 자격이 없다.
조광제 / 본지 전문위원, 대학정의실천 교수연합 공동대표
현대의 대학은 중세대학의 이념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중세대학은 교수와 학생이 교황권과 왕권으로부터 진리탐구와 학문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 탄생된 것이다.

오늘날 세계의 유수한 대학들이 이러한 중세대학의 이념을 계승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재단과 임용권자가 중세왕권에 버금가는 권력을 갖고 있어 학문의 자유를 누리기는커녕 여러모로 교수들의 목을 죄고 있어 중세대학의 이념과는 거리가 멀다.

이 나라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사학이 부끄럽게도 사유화, 족벌화 되고 대를 이어 세습까지하고 있어 이를 감히 비판하고 저항하는 교수들은 왕권에 도전하는 죄목으로 가차없이 대학밖으로 추방당하고 있다. 지속되는 재단의 독단과 전횡, 부정비리에 대학안의 교수들은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고 귀가 있어도 못들은 체, 눈이 있어도 못본체하여야 겨우 생존할 수 있다. 분명 대학은 ‘독립적인 사고와 비판의 센터’이어야 하는데 한국의 대학은, 한국의 대학교수는 그렇지 못하다.

그리하여 지금 한국의 대학은 학문의 자유, 비판의 자유를 속박당한 채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교수에게 법적정년 65세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직위에 따라 기간을 정하여 임용하고 임용기간이 만료되면 재임용할 것인가 말것인가는 전적으로 재단이나 임용권자에 달려 있다.

재단에 저항하고 비판적인 교수들을 눈보아 두었다가 한두번 징계해임하다가 살아돌아오면 재임용때 탈락시켜 버리면 약도 없다. 재임용탈락교수는 재임용여부는 전적으로 임용권자에 달려있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교육부 재심대상도 아니고 민사소송의 대상이 되지 못해 백이면 백 패소(소각하) 판결을 받는다. 이리하여 해당 교수는 신분구제의 장치도 없이 해직 교수라는 꼬리표를 달고 대학사회에서 추방되어 서서히 폐인이 되어 간다.

한 사람의 정의로운 교수를 양성하는데 들어가는 시간, 돈, 정력을 감안하면 이는 크나 큰 사회적, 국가적 손실이다. 부당한 이유로 교수 신분이 박탈당해도 재판조차 받지 못하는 나라는 이 지구상에 대한민국 뿐이다. 그리하여 지난 1976년 유신정권때 바른 소리하고 껄끄러운 교수들을 솎아내기 위한 불순한 동기로 도입된 교수기간임용제로 인해서 해직된 전국의 교수수는 무려 1천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정부는 지금까지 이에 관한 통계조차 없다).

그런데 지난 2월 27일, 헌법재판소는 교수기간임용제를 규정한 구 사립학교법 제53조의 2 제3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란 해당법률이나 법률조항이 헌법과 합치지 아니한다는 것으로 본질에 있어서는 ‘헌법에 위반된다’(verfassungswidrig)는 의미 즉 ‘위헌(違憲)’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복직 소송도 할 수 있고 잘못된 법을 만들어 잘못 시행한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도 청구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시점에서 정부는 잘못된 법을 만들고 이를 무차별 적용하여 양산한 수백명의 전국대학 해직 교수들에게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 넘게 그들의 생존권을 박탈하고 학문과 명예를 박탈하며,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데 대해서 공식적으로 사과를 해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나서, 결자해지의 자세로 그 책임이 있는 정부가 직접 나서 악법조항에 피해를 입은 해직교수들 전원을 행정적 조치로서, 일괄복직 조치함이 타당할 것이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아니라도 소위 이적행위, 반정부, 불순용공분자라는 죄목으로 중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조차 사회정의 차원에서 사면, 복권되고 요직에 종용되는 마당에 정부대신 대학민주화에 앞장서다 희생당한 해직교수들을 더 이상 외면할 이유는 없다.

지난 민주화시절, 정권은 공문하나로 참교육을 부르짖는 1,500명의 전교조 교사들을 해직시켰다가 4년후인 1993년에 역시 공문하나로 해직교사 전원을 복직시킨 선례가 있다. 그리고 유신정권때에 해직된 교수들을 정부 스스로 복직시켜 그들이 지금까지 대학과 나라를 위한 실천하는 지성이 되고 있지 않는가?

“비판하지 아니한 자, 조국을 사랑할 자격이 없다!”이는 이차대전때 독재자 히틀러의 폭압에 항거하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백장미회(Die Weisse Rose)’ 독일 대학생 한스 숄의 절규이다. 조국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목을 내놓고 비판한 것이다. 비판하지 아니한 자, 대학을 사랑할 자격이 없다. 이 시대 우리의 대학을 살리기 위한 우리 모두의 절규이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3-07-21 오전 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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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정규 하나님의 존재를 의심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신앙심을 논의할 수 없듯이 대학의 부조리와 잘못된 관행을 비판할 수 없는 사람은 교수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이 아닐까? 2003-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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