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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구 칼럼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재무예산실장
[최연구 칼럼] 최연구
20세기는 전쟁의 세기, 그러면 21세기는?
최연구 / 본지 전문위원, 국제관계학 박사
이미 역사가 되어버린 20세기는 전쟁과 혁명으로 점철된 세기였다. 수천만 명의 사상자를 낸 전대미문의 두 차례 세계대전 그리고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등 전쟁이 끊이질 않았고, 또 한편으로는 러시아혁명을 필두로 중국혁명, 쿠바혁명, 이란혁명, 니카라과혁명 등 지구 도처에서 혁명이 들끓었던 시기였다.

20세기에는 수많은 인명 대량 살상이 있었고, 그래서 인간성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마저 제기되었다. 이렇게 전쟁과 혁명으로 얼룩진 20세기를 1970년대에 유태인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폭력의 세기‘라고 규정했다.

특히 20세기에는 냉전이라는 초유의 정치 현상이 인류사에 뚜렷한 획을 그었다. 두 초강대국의 팽팽한 긴장과 세계의 양극화 현상으로 나타났던 20세기의 냉전은 결국 한 세기를 넘기지 못하고 세기말에 종식되고 말았다. 냉전이 종식된 후, 인류는 새로운 세기와 새 천년을 맞으면서 전쟁 없는 항구적인 평화를 꿈꾸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엄했고, 21세기 벽두는 또다른 양상의 폭력의 세기를 예고했다.

다름아니라 9.11테러였다. 2001년,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본토를 강타해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9.11테러는 역사의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 많은 정치학자들이 21세기 국제정치사를 9.11테러 이전과 이후로 구분하고 있을 만큼, 그 사건이 가져온 파장은 엄청났다.

어쨌거나 21세에도 전쟁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21세기 전쟁은 20세기 전쟁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20세기의 전쟁은 국민국가간의 전쟁, 식민지와 본국간의 전쟁 등 교과서적인 전쟁이었지만 21세기 전쟁은 초강대국과 테러조직과의 전쟁, 군사적 불균형이 현저한 초강대국과 약소국의 전쟁, 깡패국가와 다국적군과의 전쟁 등 오히려 더 비도덕적이고, 뷸균등하고 또한 더 명분없는 전쟁들이다.

미국과 알 카에다와의 전쟁, 미국과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 미영연합군과 이라크의 전쟁은 결과가 뻔하고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 예견되는 전쟁이었다. 또한 얼굴 없는 전쟁으로 불리는 대테러전쟁은 그 방향과 결과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인류에게 냉전 이상의 두려움과 불안감을 안겨주는 전쟁이다. 21세는 그래서 더 불안하고 위협적인 세기가 될 위험이 있다.

비단 군사적인 전쟁만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세계는 세계화의 진행과 함께 국경 없는 무한경쟁시대로 치닫고 있다. 비행기 속도만큼이나 빠른 자본의 유통은 이제 세계화 시대의 상징이며, 이제 인류는 시장 확보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전지구적인 차원의 적자생존경쟁을 치러야 할 것이다. 시장과 자본의 세계화로 특징지어지는 오늘날의 세계화는 국가간, 기업간, 조직간에 이루어지는 무한경쟁의 경제적인 전쟁에 다름 아니다.

또 한가지, 21세기의 중요한 전쟁은 과학기술전쟁이다. 21세기의 과학기술은 워낙 첨단기술인데다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어 미래사회의 변동을 예측하기조차 어렵다. 신의 영역으로 믿어왔던 인간유전자 지도가 밝혀졌고, 머리카락의 1000분의 1 크기인 10억분의 1m의 극미세물질을 조작하는 나노기술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기술은 의심의 여지없이 미래변동의 최우선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이제 과학이 없는 미래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그런데 과학기술이 21세기를 읽는 중요한 코드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전쟁이나 경제력을 뒷받침해주는 근본적인 토대가 결국은 과학기술이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를 초토화시긴 미국 군사력의 위력은 바로 첨단과학기술로부터 나온 것이다.

지난 이라크전쟁에서 분명히 입증되었듯이, 현대 전쟁의 성패는 전투에 대한 의지나 병사들의 사기에 의해서가 아니라 첨단무기기술, 즉 과학기술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과학기술경쟁은 단순한 산업기술을 통한 경제적인 경쟁 차원만에 국한되지 않는다.

20세기가 전쟁의 세기였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면 21세기는 어떤 세기가 될 것인가? 지금과 같은 국제정세, 지금과 같은 미국의 절대적인 헤게모니가 지속된다면 21세기는 또다시 무한전쟁의 세기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지속적인 평화’라는 인류의 오랜 염원을 실현 불가능한 숙제로 덮어둔 채 말이다. 그래서 21세기 국제정치의 미래는 결코 밝지가 않다.

최연구 칼럼 | 입력 : 03-07-21 오전 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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