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실, 이 문제는 비단 대학 단위의 국고지원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BK21과 같은 연구소 단위의 선정과 지원, 나아가 유망한 벤처기업이나 유수 영농인에게도 비슷한 원칙이 적용되어 왔다. 이들이 대부분 실패하였음은 어떤 연유에서일까?
흔히 경쟁을 시장논리의 핵심요건으로 간주하고, 경쟁을 유발하는 모든 정책을 시장논리로 확대해석한다. 그렇지만, 시장논리에서 강조되는 경쟁은 특수한 의미를 갖는다. 경제학에서의 경쟁은 수요자와 공급자가 무수히 많아서 어느 한 개인의 전략적 행동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 즉 전략적 행동이 완전하게 상호견제되는 상태를 말한다.
역설적으로, 그 결과는 각 개인이 효용극대화 또는 이윤극대화에만 전념하게 하고, 장기적으로 이윤은 영(零, zero)에서 균형을 이루게 된다. 요컨대, 시장경쟁의 핵심은 경쟁 자체가 아니라, 전략적 행동 따라서 지대추구행위의 완벽한 상호견제에 있다.
정부지원을 얻기 위한 경쟁은 시장경쟁과 전혀 다른 구조를 갖는다. 정부가 특정한 교육 또는 연구라는 공적 서비스를 대학으로부터 구매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도, 공급자는 다수이지만, 수요는 독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정부는 공적 서비스의 최종적 수요자를 독점적으로 대행하는 위치에 있다.
더욱이, 정부는 교육 또는 연구라는 공적 서비스의 품질을 평가, 예측함에 있어서 정보적으로는 물론 동기구조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다. 결국 각 대학은 이러한 독점 수요자의 정보나 동기상의 취약성을 최대한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정부의 판별기준을 추측하고 최대한 그에 부합되는 요식조건을 갖추려고 경합하게 된다.
여기서 연고주의, 부정, 부패가 생기기 쉽다. 패자는 승복하기보다는 냉소와 방관에 빠진다. 똑같이 경쟁이라고 부르지만, 이러한 경쟁은 경제학에서 경쟁(competition)이 아니라 경합(rivalry)에 해당한다. 그것은 시장경쟁보다는 오히려 권력조직에서의 부하들의 충성경쟁, 또는 연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연애경합과 유사하다.
물론 교육부 자체도 정부조직의 한 부분이며, 재량권 남용에 대한 견제를 받는다. 따라서, 교육부도 전략적으로 행동한다. 책임회피를 위하여 각 사업 담당자는 유수한 대학에 지원을 집중한다. 시장이라면, 과다한 특정작물에의 편중은 선물가격을 떨어뜨려 중복을 제한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지원에서는 시장에서와 같은 과다집중에 대한 견제가 작동하지 않는다. 정부예산에서의 IT사업 또는 벤처기업에의 중복투자가 실례이다. 결국 사업간의 조정에 실패하고, 과다한 중복지원이 초래된다.
A대학에 대한 국고보조금의 편중의 상당 부분은 물론 그 대학의 수월성으로 설명될 것이다. 그렇지만, 여러 교육과 연구 성과지표를 두루 살펴 보더라도, 7배 전부를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과도한 편중지원의 상당한 부분은 잘못된 시장논리의 적용과 정치적 배분과정에서의 왜곡된 전략적 균형의 결과로 설명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잠재적 수월성의 평가와 예측에 대해서 겸허한 입장에 서지 않으면 안된다.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면, 순위매김을 겸한 약간의 차등지원으로도 족하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비교우위는 잠재력을 평가하여 편중지원하는데 있지 않고, 보편적인 교육연구기반의 조성에 있다. 편중지원이 필요하다면, 정부가 시장을 흉내내기보다 산학협동처럼 직접 시장에 맡기는 편이 낫다. 시장은 스스로 실질적인 기준을 가지고, 끊임없이 성과를 평가하고 감독하여 나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