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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 탐구와 과학적 연구
이정규 / 본지 전문위원,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객원교수
서구의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들과 견주어 볼 때 오늘날 한국의 대학이 과연 진리를 탐구하는 데 열중하며 과학적인 연구를 충실히 실행하고 있는지 자문해 본다. 혹시 한국의 상아탑이 물신주의나 신자유주의 경제논리에 빠져 진리 추구보다는 실사구시에만 매달려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 본다.

“인간은 진리를 추구하는 존재”라는 명제를 부여한다면, 인간은 경험적 실제(經驗的 實際)와 논리적 사유(論理的 思惟)를 통하여 미처 알지 못하는 어떤 것을 알고자 하거나 불명확한 사실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이해하고자 지적인 활동을 도모하는 존재라고 귀결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진리 추구의 본성에 따라 사람은 지식을 배우고 익히며 또한 이를 통하여 인간의 숭고하고 존엄한 가치 즉 진리를 추구하고 터득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인간에게 있어서 ‘지고(至高)의 가치’가 ‘진리 탐구’에 있다고 간주할 때, 진리 탐구는 일반적으로 각 개인의 직·간접적인 경험의 실제와 타인이 이룩한 정신적 산물에 근거한 과학적 연구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진리 탐구를 위해 합리적인 연구 방법과 이론체계가 정립되고, 이 탐구 체계는 시대 상황과 사조(思潮)에 따라 각기 독특한 연구 방법과 논리 체계로 변천되고 발전되어 왔다. 그러면 도대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과학이란 무엇이며 과학적 연구란 어떻게 이해하여야 할 것인가?

먼저 과학의 개념을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용어에 대한 어원을 밝혀봄으로써 이에 대한 개념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서구에서 ‘과학’이라는 용어의 어원이 언제 어디에서부터 출현하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과학의 개념은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에서 그 원류를 찾아볼 수 있다. 과학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영어의 “science"는 라틴어 “scientia"에서 유래된 바, “scientia"는 지식 또는 기술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의 어간인 “scire”는 “알려고 하다” 혹은 ”알려고 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실로 라틴어 “scientia”는 헬라어의 “σοφία”(sophia)--수공예 기술, 실제적 지혜, 건전한 판단, 지성, 지혜, 철학의 뜻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에서 그 맥을 찾아 볼 수 있다. 이러한 어원적 함의(含意)에서 비추어 볼 때, 과학은 “알려고 하는 지식, 지혜, 기술 및 행위의 총합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그러면 서구의 과학사적 관점에서 과학적 지식 혹은 과학은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 것 일까? 서구 학자들의 일반적인 정설에 의하면, 17세기 유럽에서 출현된 ‘경험철학’을 근대과학의 정초(定礎)로 간주하면서, 근대과학은 추론적 사고, 연역적 논리, 그리고 실제적․경험적 실험의 세 지류를 통합한 산물로 정의되고 있다. 추론적 사유와 연역적 논리는 중세 유럽 시대(11세기-17세기 초) 학자들, 특히 신학이나 법학 또는 수학이나 논리학 분야에서 일반적 관념에 대한 합리적 질서 체계 정립 내지는 논리의 확립을 위해 사용되어 왔다. 이러한 사유와 논리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적․수학적 아이디어를 다소 확장시킨 것으로 근대 실용과학--즉 농학에서 물리학에 이르는 실용적 학문 분야--에 경험과 관찰을 통한 연구 방법을 활성화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가 되었다.

근대 서구 과학의 두 중심축은 추론적 사고와 연역적 논리가 바탕이 된 논리적 합리성과 경험과 관찰이 중심이 된 실제적·실험적 연구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과학은 논리적․경험적인 특성을 지니며, 논리적 사유와 경험에 의해 실증된 개념적 구조라고 볼 수 있다.

“모든 학문 혹은 과학의 궁극적인 목적은 진리 추구에 있다”고 가정할 때, 자연 현상에서 추정된 관계에 대하여 가설적인 명제를 체계적, 통제적, 경험적, 비판적으로 조사하고 분석하는 ‘과학적 연구’는 진리 추구를 위한 방편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이러한 방편은 이론과 경험적 연구 및 관찰에 의해서 상호 순환적인 축을 형성하며 가설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를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과학적 연구는 진리 탐구를 위하여 지식 발달에 필요한 이론적 체계를 구성하며 일반적인 개념, 가설, 원리나 법칙과의 불가분한 관계를 성립시키는 정신적 활동이라 볼 수 있다. 서구의 유수한 대학들이 그러하듯이 이러한 진리 추구를 위한 활동의 불빛이 밤늦도록 도서관과 실험실을 밝히고 과학적 연구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강의실을 달굴 때 한국의 대학도 진정한 진리 탐구의 장(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3-11-06 오후 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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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ot *^^* 잘 읽었습니다. 200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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