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첫 해인 2003년 내내 대학정책의 최대 이슈는 지방대학발전이었다. 이 문제는 국가균형발전의 맥락 안에서 취급되었고, 일년 내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지방대학들은 지...
교원 임용계획을 확정한 연세대는 내년 1학기를 대비해 2백19명의 교수를 충원할 계획이고, 고려대와 중앙대는 이보다 적은 1백2명과 80명을 각각 선발한다. 경희대와 한양대도 예년보다 교수 채용 인원을 늘려 잡는 등 서울 지역 명문 사립대학들이 앞 다투어 교수 증원을 서두르고 있다.
그런데 지방 소재 대학들의 사정은 이와는 다른 양상이다. 부산대나 전북대, 충남대 등 주요 국립대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채용 규모가 한자리수에 머무르거나 채용 계획이 있더라도 전임교수 채용이 줄고 그 대신 겸임이나 연구 교수로 상당부분 대체되고 있다. 이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도 있고 등록금에 크게 의존해야하는 대부분의 지방 소재 사립대학들이 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겪는 재정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것은 그러나 서울은 서울대로, 지방은 지방대로 교수 채용에 앞서 염두에 둬야 할 점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최근 서울 지역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교원 채용에 반가움을 가지면서도 대학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의 하나로 지적돼온 학문의 동종 교배 현상만은 이제 다시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전임교원의 숫자가 아무리 늘어난다 하더라도 과거처럼 제사람 심기 관행이 여전히 되풀이된다면 스승을 능가하는 새 학문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지극히 어렵다. 설사 발전이 있더라도 그것은 학문적 발상의 대전환을 통해 혁신적 변화를 원하는 시대 요구와 거리가 멀다.
경쟁력을 갖춘 명문대학들은 교수 정원만이 아니라 학문 풍토나 채용방식에 있어서도 선진적이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미 하버드 대학이 학문의 근친상간을 우려해 신임교수로 본교 출신을 채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런 의미에서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방 소재 대학 역시 열악한 재정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학문의 질이 교수의 질을 능가할 수 없듯이 대학의 질은 그 대학의 교수 역량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만큼 실력 있는 전임교원들의 확보가 시급하다.
물론 대학에 현장 경험이 풍부한 겸임교수나 연구를 주 목적으로 하는 연구교수가 없어서도 안되지만 인건비를 절감하거나 수치상 교수확보율을 높여 정부의 재정 지원 조건에 유리하도록 맞추겠다는 생각이 강하다면 이는 좀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제고돼야 할 것이다.
1~2백명의 전임 교수를 뽑는 대학만이 아니라 겸임 교수나 연구 교수를 뽑는 대학도 다시 한번 이런 문제들을 깊이 고려해 대학의 국제 경쟁력 강화에 노력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