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발행되는 세계적 권위의 과학잡지인 『네이쳐』 신년호에서 우리나라 KAIST에서 재료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한 과학자가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방문 연구원으로 있었던 1997년부터 2001년 사이에 발표한 논문 가운데 8편이 러시아 학술지 등에 실린 것을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한 것이다.
『네이쳐』지는 사설을 통하여 이 사건에 대해, 『케임브리지 대학 물리연구실에서 발생한 표절 사건으로서, 표절을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하였다. 또 관련 학회 연합체인 『국제 순수 및 응용 물리연합(IUPAP)』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표절사건에 대처하기 위한 가이드 라인의 초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제적으로 가끔 거론되었던 표절 문제가 이제 본격적으로 국제사회의 도마 위에 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원인의 제공자로 우리나라의 과학자가 지목되었다는 것은 우리에겐 최악의 나라 망신으로 밖에 볼 수가 없고, 어떤 이유에서든 학계 모두의 책임으로 돌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와 유사한 일이 2001년에도 있었음을 돌이켜 볼 때, 이제는 우리나라의 학계도 스스로 논문 표절과 같은 지적 재산을 훔치는 일에 엄한 제재를 가하거나 제도적으로 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지금은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손쉽게 얻거나 공유할 수 있는 지식정보통신의 천국 시대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남의 창작물이나 연구물을 손쉽게 취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 반면에, 이를 훔쳐 자기 것인 양 만들어 냈다가는 반드시 들통이 나고 마는 함정도 있다. 그 이유는 전 세계를 연결하는 인터넷 망으로 관련 연구물이나 창작물들이 WEB상으로 바로 올려지기 때문에, 연구물이나 창작물의 내용이 바로 검증되거나 검색되어 표절 여부가 쉽게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타인의 연구물을 손쉽게 접할 수는 있지만, 그 연구를 훔치는 표절 행위는 전 세계에 깔려진 인터넷 망에 의해 구조적으로 금방 드러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정치적 문제로 교류할 수 없었거나 아니면 다른 여러 가지 이유 등으로 동구권, 또는 러시아 등에서 발표되는 연구물을 접하기 어려웠던 때가 있었다. 또 이들 나라와는 경제적 비용 문제나 언어적 문제 때문에도 연구물 교류가 쉽지 않았었다. 지금도 그 지역의 학술지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터넷 상으로 이들 나라의 저명 학술지를 접할 수는 있으며, 그들의 연구 동향이나 결과물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P씨처럼 러시아 지역의 과거 연구물을 다른 사람이 쉽게 얻을 수 없음을 이용하여, 또 언어적 문제로 쉽게 알려지지 않음을 이용하여 그것을 자기 것인 양 표절하는 행위는 학자적 양심으로도 용납할 수 없으며, 마땅히 지탄받아야 할 행동이다.
기초과학 기반이 튼튼한 러시아 지역의 연구 결과물은 국내 과학자들에게는 연구의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어서 이를 참고 자료로 활용한 창조적 연구는 있을 수 있지만, P씨처럼 남의 연구물을 무절제하게 표절하는 것은 학자적 양심을 저버리는 행동이고, 자신은 물론 국가의 명예를 엄청나게 더럽히는 일이기도 하다.
논문 표절을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묘안을 찾기는 어렵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연구물이나 창작물의 표절에 대하여는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하는 방법은 마련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 이전에 학자들은 학자적 양심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표절을 삼가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그 첫 번째 일일 것이다.
2만 달러 소득의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라도 불법 복제나 논문표절을 일삼는 나라라는 오명을 이제 벗어야 하지 않겠는가? 참으로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