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의 특수성과 자주성을 존중해 운영에 자유를 많이 부여하면 일부 역량이 부족한 사학들이 횡포를 부려 사학의 공공성이 무너지게 되고, 사학의 공공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사학 운영이 위축돼 건전한 사학들까지 육성 발전이 저해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것이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사학의 역사이고, 작금의 사학법 개정도 이 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사학의 자율성과 공공성의 무게 접점을 찾는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다.
개정 사학법도 사학의 자율성과 공공성의 접점을 찾는데 실패했다고 봐야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사학법 찬반을 놓고 교육계도 그렇고 정치계도 자기들 주장만 무성하게 했을 뿐 사학과 우리 교육의 백년대계를 생각하면서 진지한 토론을 해 보지 못했다. 정부는 국회에서 통과시켜 주었기 때문에 7월1일 시행을 서두르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도 재개정 논의가 있어왔고, 사학계에서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해 놓고 있다. 물론 권고가 받아들어지지는 않았지만 대통령도 사학법 재개정 협상에서 여당이 “대승적으로 양보하라”는 권고도 있었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개정 사학법 시행령을 확정·공포한 뒤 7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개정 사학법 불복종 투쟁을 선언하고 있어 사학법을 놓고 제2라운드의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즉 사단법인 한국기독교연합회를 비롯한 종교계와 9개의 사학 관련 단체들이 사학법 시행 유보와 재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고 재개정을 하지 않고 시행할 경우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겠다는 것이다.
정치계도 교육계도 마음을 비우지 않고 본질을 외면한 채 자기 주장만 하는 공방은 소모적이고 국력의 낭비이다. 정치계는 정치적인 이해득실을 따지기 이전에 진정 사학 그리고 우리 공교육을 살리는 길이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하고, 교육계도 자기반성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학을 지원 육성해야할 책임이 있는 정부도 사학의 자율성과 공공성의 접점을 찾기 위해 얼마나 균형감을 가지고 사학을 지도 감독했는가를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정부도 법적인 절차에 따라 시행령은 확정·공포했지만 헌재의 헌법소원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정치권은 6월 임시국회에서 재협상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헌법소원심판 결과가 사학법 재개정 공방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재개정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적어도 다음의 두 가지 원칙은 충분히 논의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선 사학은 공공성보다는 자율성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한다. 공공성도 중요하지만 사학은 사학으로서의 특수성과 자주성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학법이 존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부 문제 사학들 때문에 사학의 자율을 제한하는 것은 사학의 비중이 높은 우리 교육의 전체적인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다른 하나는 사학의 특수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다양한 잣대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창학 배경을 가진 사학들이 공존하고 있다. 창학 정신과 건학이념이 각양각색이다. 이러한 사학의 다양성이 꽃 필 때 우리 교육은 희망이 있다. 이러한 다양한 사학을 하나의 법으로 아우르는데 한계가 있다. 즉 일부 부정부패하고 불건전한 사학 그리고 분규가 있는 사학을 바로잡기 위해 사학법을 개정하다보면 건실한 다양한 사학들의 발목을 잡게 된다. 건실한 사학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사학법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