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말 ‘대학은 산업이어야 한다’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이후, 그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드디어 교육수장으로 발탁됐다. 그동안 대학총장이나 교수 출신 등이 주로 차지해 온 교육수장 자리에 처음으로 경제부총리 출신의 비교육계의 인사가 발탁됐다하여 일부에서는 반발도 있었다. 하지만 다수 국민들은 신선하게 받아들였고 기대를 걸었다.
그는 취임 초기 “세계적인 연구대학 15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고, “교육부의 집행기능을 초·중·고·대학이나 교육청으로 이관하겠다”고도 했다. 방대한 교육부를 인적자원정책을 총괄하고 대학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기능으로 한정하여 슬림화하여 운용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낳았다. ‘3불정책’도 기여금입학제를 제외하고는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듯했다. 자립형 사립학교도 20개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처음에는 서울대의 논술형 면접시험도 받아들이는 듯했다. 그리고 경기도 안산 영어마을 캠프를 방문해 “정부가 할 일을 경기도가 했다”고 크게 칭찬도 했다. 이러한 김부총리의 메시지는 특히 노무현 참여정부 이후 평등주의적 교육정책에 실망해온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듯했다.
그러나 지금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특성화와 구조조정은 세계적 연구대학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껴진다. 대신 대학들에게 “내신 반영을 늘려라” “논술·면접은 안된다”라고 대학의 고유 권한까지 간섭하는 모양새는 대학들에게 시시콜콜 간섭하는 시어머니 모습을 넘어 배신감을 갖도록 만들고 있다. 교육부의 기능을 교육청으로 이양하겠다고 기염을 토한 사람이 일선 교육청과 자치단체들이 추진하는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를 앞장서 막고 있다. 노 대통령의 양극화 해소 발언이 나오자, 자립형사립고 확대론은 자취를 감추고 특목고까지 포함해 싸잡아 반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경제부총리 시절, 그리고 교육부수장 초기의 소신과 이미지를 허물어뜨리는 정책이나 언동이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그가 왜 그처럼 소신을 바꾸었는지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따라서 그를 아끼는 사람과 국민들은 다만 추측할 뿐이다. 즉 노대통령과 현 정권을 떠받치고 있는 사람들은 ‘교육평등’에 더 무게를 두고 있으며, 그것이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그래서 인간적 연민마저 갖게 한다.
한 개인도 주위 사람으로부터 신뢰를 얻어려면 일관성을 보여야 한다. 하물며 국가의 백년대계를 감당하고 있는 기관의 정책이나 사람의 말이 일관성이 없고 헷갈리면 국민들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모든 것을 믿을 수 없게 되고, 결국 모든 정책이 수포로 돌아갈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동안 현 정부 정책이 교육시장을 거슬러 왔기 때문에 최근 교육시장의 반격이 시작되고 있다고 한다. 5.31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현 정부에 대해 ‘레드카드’를 내보였다. 교육부는 이제 더 이상 믿지 못할 ‘타도의 대상’으로 격상되고 있는 조짐이 보인다.
재임 초기 김 부총리에게 기대와 희망을 걸었던 국민들의 실망감은 더욱 크다. 교육수장 교체 까지 논의되고 있는 요즘, 먼저 김 부총리가 더 이상 새로운 일을 벌이지 말도록 자제를 권고하고 싶다. 굳이 많은 욕심을 내어 이것저것 총대를 메지 말았으면 한다. 외고의 지역 한정은 누가 보아도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한을 만들 뿐이다. 공영형 혁신학교도 그 자체로서는 학교의 자율과 책임을 추구하는 것이지만, 이를 실현시키자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보다는 사학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먼저이고 쉽게 실현할 수 있다.
김 부총리에게 ‘근본으로 돌아 갈 것(back to the basic)’을 제안하고 싶다. 그에게 맡겨진 가장 중요한 소임은 대학의 국제 경쟁력 강화였다. 이를 위해 가장 기초가 되는 일에 매진해 주길 바란다. 경쟁력은 경쟁체제 가운데 길러진다. 대학을 경쟁체제 속에 두기 위한 큰 틀이 국립대학법인화이다. 국립대학법인화의 기초를 닦는 일에 마지막 관심을 가져주길 당부하고 싶다. 전심전력 노력한다면 국회와 협조하여 법안 마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보통교육을 위해서도 한 가지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지금까지 김 부총리가 추진 한 일 중에서 70%이상 국민의 지지를 받은 게 있다. 교원평가이다. 교육현장의 반발이 있겠지만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바탕으로 매듭 지었으면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 마지막 일을 마무리하는 그의 모습을 그려 보고 싶다. 그에게 기대와 희망을 품었던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그 자신을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최소한이 될 것이다. 최선은 아닐 지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