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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연기에 혼란 가중
대학 준비부담 커져..학생도 갈팔질팡
지난달 임시국회에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지 못해 도입 시기가 2009년 3월로 1년 미뤄지자 로스쿨 설립을 준비해온 대학들에서 여러 가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길게는 7-8년 가까이 로스쿨 유치를 준비해온 대학들은 정부의 도입 일정이 늦춰진 것에 대체로 불만을 터뜨리는 분위기이며, 일부는 이러다 정권말 '레임덕' 현상에 휘말려 아예 무산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대학들은 연기된 1년 동안 여러 가지 미비점을 보완할 수도 있다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예산낭비,학사일정 혼란 = 로스쿨 유치를 위해 지난 2월 14명의 교수를 신규채용한 경북대는 로스쿨 도입이 1년간 연기되면 인건비 등 경상경비가 적어도 9억원가량이 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사정은 대구.경북지역에서 로스쿨 도입 문제로 경쟁을 하고 있는 영남대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들 대학은 로스쿨 도입에 대한 현재의 어정쩡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과잉투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득보다 실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학의 운명을 걸고 로스쿨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 전남대와 조선대도 도입 시기가 늦춰진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두 대학은 그동안 교수 1인당 학생수 12명인 로스쿨 인가 기준을 맞추기 위해 법조계 출신 등 교수진을 미리 확보했으며 수백억원을 들여 전용도서관, 모의법정, 기숙사 등을 서둘러 갖췄다.

그러나 도입시기 연기로 잉여 교수와 시설의 관리 부담을 떠안게 됐으며 대학내 다른 계열의 곱지 않은 시선과 학생들의 혼란도 감수해야 할 형편이다.

전남대 정병석 법과대학장은 "사법서비스 질을 높이고 파행적으로 운영된 법학교육을 개선하자는 취지가 있었던 만큼 하루라도 빨리 관련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8년 도입에 맞춰 이달 말까지 모두 38명의 교수진을 확보할 예정이었던 동아대의 경우 옛 부산고등법원 청사에 법학 중심의 부민캠퍼스 조성을 추진중이어서 더 더욱 맥이 빠진다는 반응이다.

동아대 관계자는 "1년 정도 연기되는 것은 괜찮지만 더 이상 미뤄지면 교수진 인건비와 운영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법무전문 로스쿨 유치를 준비해온 아주대도 도입시기 연기로 신규 채용한 교수 15명의 수업일정을 채우느라 고심하고 있다.

이 대학 관계자는 "로스쿨 인가가 늦어지는 바람에 어렵게 초빙한 전문변호사들에게 학부생 교양강좌를 맡길 수밖에 없게 됐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로스쿨 입학을 준비해온 학생들은 더욱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현재 대학 1, 2학년생들은 사법고시를 준비해야 할지 로스쿨 개원을 기다려야 할지 혼란에 빠졌다.

인터넷 카페 '로스쿨진학준비위원회'에는 "로스쿨 진학을 준비해왔는데 앞으로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모르겠다. 사법고시로 방향을 바꿔야 할 것 같다"는 비슷한 요지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도입 자체 무산될까 더 걱정 = 1999년부터 로스쿨 준비팀을 운영해온 부산대는 2008년 로스쿨 도입을 전제로 지난해 9명, 올들어 4명의 신규교수를 채용하는 등 총 32명의 교수진을 확보하고 오는 11월 제2법학관 완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학측은 예산상의 문제보다는 도입 시기가 더 늦춰지지 않을까 내심 불안해 하는 눈치다.

이 대학 김상영 법대학장은 "도입이 1년 연기된 데 대해 어떤 면에서 착실히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정치권 갈등 등으로 당초 로스쿨 도입 취지가 실종돼 일정이 또 늦춰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우려했다.

로스쿨 유치를 위해 법률 도서관, 독립건물 등을 이미 확보한 영산대의 김병태 법과대학장도 "한나라의 교육제도가 정치적 이유로 1년을 허비하게 된다는 것에 대해 관계자들은 깊은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며 "더 이상 도입시기가 연기되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남대 심경보 학장은 "2008년 도입을 목표로 특허.지재권 분야 로스쿨 설립을 추진해왔는데 갑자기 일정이 지연돼 학사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다"며 "하지만 과녁이 흔들리는 데 무조건 화살을 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향후 시설투자 등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내비쳤다.

경상대 김종회 법과대학장은 "조건이 열악한 지역대학에 정책적으로 배려해야 할 '1도 1로스쿨' 도입 자체가 무산될까 걱정"이라면서 "교육과정 개발 등 대학에서 준비해야 할 부분이 많은데 법안 처리를 연기하는 것은 서울지역 대학에만 유리해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한남대, 충북대, 제주대, 강원대 등에서는 연기된 1년을 미비점을 보완하는 기간으로 활용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남대 법과대 이석용 학장은 "법안은 통과되지 않았지만 법학교육이 로스쿨 중심으로 간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로스쿨 입학정원 등 법안에 구체성이 결여돼 국회에서 보완하려는 것이면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대 양동석 법과대학장은 "서둘러 준비를 마쳤는데 도입 시기가 미뤄져 유감스럽다"면서 "더 큰 손해와 부작용을 막기 위해 늦춰진 1년을 로스쿨 법안을 가다듬는 기간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6-07-03 오후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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