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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백헌 칼럼
송백헌의 어원산책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송백헌 칼럼]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송백헌의 어원산책] 갈등
일이 까다롭게 뒤얽히어 풀기 어려운 형편을 이르는 말로 ‘갈등’이 있다.

여기서 갈(葛)은 칡(Pueraria Thunber giana)을 가리키고, 등(藤)은 등나무(Wistaria Japonica)를 지칭한다. 그런데 이 두 나무는 모두 다 콩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의 만목(蔓木)이다. 여기서 만목이란 넝쿨지어 뻗어나가는 목본(木本)을 일컫는다.

이처럼 두 나무는 다같이 콩과식물인데다가 넝쿨지어 뻗어나가는 만목이라는 점에서 한 핏줄 한 겨레에 속하는 친족관계임을 알 수 있다.

식물학자의 말을 빌리건대 콩과식물은 한결같이 그 뿌리에 뿌리혹(根瘤) 박테리아가 들어있다고 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콩과식물은 뿌리에다 세균의 삶터를 제공해주고, 뿌리혹박테리아는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해 질소비료를 만들어 숙주식물에 공급한다고 한다. 이처럼 전형적인 공생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콩과식물의 생리인 것이다.

또한 두 나무는 역시 동아줄 같은 굵은 줄기를 다른 나무의 등걸에 칭칭 휘감고 올라가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도 흡사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그 휘감고 올라가는 방향에 문제가 있다. 즉 칡은 그 휘감고 올라가는 방향이 우측(오른돌이)인데 반하여 등나무는 좌측(왼돌이)으로 감아 오른다. 두 나무가 올라가는 방향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서로가 종잡을 수 없으리만큼 뒤틀려 타래를 이루기 마련인 것이다. 그것은 상호간에 좋은 자리를 먼저 차지하기 위하여 밀고 당기고 누르고 눌리는 극심한 생존경쟁의 본성에서 연유된다.

이처럼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혀서 풀기 어려운 현상을 보고 사람들은 갈등이라 했고 그 뒤 이를 인생사에 견주어 이러한 삶의 상태를 갈등상태라고 표현했다. 그러니까 갈등상태란 두 개 이상의 요구가 동시에 존재하고 그 유인성(誘引性)의 강도는 거의 같으나 방향이 상반해 개체(個體)가 그 위치로부터 움직이는 것이 곤란한 상태를 말한다. 예컨대 어느 처녀가 경제력은 약하지만 인격이 높은 A에게 시집을 가느냐, 그렇지 않으면 경제력이 풍부한 B에게 시집을 가느냐 망설이는 경우에 이 같은 말을 사용한다.

오늘날 우리들의 앞에는 이념의 차이에서 오는 노선상의 갈등에서부터 지역간의 불균형에 따르는 갈등, 교단의 갈등 등의 사회적 갈등은 물론 부부간, 고부간의 갈등에 이르기까지 해결해야할 커다란 갈등요인이 수없이 산재해 있다. 그들 중 발전을 위한 갈등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소모적인 갈들은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도움이 될 것이 없으니 가급적이면 빨리 해소해야 할 것이다.

송백헌 칼럼 | 입력 : 06-07-31 오후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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