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회에 참석한 교사·학부모 단체들은 대학들이 스스로 학생 선발 방식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일제히 주문했으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고교등급제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이들은 새 대입제도의 성공여부가 교사와 대학의 역할에 달려 있다며, 고교와 대학간 협력체제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학생부·수능 변별력= 첫 토론자로 나선 강익수 서울 현대고 교사는 “이번 개선안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우 적절하지만 선발과정에서 학생부 반영 비중이 확대될 수 있도록 신뢰도를 어떻게 높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강 교사는 “3년 동안 학기당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5개 교과에서 1과목만을 반영해도 모두 30개 과목에 대한 다양한 등급 자료가 확보된다”며 “9등급제를 적용하면 적어도 2백70개가 나오는데 이것이 변별력이 없다면 무엇이 변별력이 있냐”고 반문했다.
박경양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장은 “내신평가의 신뢰성을 확보하려면 교과별 평가가 아닌 교사별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며 “교사가 교수-학습계획과 평가계획·내용·기준을 공개하고, 평가후 그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게 할 때 내신에 대한 신뢰성은 획득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수능 9등급제와 관련,“여전히 변별력이 있는 전국단위 시험이 존재하는 한 수능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수능을 폐지하거나 자격고사화해야 하며, 수능 등급의 상한선은 5등급을 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홍생표 한국교총 교육정책실장도 “장기적으로 수능 시험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내신평가와 대학별 선발방식이 정착된다면 수능을 자격고사나 학업성취도 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강태중 교육과시민사회 대표(중앙대 교수)는 “고교 교육은 말 그대로 ‘대학 수학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돼야 하며, 학업성취도는 대학 수학능력을 나타내주는 핵심지표”라며 “이를 무시하고 다양한 학생을 선발한다는 발상이 과연 교육에 대한 바른 인식을 반영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 고교등급제 반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고교 등급제와 관련, 박경양 회장은 “특정대학의 학생선발 편의를 위해 고교등급제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고교 교육을 붕괴시키고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들을 희생시키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박 회장은 “교육부는 불법적으로 고교등급제를 적용한 대학에 대해서는 즉각 감사에 착수, 책임을 묻고 철저한 재발방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고교등급제와 대학별 본고사, 논술 심층면접을 빌미로 삼은 편법적인 본고사는 불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기태 경희대 입학관리처장은 “7차 교육과정이 정착되고 수시에 대한 전형요소의 다양성으로 격차를 완화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고교등급제 불허원칙은 오랫동안 사회적 여론형성을 거쳐 어렵게 시행돼온 제도인 만큼 대학이 감내해야 할 몫”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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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청회장 입구에서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의 입시제도를 강하게 비판하며 시위하고 있다./한명섭 기자 |
◆ 대학 선발전형 다양화해야= 홍생표 한국교총 교육정책연구실장은 “이번 시안의 성패는 대학의 협조와 노력에 달려 있다”며 “대학은 앞으로 우수 학생을 유치해 위상을 유지하려 하기 보다는 입학한 학생들을 잘 교육해 우수한 인재를 배출함으로써 올바른 사회적 평가를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승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도 “우수 학생의 개념을 바꾸는 익숙한 관행과의 결별을 지속적으로 지향해 나가야 한다”며 “지금이야말로 대학이 선발프로그램과 교육과정의 질 제고에 역량을 결집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특히 강익수 현대고 교사는 “교육부는 대학당국이 입학사정관을 통해 선발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행·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태 경희대 입학관리처장은 “이미 3년전부터 수시제도가 본격 도입되면서 대학들이 수시 선발인원을 매년 확대, 수능 의존도가 많이 약화돼 있다”면서“과거와 같은 본고사는 실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 등은 이날 공청회장 안팎에서 ‘대학서열화 완화없는 입시개혁 기만이다’, ‘졸속강행 중단하고 범국민적 논의기구 구성하라’, ‘본고사, 고교등급제 우리 아이들 다 죽인다’는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과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교육부는 이날 공청회를 시작으로 부산대(10일), 충남대(14일), 전남대(15일) 공청회를 거쳐 9월말께 최종 방안을 확정·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