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지금은 하나는 커녕 아주 안 낳는 집도 많아졌다. 가정과 행복에 대한 가치관과 핏줄 잇기에 대한 의식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더 큰 이유가 또 있다. 자식을 낳으면 한달 수입의 맣은 부분을 자식들의 사교육비로 써야 한다.
최근의 교육개발원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의 1년 사교육비 총액은 13조 6천억이다. 국민소득은 10년동안 1만불에서 그대로 멈춰 있는데 사교육비는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어서 천정 부지로 솟고만 있으니 집 한칸 마련을 위한 저축은 아예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안 낳기로 작정하면서 “둥지도 없이 새끼 낳는 짐승 봤느냐”는 말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것이 대입준비를 위한 학원 과외비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인은 80%이상의 가정이 아이들을 4~5세 때부터 영어를 비롯한 온갖 조기교육 때문에 돈을 쏟아 붓는다. 어린 아이들이 고교입시 준비생들보다 훨씬 더 많이 학원으로 내몰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졸생들은 취직하고 결혼하는 첫날밤부터 불임작전에 들어가지 않는 한 신입사원 봉급을 겨우 벗어나는 4~5년 후부터 자식들 사교육비로 허둥지둥 그로키 상태가 된다. 내 집 마련은 불가능이고 자동차 한대나 해외여행 한번에도 카드 빚을 쓰게 되므로 아기를 갖는냐 마느냐를 신혼 초부터 고민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의 출산율 감소는 젊은 세대들이 아이도 없이 자기네끼리만 즐기려한다는 가치관 변화 탓만 할 수도 없게 되었다. 그보다 훨씬 절실한 현실적 이유가 젊은 부부들에게 출산을 막도록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집집마다 그처럼 무리한 교육비 지출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합리적인 답변을 거의 하지 않는다.
“남들이 다 하니까 하지요. 남들이 하는데 안 할 수 있어요?”
이것이 거의 공통적인 대답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답이 될 수 없다. 남이 하니까 따라해야 한다는 것이 그처럼 가정 경제를 포기하면서 까지 경쟁적으로 나서는 확실한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이런 비합리적인 사고가 대입 준비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우리 공교육에 대한 심한 불신감이 자리잡고 있다. 한마디로 학교에서는 배울게 없다는 생각이다.
학교는 보내면서 실제 교육은 사교육에 의존하는 기형적 구조가 여기까지 이른 셈이다. 최근 노무현대통령도 사교육비 문제는 꼭 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지만 사교육비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민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