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나 캐나다처럼 고등교육기관이나 각종 프로그램을 평가하고 이를 인증하기 위한 다양한 대학 평가기구나 협의체가 있는 나라에서도 ‘성과수행[성과]진단’(performance diagnosis)은 대학 행정 업무에 있어서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성과진단은 기관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단기적인 프로그램의 질적 제고를 위해서도 필수적인 일이다. 따라서 성과진단은 다면적이며 복합적인 활동이라 볼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런 활동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가에 대해 ‘성과진단 모델’(The Model of Performance Diagnosis)을 소개하고자 한다. 기업체의 조직진단과 성과개선을 위한 분석도구로서 '성과진단 모델'을 도입한 리차드 스완슨(Richard W. Swanson)의 주장을 인용하자면, ‘성과진단’은 조직이나 개인적 수준에서 실제적 내지 기대한 성과를 정확하게 입증하는 일종의 ‘문제 규정 방법’(a problem-defining method)이라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성과진단’의 과정은 먼저 진단을 위한 최초의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으로써 시작된다. 그리고 ‘성과변인’(performance variables)을 수집, 선별, 평가하고, '성과측정'(performance measures)을 위한 수준과 단위를 대별, 선택, 확정하고, '성과요구'(performance needs)를 결정하기 위하여 성과수준과 분류의 관점에서 요구 사항을 세분화 한다. 끝으로 이를 토대로 성과개선을 위한 제안서를 수립함으로써 ‘성과진단 과정’은 마무리 된다.
이러한 ‘성과진단 모델’에서 ‘성과변인’과 ‘성과측정’의 과정은 ‘성과지표’(performance indicators)와 항목을 설정하기 위한 절차에 해당하는 일로 볼 수 있다. 성과진단을 수행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성과지표는 전문성, 특수성, 정책성, 정치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전문성이라 함은 성과지표가 올바른 표준과 객관적 준거에 입각하여 타당하고 신뢰성 있게 설정되어 세세하면서도 포괄적으로 전반적인 영역을 전문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특성을 의미한다. 특수성이라 함은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대학의 독특한 행정체계와 조직문화를 말한다. 정책성이라 함은 공공정책의 도구로서의 성과지표가 편파적 혹은 지엽적으로 설정되지 않고 공공성 및 일반성을 지니는 것을 뜻한다. 정치성이라 함은 성과지표가 각 관련당사자에 따라 다른 정치적 이해관계를 담고 있음을 칭한다.
위의 네 가지 특성이 성과진단을 위해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변인으로 볼 수 있지만, 전문성이 성과진단의 주체자가 지녀야 할 일방적 특성이라면 나머지 특성은 진단주체가 피진단주체를 고려해야 할 상대적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성과지표는 진단주체의 전문적인 식견과 피진단주체들 간에 정치적인 알력과 이해가 상충 혹은 상호 교환될 수 있는 공공정책의 도구라고 간주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지금까지 이루어져온 한국의 제반 대학평가는 위의 특성을 고려한 성과진단이었다기보다는 평가 일변도의 성과측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정으로 대학의 수월성과 효율성, 자율성과 책무성을 신장시킬 목적이라면 각가지 평가 혹은 인증이라는 명목으로 획일적인 잣대로 대학의 성과를 점수화하지 말고 성과개선과 고취를 위한 조직진단을 실시하기 바란다. 이를 위해서 진단주체는 성과진단에 대한 전문성을 꾸준히 축척함은 물론 피진단주체들과의 정책성과 정치성도 면밀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