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부총리가 K형에 보낸 편지를 보니 이념문제가 교육계에 큰 문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교육 자체에서 이념갈등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얘기도 되는데.
“언뜻 보기에 교육 문제는 이념을 떠난 것처럼 생각되지만 교육의 중요 쟁점마다 이념이 스며들어 있다. 이념적인 갈등이 첨예화되면 교육 스스로 문제를 풀기 어려운 지경이 될 때가 많다. 보수진영에서는 교육의 수월성을, 진보진영에서는 교육의 형평성을 강조한다. 교육정책을 다루는 사람은 양자의 조화를 생각하고 바른 조합을 추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지속되면 이념적인 갈등도 교육안에서 조금씩 풀려 가리라 본다. 그 문제를 푸는 것도 교육의 임무 중의 하나다.”
- 고교등급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입시 문제는 대학 자율화에 맡기는 것이 장기적인 교육정책의 기조가 돼야 할 텐데, 여론에 밀려 대학을 압박하는 건 아닌지.
“입학과정에서 대학이 할 수 없는 것은 본고사·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 이 세 가지이다. 이중 본고사는 애써 치를 생각을 하는 대학이 별로 없고 기여입학제는 가끔 부상하는 논점일 뿐 사회적 쟁점이 안된다. 결국 고교등급제만 안하면 대학은 입학과정에서 모든 면에서 자율적이다. 고교등급제는 나라의 입장에서 허용할 수 없다. 학생들의 학교선택권이 없는 평준화 기조하에서 등급제는 허용할 수 없다. 대학이 등급제를 적용했다면 문제 삼을 것이다. 그러나 감사라든가 파격적인 조치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 고교 선택권이 없기 때문에 등급제를 금지한다고 했는데 학력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 아닌가. 외국에서는 활용하는 대학도 있는 것 같은데.
“지역간 학교간 차이가 전혀 없다고 단정하긴 어려울 것이다. 설령 학교간 차이가 있다고 해도 선배가 이룩해 놓은 성과를 획일적으로 후배들에게 대물림 한다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 외국에서도 나라와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공식적으로 드러내놓고 학교등급화를 하는 것은 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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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지 이인원 회장 |
- 학생 선발권을 비롯해 교육부가 모든 것에서 손을 떼고 대학 자율에 맡긴다는 장기적인 플랜은 없나.
“지금 마련된 플랜은 없다. 이것은 ‘신뢰’의 문제라고 본다. 정부나 국민이 대학을 완전하게 신뢰할 수 있다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의 대학사가 국민으로부터 절대적인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공정한 입학과정에 대해서 국민의 확신이 있을 때까지 최소한의 규준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세계 11~13위권이라고 얘기하는데, 교육 얘기만 나오면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세계 1백대 대학에 한국대학이 한 곳도 못 들어갔다고 말한다. 입학자원 감소 시대에 고등교육 정책 방향은.
“최근 대학구조개혁의 기본 방침을 발표했고 이달말경 구체적인 재정지원 방안을 발표한다. 전국의 4년제 대학만 2백개나 된다. 이 대학이 다 살아남을 순 없다. 학생자원이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모든 대학은 생존문제와 싸우지 않을 수 없다. 구조개혁은 정부의 지원을 전제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 생존과 발전을 위해 추진해야하는 ‘필수’과제이다.
국립대학은 대학간 통합에 재정을 집중 지원하고 대학연합, 대학내부 구조개혁을 지원할 계획이다. 사립대학은 유사학과간 통합이나 학교간의 빅딜·통합, 인수합병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대학 수도 줄이고 교수 1인당 학생 수를 줄이는 ‘슬림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전개하겠다.”
- 그동안 정부가 서울대를 비롯해 몇몇 대학들이 팽창하는 정책을 쓰지 않았나. 몇 개 대학이 너무 비대해져서 그 대학을 안 나오면 사회에서 중요한 일을 할 수 없는 구조가 돼버렸다. 점차적으로 이들 대학의 사이즈를 줄여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수도권을 옮길 것이 아니라 대학을 옮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
“대학이 질적인 자기관리보다는 양적 팽창에 주력해온 것은 사실이다. 이는 비단 몇몇 일류대학 뿐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대학이 그 길을 걸었다. 특히 서울의 몇몇 큰 대학은 규모나 학생수에 있어서 다른 대학보다 더 크다고 얘기할 수 있는데 이 문제를 최근 해당 대학들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서울대가 내년에 신입생의 16%를 스스로 감축한다. 앞으로 대학원 규모도 줄일 생각을 하고 있다. 수는 줄이고 질은 높이는 서울대의 모범사례가 다른 대학에도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
- 대학 졸업자의 실업문제가 심각한데, 대책을 강구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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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병영 교육부총리 |
“기업과 사회가 요구하는 졸업생을 대학이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심각한 일이다. 중장기적으로 인력수급의 추이를 바르게 전망하면 도움이 될 것으로, 산학연계 체제를 구축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누리사업에 2천2백억원을 투입했다. 지역의 산학연 혁신 클러스터를 만들어 여러 사업을 하게 되는데 주된 목적은 지방대 출신이 지역에서 취업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전문대학은 맞춤형 교육쪽으로 관심을 쏟고 있다.”
- 17대 국회의 주요 이슈로 부각된 사립학교법 개정을 둘러싸고 사회적 대립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사학은 공공성, 자율성, 투명성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많은 사학이 부정 비리에 휩싸였고 이 과정에서 공공성과 투명성을 많이 잃어버렸다. 사립학교법을 통해 사학이 탈바꿈할 수 있도록 고치려고 한다. 법 개정을 놓고 사회적 갈등이 크다. 사학쪽에서는 자율성을, 진보적인 쪽에서는 공공성을 강조한다. 다행히 투명성이 필요하다는데는 공감하고 있다. 투명성은 물론이고 얼마간의 공공성과 자율성을 함께 추구해 조화로운 법안을 만들 것이다.”
- 교원 임면권과 의사결정구조 등 쟁점 현안에 대한 교육부의 최종 입장은.
“교원 임면권을 조정하는 것 보다 공정한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원 인사비리는 이사장, 학교장 등이 인사에 직접 개입해 전횡한 것이 대부분이므로 인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감시체제를 강화하려고 한다. 교원 채용시 공개 전형을 의무화하고, 교수회가 추천하는 인사를 인사위원회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의사결정기구를 법제화해 사안에 따라 심의 또는 자문기능을 맡도록 하되, 학교예산 등 이사회의 본질적 권한에 속하는 사항은 자문하도록 방안을 검토중이다.”
- 오는 2008년부터 로스쿨 도입이 확정됐다. 정원이 1천2백여명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전국에 법과대학이 90개가 넘는다.
“기존의 사법시험으로 법조인을 선발하던 것을 대학교육을 통해 선발하는 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대학원 수준에서 전문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으로 많은 법과대학중에서 일부가 선정돼 책임을 맡게 됐다. 선발정원과 참여 조건 등 구체적 내용은 추후 결정될 것이다.”
- 지방대 육성을 위한 발전 정책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지방대가 나아갈 방향은 특성화, 산학협력, 구조개혁이다. 이 키워드가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다. 지금까지는 백화점식으로 판을 벌려왔는데 이젠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서 자신있는 분야에 주력해야한다. 산학협력을 통해 학교 경쟁력을 높이고 학생 취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성공하면 생존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스러지는 것이다.”
- ‘지방’대라고 하지만 전국에서 학생들이 진학하고 있다. 울산에 국립대를 세운다는데, 새로 대학을 또 설립할 필요가 있나.
“대학 설립이라고 표현은 되고 있으나 새롭게 창설한다는 얘기만은 아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지만 가능하면 인근에 있는 질적으로 좋은 대학을 유치하는 것을 포함해서 이 문제를 고려하고 있다.”
- 교육부가 인적자원 개발 업무를 같이하고 있는데 일선에선 총리실에서 이 업무를 가져간다는 말도 있다.
“현재 인적자원 개발과 연관한 기획업무 일부를 총리실에서 기획·조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것은 한시적인 역할이다. 앞으로 산업계 등 민간과 지방자치단체 인사 등을 참여시켜 인적자원개발회의를 확대 개편하려고 한다.”
- 교육부 장관 임기가 매우 짧다. 취임한지 9개월이 넘었는데 임기중 이것만은 성사됐으면 하는 정책이 있는가. 새로 추진될 교육정책을 소개한다면.
“그동안 정책 패키지를 10개가량 만들었다. 그중에 얼마는 재임기간중 다듬어 실천하려고 하고 나머지는 필요하다면 후임자에게 넘기려고 한다. 현재 역점을 두고 있는 정책으로는 e-러닝 종합발전방안, 교육복지종합대책, 직업교육체제 혁신방안,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 방안 등을 들 수 있다. 유치원부터 대학, 평생교육시설 등 모든 교육기관에 e러닝 추진 근거를 확보하고 실업계고-전문대-산업대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직업교육체제 혁신 방안을 마련중이다. 오는 2010년까지 유학생 5만명을 유치하기 위한 프로젝트도 준비중이다.”
- 마지막으로 창간 16주년을 맞은 한국대학신문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 시대, 한국대학이 안고 있는 고뇌가 크기 때문에 사실상 혼자 풀기 어려운 일이 많다. 한국대학신문이 대학이 안고 있는 고민을 함께 하고 그것을 풀어주는 일에 몰두했으면 한다. 언론으로서 한국대학신문이 기여해야 할 역량이 크다고 본다. 기대도 크다.”
정리= 조양희 기자 yanghee@un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