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모두 오를 수 있는 길도 아니요, 마음먹는다 하여 쉬 이룰 수 있는 거사도 아니다. 두고두고 계획하여야 하고 다시 하나하나 순서대로 보듬는 것이 옛사람들이 전하는 삶의 지혜이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대략 1천6백25km의 산줄기를 가리킨다. 이것은 한반도에서 가장 크고 중심이 되는 뼈대이다. 이 높고 긴 산줄기는 백두에서 지리까지 한 줄로 이어지고 다시 남녘 끝에서 북녘으로 거스르며 마침내 광활한 대륙으로까지 그 숨결을 고스란히 이어간다.
백두대간은 나라의 모든 물줄기를 동쪽과 서쪽으로 나뉘게 경계하며 기후와 문화 심지어 삼국시대 국경 구실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는 18세기 찬표된 지리서 <산경표>의 우리나라 땅덩어리 구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우람한 줄기는 우리나라 명산 대부분을 품고 있다. 우리나라 모든 산의 시조인 백두산이 필두에 서고 이어 금강산,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속리산, 지리산 등이 태산준령의 위용을 빼어난 자태로 뽐낸다.
# 우리나라 2대 명산, 백두산.금강산
<삼국유사>에는 백두산의 옛 이름을 개마산이라고 전하고 <산해경>은 불함산이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곧 천주, 신명을 가리키며 성스러움을 의미한다.
<대동여지전도> 서문에는 “높이가 2백리요, 가로로 퍼져 1천리에 걸쳤다”고 나와 있다. 심지어 그 갈래가 아래로 뻗어 도봉산, 삼각산이 되었다고 실려 있다. 여기서 말한 도봉산과 삼각산이 남쪽의 그것을 이름이라면, 과장된 맛이 없진 않지만 나름대로 옛사람들이 백두산의 위용을 얼마나 크게 바라봤는지 반증하고 있는 셈이 되기도 한다.
<택리지>에는 백두산에 이어 금강산이 곧바로 등장한다. 기이한 산의 으뜸으로 꼽고 있기 때문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 또한 “무릇 일만 이천 봉이니, 바위가 우뚝하게 뼈처럼 서서 동쪽으로 창해를 굽어보며 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하여 마치 그림과도 같다”며 그 절경을 소개하고 있다. 금강산의 다른 이름인 개골.열반.풍악.기달 역시 여기서 기인한다.
금강산에서 남으로 내려오면 바로 만나게 되는 것이 설악산이다. 여기서부터는 우리의 발걸음이 자유롭다. 일단 이번 산행의 목표는 백두대간의 절반, 남녘의 산줄기이다.
# 지도를 보며 미리 걸어보는 백두대간
본격적인 산행에 돌입할 경우 가장 먼저 할 일은 지도 구입이다. 지도는 1:50,000을 기준으로 할 때 무려 25장이 필요하다. 이때만큼은 우리나라가 넓어 보인다.
지리산을 기점으로 잡아 북상한다. 때문에 남원, 운봉 지도를 첫 장으로 삼는다. 이어 덕유산을 멀찌감치 올려다보며 내달린다. 함양, 무주, 무풍, 영동, 김천을 순서대로 포개놓으면 된다. 이제 목표는 속리산이다. 관기, 상주, 속리, 점촌, 덕산의 순이다. 그 다음은 태백산. 단양, 영주, 예미, 태백, 임계, 삼척을 경유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어불성설이다. 지리산 다음에 덕유산, 속리산, 태백산, 오대산, 설악산 등으로 순서를 잡아나가는 것은 다만 편의상 사용하는 것이다. 산줄기는 끊임없는 이어짐이다. 뚝뚝 끊겨있는 것은 생명력을 갖지 못한다. 산은 섬이 아니다. 무수한 봉우리와 고개가 마치 점묘화처럼 산과 산을 이어주고 그 사이 이름 모를 많은 산들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목표를 설정해놔야만 안심이 되는 미련퉁이들이다. 어쩔 수 없다.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오대산을 거쳐 설악산이 저 앞에 있다. 도암, 구정, 현리, 연곡, 설악, 속초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지도첩의 마지막. 간성이다. 여기가 진부령이다. 끝이다. 백두대간은 여기서 위로는 막혀 있기 때문이다. 백두대간의 남쪽 끝지점인 지리산에서부터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다보면 그 끝은 허망하게 백두대간의 허리, 진부령에서 끝이 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만......
◇ 지리산
지리산 등산로는 통제로 묶인 곳까지 합하면 평생을 가도 다 가보지 못할 만큼 코스가 다양하다. 널리 알려진 것은 주능선 종주 코스이며, 주능선이 가진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것은 서북능선 코스인 셈이다.
주능선 종주 코스(42km)는 우리나라 단일 산이 가진 능선 가운데 최고, 최장을 자랑한다. 화엄사를 들머리로 잡아 코재, 노고단, 반야봉, 천왕봉, 치밭골, 유평리로 이어진다. 2박3일 일정으로 적당하다.
첫날 벽소령에서 자고 다음날 장터목대피소까지 가면 된다. 1박2일 일정으로 잡을 때는 노고단을 출발해 세석대피소까지 가야한다. 다음날 천왕봉에 오른 후 중산리나 백무동으로 날머리를 잡으면 된다. 단, 대피소 이용시 국립공원 홈페이지(www.npa.or.kr)를 통해 예약을 해야한다.
서북능선 코스(19km)는 덕두산에서 성삼재까지를 가리킨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노고단, 천왕봉 등 주능선 코스가 나온다. 용산리에서 출발해 바래봉삼거리, 부운치, 고리봉, 만복대를 차례로 지난다. 소요시간은 보통 10시간으로 잡는다.
* 교통= 열차편을 이용할 경우 용산역에서 출발, 남원 혹은 구례로 가면 된다. 남원시외버스터미널(063-633-1001)이나 구례터미널(061-782-3941)에서 버스로 들머리까지 갈 수 있다.
서울 동서울종합터미널(02-446-8000)에서는 백무동까지 직통버스가 다닌다. 진주시외버스터미널(055-741-6039)에서는 중산리행 버스가 있다.
◇ 덕유산
주능 종주 코스(12.5km)는 덕유산 주봉인 향적봉에서 중봉, 동엽령, 무룡산, 삿갓봉, 남덕유산을 하나로 묶고 있다. 9시간이면 가능할 구간이다.
구천동을 들머리로 해 백련사, 향적봉으로 오르는 코스는 가장 일반적이다. 7km구간으로 산행 거리가 짧으며 소요시간 역시 2시간 정도. 칠연폭포로 시작으로 칠연계곡, 동엽령으로 가려면 처음부터 안성에서 들머리를 잡아야 한다.
*교통= 서울 남부터미널(02-521-8550)에서 무주구천동행 버스가 있다. 칠연계곡을 산행들머리로 잡은 경우 역시 이 버스를 타고 중간에 내리면 된다.
◇ 속리산
당일 산행 코스가 일반적이다. 법주사에서 출발해 용바위골로 올라 문장대, 신선대, 경업대로 돌아 법주사로 다시 나오면 된다. 소요시간은 6시간이며 10km 코스다. 주봉인 천황봉을 산행에서 빼놓을 수 없지만, 하산로가 마땅치 않고 소요시간 또한 감안해야 한다. 천황봉을 경유할 경우 13km 코스가 되며 8시간 소요.
활목고개를 들머리로 잡아 미남봉, 매봉, 관음봉, 문장대로 이어지는 서북릉 코스(8km)의 경우 6시간 정도 소요된다. 장암리에서 곧바로 문장대로 오르는 코스(3km)는 2시간 30분.
* 교통= 동서울종합터미널과 남부터미널에 가면 속리산행 버스가 있다. 남부터미널에서 청주터미널(043-234-6543)로 가서 다시 속리산행으로 갈아 탈수도 있다. 대전에서도 속리산시외버스터미널(043-543-3613)까지 차편이 있다.
◇ 오대산
오대산 종주 코스(12km)는 상원사를 산행들머리로 잡고 비로봉, 상왕봉, 두로봉, 동대산, 진고개산장 순으로 거친다. 9시간이 소요되는 거리다.
계곡산행의 대표격인 청학동 소금강 코스(13km)는 진고개가 출발지점이다. 노인봉을 시작으로 낙영폭포, 만물상, 구룡폭포, 청학산장이 이어진다. 소요시간은 6시간. 여기서부터 완만한 능선길을 따라가면 무릉계곡이 나온다.
* 교통= 동서울터미널에서 진부시내버스터미널(033-355-6963)를 거쳐 월정사행 버스를 타면 된다. 소금강 코스를 원하는 경우 동서울터미널이나 상봉터미널에서 강릉시외버스터미널(033-653-8012)를 경유, 소금강행 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 설악산
설악산은 일정과 개인의 산행 경력에 따라 다양한 코스를 즐길 수 있다. 정상인 대청봉을 거치는 경우는 당일 산행 코스로는 적당치 않다.
가장 긴 코스는 남교리를 들머리로 해 12선녀탕, 대승령, 귀때기청봉, 끝청,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35km 구간. 소요시간만 24시간 구간이다. 용대리에서 시작해 백담사, 봉정암, 대청, 희운각, 비선대, 소공원 등으로 천불동 코스(33km) 역시 19시간은 잡아야 한다. 2박3일 일정으로 움직이는 것이 좋다.
용대리에서 오세암, 마등령으로 코스를 달리 잡을 수도 있다. 이 경우 구간거리는 21.5km, 소요시간은 10시간. 오색에서 대청봉, 희운각, 비선대, 소공원으로 엮어지는 코스(16km)는 14시간은 예상해야 한다. 1박을 예정하고 움직이는 것이 적당하다.
당일 코스도 많다. 권금성을 비롯해 비룡폭포?주전골?대승폭포?금강굴?백담사?울산바위 등은 많아야 서너 시간이면 족하다.
*교통=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이나 동서울터미널에서 속초행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동서울터미널에서는 용대리로 바로 가는 시외버스도 있다.
◇ 덕유산
육십령, 할미봉, 장수덕유를 경유해 남덕유산으로 이어지는 구간 또한 기억해 둘만하다. 7.5km, 4시간 코스.
◇ 오대산
월정사와 상원사를 둘러보고 비로봉, 상왕봉, 미륵암을 거쳐 다시 상원사로 돌아오는 6시간 구간(7km)은 특히 가을 단풍놀이 코스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