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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다양화를 통한 지방대학의 발전 방안
지방대학이 위기라는 말은 이제 새삼스런 이야기가 아니다. 오죽했으면 전국의 지방대학 총장들이 특별 기구를 만들고 ‘지방대학 육성을 위한 특별법(안)’을 기초해 국회에 입법을 요청하기까지 했을까? 하지만 위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2001년 12월) 뒤에도, 그리고 답답하다 못한 전국의 1백97개 지방대학 교수 2만 2백69명의 입법 촉구 서명지가 국회에 제출된(2002년 5월) 뒤에도, 국회 차원의 입법 노력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정치권이 지방대학의 절규에 귀를 막고 있는 사이에 위기 징후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오래 전부터 지방대학의 위기가 심각해질 것으로 예견된 시점은 2003년 입시였다. 대학 지원자수가 전국의 대학 입학 정원보다 더 적어지는 역전 현상의 첫 해가 2003년이기 때문이다.

그 뒤 약 10여년간 입학 자원의 부족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고, 학생 등록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오던 대학들은 사활을 건 생존 경쟁에 내몰리게 될 것이다. 대학간의 입시 전쟁과 치열한 생존경쟁은 특히 지방대학들에게 치명적인 위기로 다가올 것이며, 지방대학의 위기는 이미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인구 구조의 변동에 기인한 구조적인 위기이기에 정부의 강력한 정책 대응이 아니고서는 근원적으로 해결되기 힘들긴 하지만, 그렇다고 지방대학이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지방대학들의 투명한 경영과 피나는 자구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그리고 시민사회에 지방대학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호소하는 것도 도덕적 정당성을 갖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방대학들에게 요구되는 자구 노력도 하나둘이 아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과제는 역시 지방대학의 특성화와 다양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의 학제와 편제 그리고 교육과정을 그대로 좇아 전국의 대부분 대학들이 거의 같은 학제와 편제 그리고 교육과정을 운영해 온 것이 지금까지의 대학교육 실정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대학의 경쟁력을 위해서나 학생을 위해서나 나아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도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대학 문만 열어 놓으면 학생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입학 정원을 쉽게 채울 수 있을 때, 그래서 대학들이 생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을 때, 결국 대학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가 극심할 때의 무책임하고 철학 없는 대학 경영이 낳은 기형적 대학구조라고 할 수 있다.

기형적인 편제와 구조를 그대로 간직한 채, 지방대학들이 극심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음은 자명한 이치다. 천편일률적인 학제와 교육과정을 그대로 유지한 채 정부와 시민사회의 지원에만 의지하려 함이 도덕적일 수 없음도 당연한 일이다.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그리고 외부의 지원과 투자를 당당히 요구할 수 있기 위해서라도 지방대학들은 특성화와 다양화를 위한 노력들을 적극 추진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성화와 다양화가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적인 요건이긴 하지만 그것은 다음의 몇가지 기초 위에서 모색되고 추진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첫째는 각 대학들의 독특한 건학이념과 관련한 특성화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구대학교의 경우 건학이념인 사회복지와 장애인 재활과학 분야를 특성화 분야로 집중 육성해 전국적 수준을 자랑하게 된 것이 좋은 예다.

둘째는 우리 사회의 발전 방향과 관련한 미래지향적 특성화이다. 즉 미래의 한국을 이끌어 갈 산업이나 분야 가운데 하나를 특성화해 중점 육성하는 것은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나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바람직한 투자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대학들이 다양한 미래 산업 가운데서도 정보통신산업이나 생명산업 등의 하나 둘에 몰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모든 대학들이 동시에 몰리는 특성화는 또다른 천편일률일 뿐이고, 그것은 미래의 대학위기를 예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환경산업, 나노산업, 디자인산업, 문화산업, 콘텐츠산업, 국제화분야, 지역학, 통일학, 한국학 등 미래의 한국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영역들로 특성화를 모색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셋째는 특히 지방대학들이 소재하고 있는 지역사회의 산업적 특성이나 사회문화적․지정학적 특성을 반영하여 특성화분야를 설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지방대학의 특성화와 다양화는 지역화와 결합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지역들마다 경쟁력있는 산업과 문화적 정체성이 다르며 따라서 지역들마다 필요로 하는 인재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지방대학들은 지역사회의 객관적 특성과 요구를 적극 반영하여 특성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지역의 경제적․사회문화적 특성을 고려한 특성화 분야가 지방대학들에서 육성되지 않으면 지역사회의 미래도 지방대학의 경쟁력도 담보할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한편 특성화와 다양화는 대학이 갖고 있는 제한된 자원을 특정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대학 구성원의 합의에 기초해 있지 않으면 안정적으로 추진되기 어렵다. 기존의 백화점식 대학 편제에서 특성화분야로 선정되지 않은 많은 분야의 교수와 학생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의 위기’에 대한 대학 구성원의 일치된 상황 인식,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학발전 전략’에 대한 대학 구성원의 폭넓은 공감, ‘지역사회와 국가의 발전을 위한 대학의 특성화’에 대한 대학 구성원의 문제의식 공유야말로 대학의 특성화 전략이 성공하기 위한 필수 조건인 것이다.

민주적 여론 수렴에 기초한 합리적 특성화 분야 선정, 특성화 분야에 대한 전 구성원의 일치된 성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특성화 전략은 자칫 구성원간의 갈등만을 낳고 표류하게 될 것이다. 결국 대학의 민주주의는 대학 특성화의 성공을 위해서도 매우 긴요한 조건인 셈이다. 대학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은 궁극적으로 대학 구성원의 지혜 모으기와 민주적 리더십에 달려 있는 것이다.

윤 덕 홍 (대구대학교 총장)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2-08-31 오후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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