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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백헌의 어원산책 32]다홍치마
충남대 명예교수 / 본지 전문위원
이리하든지 저리하든지 마찬가지 일 같으면 같은 값이면 품질이 좋은 것을 가진다는 뜻으로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을 쓰는데 이를 한자어로 동가홍상(同價紅裳)이라 표기한다.

여기서 다홍치마란 단순히 치마의 색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과거 우리나라 풍속사(風俗史)를 보면 알 수 있다.

조선조에는 각종 의복의 모습이나 색상으로 신분과 계층 및 소속을 구분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령 남자의 옷 가운데 붉은 색의 바탕에 검은 선을 두른 비단으로 된 관복은 관리가 조정에 나아가 임금께 하례하기 위하여(朝賀) 대궐에 입궐할 때 입던 예복으로 홍삼(紅衫)이라 했고, 연소자가 장원 진사에 합격했을 때 입거나 신래급제(新來及第)가 입던 노란 색의 옷은 앵삼(鶯衫)이라 했으며 관복의 가슴에 붙이는 흉배(胸背) 중 호랑이 한 마리가 그려져 있으며 무관(武官)인 당하관(堂下官)을 나타냈고, 쌍학(雙鶴)이 그려져 있으면 문관(文官)인 당상관(堂上官)을 나타낸 것이 바로 그것이다.

여저 옷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름치마의 치마꼬리가 왼쪽으로 붙어 있느냐 오른 쪽에 붙어 있느냐에 따라 그 여자가 노론집 여인이냐 남인 집 여인이냐 당색을 나타냈는가 하면, 저고리에 끝동이 달려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남편이 있는 여인이냐, 아니냐가 구분되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치마의 색깔에 따라 처녀냐 아니냐가 구별되기도 했다. 과거에는 푸른 색깔의 치마는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은 과부나 기녀(妓女)들이 입었다. 청상(靑孀)은 ‘젊은 나이의 과부’라는 뜻이지만 그녀들이 자주 입은 치마가 푸른 치마였고, 푸른 치마를 뜻하는 청상(靑裳)은 기녀들이 주로 입는 옷이었다.

이 청상에 대하여 홍상(紅裳)인 다홍치마는 녹의홍상(綠衣紅裳) 즉 녹색 저고리에 붉은 치마를 주로 입는 여자인 처녀를 의미했던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같은 값에 다홍치마’의 속에는 같은 값이면 과부나 기녀 같은 헌 여자보다는 처녀를 취하겠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이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는 어휘로 ‘같은 값에 과부집 머슴살이’가 있다. 이 말 또한 같은 값이면 자기에게 좀 더 이롭고 편한 것을 택하겠다는 뜻이 그 속에 담겨져 있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5-11-21 오전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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