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대중의 커뮤니케이션
“여러분이 알고 있는 것을 여러분의 할머니께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지 못하면 여러분은 그것을 진정으로 아는 것이 아닙니다.”(알버트 아인슈타인)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 중 일인으로 꼽히는 아인슈타인은 일반인들도 과학기술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소수만이 향유하는 특권으로서가 아니라 대중이 함께 누리는 공유물로서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등장한 학문이 바로 과학커뮤니케이션학(또는 과학언론학)이다.
과학철학, 과학기술사회학과 함께 STS를 구성하는 대표 학문인 과학커뮤니케이션학은 ‘과학기술과 대중과의 의사소통’을 추구한다. 상호 간의 의사소통을 통해 일반 대중이 과학기술에 대한 정확한 상식과 이해를 갖추는 것이 과학기술의 이탈과 과학기술에 대한 대중의 외면을 막을 수 있고 과학기술강국의 초석도 다질 수 있다는 것이 과학커뮤니케이션학의 신념이다.
그렇다면 과학커뮤니케이션학은 어떻게 과학기술과 대중과의 의사소통을 시도할까? 초기의 경우 주로 신문, TV 등 전통 미디어 매체가 의사소통의 통로였으며 이를 통해 과학기술은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그러나 사회가 다변화되면서 인터넷을 포함한 뉴미디어, 상업광고, 공상과학이나 소설, 만화, 영화, 연극, 박람회 등 통로 또한 매우 다양해졌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협동과정 주임교수는 “과학자만 과학에 대해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과학에 대해 알아야 한다”며 “과학이 발전하면 할수록 그 성과물이 사회로 더 많이 환원되느니만큼 모든 사람들이 과학을 알아야 할 당위성은 너무나 크다”고 말했다.
■과학도 문화다.
“과학자들은 과학지식만 생산하는 것으로 소임을 다한 것이 아니라 일반인에게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는 일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과학 웹저널 ‘크로스로드’를 창간한 정재승 카이스트(바이오시스템) 교수는 창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크로스로드는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소장 러플린 카이스트 총장)가 과학기술부의 지원으로 진행하고 있는 과학커뮤니케이션 사업의 일환에 따라 제작된 것으로 과학자들과 일반인들 간 일종의 토론의 장이다. ‘크로스로드’는 과학과 대중의 의사소통 통로를 개척하는 과학커뮤니케이션학의 전형적인 모델이다.
과학커뮤니케이션학은 민간이나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과학커뮤니케이션 사업에서도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국립서울과학관. 초등학생 수 십 명이 한 사람을 응시하고 있다. 바로 너무나도 유명한 과학자, 아인슈타인이다. 물론 아인슈타인으로 분장한 연극배우지만 아이들은 책에서만 보고 이야기로만 듣던 아인슈타인과 그의 과학 업적들을 연극으로 만나니 그저 신기할 뿐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과학연극은 과학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진행되는 대표적 인 사업 중 하나다. 현재 ‘아인슈타인 특별전’을 공연하고 있는 한국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 부설 과학극단 키스는 국내에서는 유일한 과학전문 순수창작극단으로 연극을 통해 과학을 대중에게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과학도 문화’라는 모토는 과학커뮤니케이션학을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의사소통을 통해 대중의 과학기술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과학커뮤니케이션학에 있어 ‘문화’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학문화운동은 과학커뮤니케이션학이 추구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과학도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전까지는 마술이었습니다. 과학에 대한 일반인의 흥미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술은 과학에 관심을 갖게 해주는 좋은 도구입니다.” 한국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 이원근 소장은 비즈매직아카데미 과학마술반 강연을 마치고 이 같이 말했다.
영국 캐임브리지대 이학박사 출신인 이 소장은 과학과 마술을 결합한 과학마술교육으로 국내 과학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어렵고 딱딱하게만 인식되는 과학이론을 마술을 통해 대중들에게 쉽게 이해시키고 있는 이 소장은 ‘과학 메신저’의 중요성을 늘상 강조한다.
민간 차원에서 한국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가 과학문화운동을 주도하고 있다면 정부차원에서는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이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과학문화재단은 인쇄매체 및 방송매체 지원사업, 수 백 편의 모바일 과학나라 운영 및 만화, 동영상 서비스, 대한민국과학콘텐츠대상 선정 및 시상, 과학문화종합포털사이트 ‘사이언스올’ 구축 및 운영, 과학뉴스 사이트 사이언스타임즈 운영 등 다양한 경로로 과학커뮤니케이션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제2의 과학기술입국을 위한 범사회적프로젝트인 사이언스 코리아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과학커뮤니케이션학의 미래를 위해.
정부, 학계, 민간 단체의 노력으로 우리나라의 과학커뮤니케이션학(또는 과학커뮤니케이션)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선진 과학국에 비해서는 아직은 미흡한 수준. 무엇보다 과학문화운동을 주도해갈 전문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 한국과학커뮤니케이션 이원근 소장이 민간 과학문화전문가로서는 유일하다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덕환 교수는 “미국이나 영국 같은 경우 과학을 대중에게 인식시키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 과학자들 스스로가 나서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이런 나라들도 지금은 과학문화전문가들이 대중과의 소통을 대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현재 우리는 과학을 알리는 일을 모두 과학자에게 일임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됐다”며 “과학을 대중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과학커뮤니케이션 사업이 흥미성 또는 이벤트성으로 변질되거나 과학이 지나치게 쉬운 것으로 각인되는 것도 과학커뮤니케이션학의 미래를 위해 재고가 필요한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과학을 쉽게 이해하는 것은 좋지만 과학의 탈을 쓴 엉터리 상식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따라서 과학은 분명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 과학기술 시대에 충분한 과학상식이 없으면 언제든지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 아래 과학상식을 배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최연구 전 한국과학문화재단 연구위원(현 프레시안 기획위원)은 “고도로 분화되고 복잡해진 지금 과학을 대중화시킨다는 것은 어렵고 ‘과학이 쉽고 재미있다’는 생각은 오히려 과학을 천박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며 “대중의 이해나 관심에 맞게 특정연구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한 홍보기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 송찬영 차장, 윤지은·김은영·정성민·이현준 기자 / 사진 : 한명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