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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사학, 돌파구는 없는가<1>
1부 사학의 설립과 사립학교법 개정 논란(1)
이일형 (본지 교육전문위원)
사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 해방 후 지난 60여년간 전 국민의 열성적인 교육 열에 힘입어 비약적인 양적 성장을 거듭한 후유증이 학생 정원 역전 시대를 맞아 구조개혁과 대학 통·폐합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립대학과는 달리 재정구조가 대부분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정부 재정 지원도 기대하기가 만만찮다. 산업계와 지역사회 수요자 욕구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정원을 채우기는커녕 학교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선진국의 우수한 교육 서비스 시장으로 빠져나가는 인재를 잡기 위해서는 국내 사학도 어느 때보다 질 경쟁에 앞장서야 한다. 글로벌 시대 '최고' 아니면 생존이 불가능한 환경에서 교육 분야만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한다는 비난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비리 사학이 난무한다는 지적에 행·재정의 공공성과 투명성 확보도 급선무다. 개정 사학법이 7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것도 사학법인으로서는 여간 부담이 아니다. 과거의 패러다임으로는 이제 학교 경영도 설립 이념 전수도 쉽지 않은 시대가 됐다.

본지가 마련한 (사학 대 탐구)‘위기의 한국 사학, 돌파구는 없는가?‘ 시리즈는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살펴보고 위기의 한국 사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공동 모색하고자 기획됐다. <편집자>

사학법 시행 과정부터 논란

지난달 30일 국회의사당에는 개정 사립학교법에 반대하는 사학법인과 종교계 인사들이 모여 여당이 앞장서 사학법 재개정에 임해줄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천주교 교육주교회 박홍 신부(서강대 이사장)는 이날 성명을 통해 “종교계 사학을 포함한 전 사학을 비리집단으로 매도하는 발상이 어떻게 민주국가의 국회에서 수용될 수 있었느냐”고 반발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회장 박종순 목사)도 지난달 26일 오후 사학법 재개정 촉구를 위한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한국사학법인연합회(회장 조용기)는 이에앞서 지난달 20일 오후 2시부터 여의도 63빌딩에서 긴급 이사회 겸 대의원 총회를 열고 사학법 재개정 촉구와 함께 헌법재판소에 위헌 판결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하기도 했다.

개정 사학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이처럼 사학법인과 종교계에 광범위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해법 모색에 앞서 우선 사학의 설립 이념과 사학법 개정과정에서 그 원인을 찾아보자.

사립학교의 설립 현황과 특성

사립학교는 학교법인 또는 사인이 설립 경영하는 학교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하는 국·공립학교와는 구분된다.

우리나라 사립대학은 해방 이후 시작된 미군정기 공교육을 통해 국가가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었던 경제상황 등으로 교육부문에 민간자본을 유치하면서 본격화됐다.

특히 미군정의 이러한 정책 기조는 이후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기본 배경이 되면서 지난 60여년간 폭발적인 팽창과 함께 고등교육 대중화를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실제로 해방 후 21개교에 불과하던 국내 고등교육기관(대학, 전문대학, 기술대학 포함)은 2006년 현재 4백9개로 무려 20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사립학교가 3백49로 전체 고등교육기관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종교계 학교는 개신교 56개, 천주교 11개, 불교 7개, 원불교 5개 등 79개로 전체 사학의 22. 6%를 나타낸다. 이처럼 종교계 사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도 우리나라 사학의 특징 중 하나이다.

사립학교도 국공립과 마찬가지로 학교교육을 수행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교육과정은 차이가 없다. 그러나 사학은 각각의 학교가 가지는 특별한 교육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설립·운영되고 있으며, 학교마다 독자성을 지난다.

이러한 사립학교의 특수성은 국·공립학교가 가질 수 없는 특성을 살려 나갈 수 있는 것으로 건학정신이나 설립이념이 존중되고 역사와 전통을 지켜나가는 논리적 토대가 되어왔다. 사학의 자율성은 교육의 자유와 직결되는 것으로 외부 간섭 없이 전문성과 특수성에 비추어 독자적 자율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것.

이와관련해 사립학교법은 제 1조에서 ‘사립학교의 특수성에 비추어 그 자주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앙양함으로써 사립학교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반면 사학의 공공성은 개인에 의해 설립됐다 하더라도 국가나 사회의 공공목적과 이익을 위해 조직되고 운영되는 공공기관으로서의 원리를 강조한다. 설립자의 건학정신은 존중돼야 하지만 운영에 있어서 사익을 위해 공공성을 저해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사립학교의 자주성 확보와 공공성 앙양은 상호 모순 대립적인 개념이 아니라 사학의 설치와 교육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불가결한 요소라 할 수 있다.

개정 사학법의 주요 쟁점

사립학교법은 지난 1963년 6월 26일 당시 박정희 군사정부의 국가재건최고회의 의결을 거쳐 법률 제1362호로 제정, 공포되면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후 사립학교법은 정부나 정치권의 이해관계, 현실적인 문제 등으로 수정이 거듭돼 지난 1일 발효된 개정 사학법에 이르기까지 37차에 걸쳐 전면 또는 부분적인 개정 작업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그 동안 개정된 사립학교법상의 주요 내용이 법리상의 문제보다는 형식적 법치주의 발상에 의해 문교시책이나 교육행정, 정치 사회적인 입장 차이에 따라 이를 위한 법적 보장으로써 뒤따라가는 형식으로 개정되었다는 점이다.

고려대 안기성 교수(교육)는 “때로는 이러한 결단에 의하여 이루어진 변화들이 현명한 선택이 될 수도 있으나 그것이 교육적 결단이 아닌 정치적 결단이라는 것 때문에 교육에 역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을 낳았다”고 평가했다.

이런 비판은 시대 변화에 따라 사립학교가 설립자 개인이 세운 사적 재산이라는 기본 인식에서 나아가 교육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공적 재산의 의미로 해석되면서 논란이 확대되었다. 특히 열린우리당이 마련한 개정 사학법을 놓고 사학법인과 교육 시민 단체 간에 벌어진 시각차는 사학의 설립이념에서부터 사학법인의 성격, 인사권, 의사결정구조에 이르기까지 입장차이가 극명하다. <표 2>

사학법인측이 사학의 설립 이념은 영속적이며, 학교법인은 재산권에 기초한 권리 주체로 학교 운영에 관한 자율과 사적 자치를 향유할 권리가 있다고 보는데 반해 열린우리당은 개정되기 전 사학법이 학교법인만 권리 주체가 되고, 교직원, 학부모, 학생을 건학이념 구현의 기능적 종사자로 전락시켜 헌법이 규정한 교육권을 부정한다는 논리에서 출발한다.

사학법인에 대한 성격 규정 역시 사학법인측은 재산 출연에 의해 설립되므로 사법상의 재단 법인으로 일반국민과 마찬가지로 권리 행사 주체는 당연하다고 보는데 반해 열린우리당은 사학법인은 사적 자치가 허용되는 민법상의 비영리재단이 아니라 교육의 공공성을 위해 교육관계법에서 규정하는 학교 설립, 경영기관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개정 사학법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른바 개방형 이사제 도입으로 학교 의사결정 구조에 손질을 가했기 때문이다.

개정 사학법은 임의기구였던 대학평의원회를 필수 기구로 바꾸었으며 법인이사회 이사 가운데 4분의 1이상은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하는 사람 가운데 선임토록 했다. 때문에 앞으로 법인 이사 가운데 결원이 생기면 이사정수의 4분의 1이 될 때까지는 대학평의원회에서 추천하는 이사를 우선적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 여당은 이러한 근거로 사학의 족벌체제 해소, 재단비리의 근절, 사학의 공공성과 책임성 강화 등을 들고 있다. 열린우리당 유기홍 의원은 개정 사학법의 취지를 “구성 주체의 참여와 자치 확대“로 해석했다.

그러나 사학법인들은 그간의 사립학교법도 사학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있는데 거기서 더욱 제한하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오히려 사학의 자율성을 더 강화하는 쪽으로 사학법이 개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방형 이사제 도입에 따라 앞으로 정부 퇴직 관료나 코드가 맞는 여당 인사 1천여명이 이사회에 합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교육계 일각의 비난도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다.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은 “사학 비리 근절은 개방형이사제가 아니라 내부 감사 시스템 개선으로 고쳐갈 수 있다”고 말했다.

사립학교법 개정 전망

사실 교육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법은 그 시대의 정치·사회적 상황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사학법 개정 과정도 개정 의도가 순수하게 교육 이념의 추구에 있을 때에는 당위성을 가질 수 있지만, 그것이 정치적 의도에 따라 정당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개정되거나 교육외적 수단으로 이용될 때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따랐다, 이는 곧 정치적 격변기마다 또 다른 정치세력에 의해 개정을 요구하는 명분이 되기도 했다.

때문에 사립학교의 존재 의의가 교육가치의 다양성 보존이나 교육혁신의 선도적 역할 수행 등에 있다면 공학에서 추종할 수 없는 독특한 교육 가치를 건학 이념으로 창조하고 실천함으로써 의미를 높일 수 있도록 사학 제도와 정책이 보완돼야 할 것이다.

논란이 일고 있는 정부 여당의 개정 사학법도 격변기 한국 사회 정치 상황을 대변한 것으로 과도한 사학 규제 여론에 직면해 손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정부와 여당 고위 인사들이 개정 시기를 올 하반기 정기국회를 넘기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바람직한 사학은 사학 구성원 사이에 진정한 신뢰관계가 확보되고 서로 인정하면서 공동체 의식이 앙양되는 사학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학을 구성하는 재단과 교직원, 학생 등 구성원 사이에 신뢰 풍토가 확립되고 저마다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사학이야말로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사학이기 때문이다.

leeih@unn.net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6-07-11 오후 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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