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안기부 X 파일’사건으로 드러난 재계와 정치권, 언론, 검찰 등의 유착관계를 낱낱이 밝혀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요구하는 교육시민단체들의 행보가 가속화되고 있다.
민교협, 참여연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등 18개 단체들은 28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은 삼성의 불법로비와 안기부 불법 도청이라는 과거 한국사회의 병폐를 고스란히 드러낸 구태의 결정판”이라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검찰 수사와 언론보도가 삼성의 불법 로비자금보다는 불법 도청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을 비판하며 “막강한 자본력으로 국가권력을 좌지우지하려 했던 삼성의 행위는 권언유착과 정경유착, 법경유착을 도모한 전사회적 악행으로 취우선의 비난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삼성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각종 불법행위를 뿌리 뽑아야 한다”며 “이건희 회장의 지시 혹은 공모여부가 반드시 수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그동안 재벌은 정경유착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치권력의 협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돈을 건넸다는 ‘기업 희생자론’을 펴왔는데 이것이 얼마나 거짓인가가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이번 사건은 삼성이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적극적으로 정치인을 관리하고 정치자금을 제공해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기아자동차 인수 등을 통한 이익 챙기기뿐 아니라 경영권 세습과정에서 빚어진 불법·편법행위에 대한 정부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세균 민교협 공동의장은 “이번 사건은 국민의 피와 땀, 눈물로 싸워서 쟁취한 민주공화국이 허울만 남고 사실은 ‘재벌의 집행위원회’로 전락할 수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노무현 정부가 검은 커넥션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재평가가 달라질 것”이라며 “철저한 진상을 규명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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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노조 김종규 수석부위원장이 28일 삼성 본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조양희 기자 |
전국언론노조, 한국언론정보학회 등 7개 언론단체도 이날 성명을 내고 언론보도가 불법도청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으로 물타기를 시도, 삼성보호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은 삼성이 주연을 맡고 중앙일보, 조선일보, 검찰, 정치권이 조연으로 출연해 금력을 앞세운 전방위 로비로 민주적 정권교체를 막으려 했던 ‘친위쿠데타’”라며 “언론은 삼성보다 무서운 국민을 믿고 경-언-정-검 유착문제를 불법 도청 문제와 균형있게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개혁기독교연대도 별도 기자회견을 통해 “‘X파일’은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즉각 공개돼야 하며, 정부는 특검을 도입해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시민단체들은 현재 연대기구 구성을 논의중으로, 검찰 수사 방향에 따라 검찰과 법무부를 상대로 한 대응방안도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언론단체들은 지난 26일부터 삼성 본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교수단체도 교수 개인 서명 형식의 성명서를 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