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교육당국과 정원 감축 등 실적 위주의 정책은 오히려 대학의 특성화를 해쳐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일년 내내 맞섰다.
정원 감축, 통·폐합 정책 갈등 빚어
오는 2007년까지 50개 국립대를 35개로 줄이겠다며 교육부가 통·폐합 정책을 전면으로 내세우면서 이를 둘러싸고 교육부와 대학당국, 구성원들간에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교육부는 재정지원 사업비 8천억원을 '구조개혁 실적'에 따라 배분하겠다며 대학을 압박했고, 한 푼이 아쉬운 대학들은 특성화와 누리, BK21 사업 등에 참여하기 위해 정원 감축과 통· 폐합 정책을 추진했다.
지난해 통합을 선포한 공주대(천안공대)에 이어 올해 부산대(밀양대), 전남대(여수대), 강원대(삼척대), 충주대(청주과학대학)가 통합대학 출범을 선언했다.
하지만 통합추진 내용에 반발, 강원대 일부 교수들이 총장실을 점거하는 실력행사에 나섰고, 상주대 교수협의회는 경북대와의 통합 중단을 선언한 총장 퇴진 운동을 벌이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학내 반발을 딛고 구조개혁 사업을 추진했다가 재정 지원사업에서 탈락한 대학들이 내홍을 겪은 것은 예고된 결과였다.
교육정책 불신에 '교육부 개혁론' 비등
국립대 교수들은 법인화 시도와 총장 선출 선관위 위탁 방침 등 정부 정책이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크게 반발했다. 지난 9월에는 교수 1천명이 도심에서 '국립대 법인화 반대'를 외치며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총장 선출을 선관위에 위탁한다는 내용의 교육공무원법 개정에 대해 “헌법에서 보장한 대학의 자유권을 위배한다”며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이처럼 대학 구조조정과 법인화, 서울대 통합형 논술로 불거진 학생 선발권 문제 등을 놓고 교육당국과 대학이 갈등을 빚으면서 규제 일변도의 교육정책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본지가 지난 5월 대학 구성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이상이 교육 현장에서 체감하는 교육부의 규제 수준이 높다고 지적했으며, 구조개혁 정책 방향 설정이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교수단체들은 지난 2일부터 사학법 개정, 국립대 법인화 반대, 교수노조 합법화 등을 주장하며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한 상태.
개악 로스쿨 법률안, 대학 출혈 경쟁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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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대학가는 로스쿨 유치를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였다. 우수 교수와 변호사 영입에 발벗고 나서는 한편 법대 단독 건물 및 법학전문도서관 신축 등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투자에 열을 올린 것.
사실상의 허가주의를 통해 총 입학정원을 통제하는 현 법률안 대로라면 많아야 10개 안팎의 로스쿨이 설치될 상황. 탈락대학은 투자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데도 ‘3류 학교’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과당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10월 국회에 상정된 로스쿨 법률안은 ‘무늬만 로스쿨’, ‘개혁 아닌 개악’이라는 법학계·시민단체의 비판을 받으며 일년 내내 논란을 몰고 다녔다. 로스쿨은 정원 규모와 유치대학을 결정짓는 시점이 되면 법조계와 법학계, 대학과 대학 간 경쟁이 다시 한번 불붙을 전망이다.
내년부터 7년간 2조1천억원이 투입되는 BK21 사업은 단연 초미의 관심사. 이달 말 사업공고 발표를 앞두고 대학들은 참여조건이 어떻게 결정될지 촉각을 곧추세우며, 경쟁 우위분야와 선정 가능한 블루오션이 무엇인지 사업단 채비에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1년 반 가까이를 끌어온 사학법 개정 문제는 국회의장이 정기국회내 처리 방침을 밝혔으나, 여야 및 사학법인·교육단체간 이견이 커 법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세계 1백위권 첫 진입…대학 평가 논란
세계 1백대 대학 순위에 국내 대학이 첫 랭크된 것도 뉴스거리. 지난 9월 영국의 더 타임스지가 발표한 세계 2백대 대학 순위에서 서울대가 93위에 오른 것을 비롯, 한국과학기술원과 고려대가 각각 1백43위, 1백8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1백63위에 올랐던 포스텍은 순위권에서 찾을 수 없는 등 평가 결과의 신뢰성을 놓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는 취업률 등 국내 평가 순위 공개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더욱이 국정감사를 통해 법인전입금, 수익용기본재산, 기부금, 부채현황, 신입생 충원율 등이 낱낱이 공개돼 일부 대학들이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대학 살림살이 공개는 내년에 정보공시제가 도입되면 가속화될 전망이어서 대학간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입시부정·연구비 유용에 따가운 눈총
입시부정과 연구비 횡령 등 교수들의 도덕성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서강대 전 입학처장이 답안을 유출, 자녀에게 건넨 입시부정 사건을 시작으로 검찰 수사에서 연구비 비리가 대거 적발돼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연구비 관리 인증제와 학생 인건비 풀링제가 시범 시행된 것도 그 때문.
최근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일부 교수 중에는 주중에 골프를 치고, 자주 해외에 나가 수업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다”며 교수들을 향해 쓴 소리를 하는 등 교수사회의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현실.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서 전임교원 확보율 배점이 높아지자, 교수 채용때 비정년 교수들이 늘어남에 따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직원 사회에서는 총장선출 참여가 여전히 이슈였다. 10~15%의 참여를 이끌어낸 국립대의 투쟁이 올해는 사립대로 옮겨간 것. 숭실대와 상지대, 중앙대 등 일부 사립대에서 직원 참여는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 잡은 반면 한국외대 등 몇몇 대학에서는 교수집단과 갈등 양상 보였다.
황우석·강정구 교수 뉴스 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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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인 중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는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 황 교수는 사람의 체세포와 난자만으로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어 세계를 놀라게 했는데, 난자 채취 과정의 윤리 문제가 제기되자 지난달 세계줄기세포허브 소장직을 사임했다.
7년간 법정투쟁을 벌였던 김민수 서울대 교수가 복직됐으며, 기간제임용 탈락 교수를 구제하는 특별법이 발효, 재임용 탈락 교수들의 복직의 길을 텄다.
필화사건도 어김없이 일어나 학문 사상의 자유 논란에 불을 지폈다.
'6·25는 북한 지도부의 통일전쟁'이라는 강정구 동국대 교수 주장은 구속수사 논란 등을 유발, 보-혁 갈등으로까지 확대됐다. 올해 초에는 한승조 고려대 명예교수가 일제강점을 합리화하는 글을 일본 잡지에 기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친일청산 바람이 일었다.
고려대 학생들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을 저지한 사건도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캠퍼스 탈정치화 가속화, 복지 관심 집중
대학가에 민자기숙사 신축 붐이 인 것도 올 한해. 건국대, 경희대, 명지대, 한양대 안산캠퍼스 등 서울권 대학은 물론 공주대, 전북대, 충남대 등 국공립대를 중심으로 민자기숙사 신축에 발벗고 나섰다.
친환경적 캠퍼스 구축과 캠퍼스 공원화 움직임 등도 올해 두드러진 캠퍼스의 변화상이다.
대학 내 편의공간 운영에도 산-학협력 바람이 불어 네이버카페, 룰루존 등이 캠퍼스에 등장했다. 본지도 첨단 인터넷 시설인 ‘인키’에 이어 대학과 함께 기업의 후원을 받아 고급형 편의공간인 ‘글로벌 하우스’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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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연세대가 ‘8·15 민족 대축전’ 집회 장소로 캠퍼스 사용을 불허하면서 촉발된 캠퍼스의 탈정치화 논란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뉴스. 당시 연세대는 "이제 대학은 더 이상 외부 사회단체의 집회 및 시위장소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고려대, 충남대 등이 투표율 미달로 내년 3월에 재선거를 치르기로 했으며, 서울대도 1·2위 표 차이가 39표에 그쳐 재선거를 치르는 등 난항을 겪었다. 비운동권이 주류를 이룬 올 선거에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복지공약이 주요 관심사로 등장했다.
UNN뉴스팀 news@un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