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각종 대학평가나 각 대학의 교수업적평가에서 연구영역 부문의 배점을 보면 국제학술지인가 국내학술지인가에 따라 현격한 차등을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제학술지는 계열별에 따라 A&HCI, SCI, SSCI에 등재된 전문학술지인가 그 외 외국 전문학술지인가로 구분하고, 국내학술지는 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의 등재학술지인가 등재후보학술지인가에 따라 구분을 짓고, 이를 다시 학진에 등재되지 않은 학회에서 발행된 학술지인가 그 외 학술지인가에 따라 배점을 다르게 하고 있다.
그런데 이 기준이 과연 신뢰성과 타당성이 있느냐가 문제이다. 국제학술지만 하더라도 특히 인문사회계열의 SSCI나 자연계의 SCI가 이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전문학술지를 모두 망라하지도 대변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선 SSCI나 SCI 등재 여부가 우수한 국제학술지를 판별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국내학술지의 경우에 있어서도 등재학술지나 등재후보학술지라고 인정을 받고 있는 학회지가 과연 학술적으로 질적인 수준이 높은가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 학술논문의 질은 우수한지, 편집위원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는지, 논문 심사과정과 절차는 엄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수정 절차는 형식적이지 않고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는지, 편집상에서 오류는 정확히 바로 잡고 있는지, 영문 요약은 제대로 되어 있는지 등 이다.
국내 학술단체에서 발행하는 학회지의 경우를 보면, 대부분 몇몇 특정대학 출신들이 논문편집위원의 주류를 이루고 있거나, 논문심사자들 또한 학회장이나 편집위원들과 인맥이나 학연으로 고리를 맺은 사람들로 채워져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과연 학술논문의 엄정한 심사가 이루어질 수 있는가를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논문심사도 논문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건설적인 비평과 조언보다는 몇 줄 안 되는 형식적인 코멘트 일색인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발간된 논문에서 오탈자가 있기도 하고, 각주와 후주 및 참고문헌의 용례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오류가 나타나기도 하고, 참고문헌에선 일관성 없이 목록이 정리되어 있기도 하며, 영문 요약은 기본 문법 및 철자조차 맞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설혹 연구내용이 아무리 좋더라도 논문작성법과 정해진 기준과 원칙에 준하지 않고 쓰여 진 논문은 그 가치와 질이 반감되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학술논문이란 정해진 원칙과 기준 및 기술 양식에 따라 써야 하기 때문이다. 우수 국제학술지의 경우를 보더라도 좋은 논문 일수록 내용이 충실함은 물론 원칙과 형식에서 벗어나지 않고 오류가 적기 마련이다.
앞에서 잠간 언급하였지만, 학술논문을 심사하는 심사위원들이 그 대상 논문에 전문성을 지녀야 함은 말할 필요가 없고, 공정성을 위해 적어도 3인 이상의 각기 다른 학교 출신 전문가들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본다. 대다수의 유명 국제학술지는 다양한 전문 학자들로 심사위원을 구성하여 철저하고 엄정한 ‘Peer Review’(동류 학자들에 의한 심사) 과정을 몇 차례 거쳐 우수한 아티클(articles)을 게재 논문으로 선정한다. 우스개 소리 같지만 우리나라 학계에서 학술논문의 우열은 이미 대학 명칭으로 결판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논문을 작성한 사람이 어느 대학 출신이며 어느 대학에 소속되어 있느냐에 따라 학술논문은 일류도 되고 이류도 되고 삼류도 된다는 말이다. 설혹 소위 이름 없는 대학 출신이거나 유명세가 낮은 대학에 근무하는 사람이 아무리 우수한 학술논문을 발표해도 그 논문은 세칭 일류대학 교수의 대강 쓴 논문보다도 인지도 면에서 낮게 평가받는 것이 우리나라 학계의 공공연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대학사회에서 학술적 업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교수의 연구역량이 대학 명칭에 따라 혹은 연고에 따라 평가되고 있는 불합리한 폐단을 조속히 불식하지 못한다면 학문의 선진화 내지 세계화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