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정부는 산업교육 진흥 및 산학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의 제정 등 30여개의 법률을 제정하였으며 산학협력의 기반조성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2005년 2월 현재 전국 3백58개 대학 중 93%인 3백33개 대학에 산학협력단이 설치된 것도 이에 힘입은 바 클 것이다. 그런데 실지로 대학과 기업의 자발적인 산학협력은 투자비중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처럼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필자는 그 원인을 그동안 잘못된 형태로 이루어진 공동연구개발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대체로 대학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R&D 투자비중이 급격히 증가한 것이 90년대(산학협력 연계활성화시기)부터인데 이때 기업과 대학간 공동연구개발도 급증하였다. 공동연구에는 기술자문, 기술이전, 용역개발 등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대부분의 공동연구는 용역개발형태로 이루어졌다.
특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공동연구 형태를 통해 그동안 대학이 축적한 특허 등 기술도 한꺼번에 가져가는 관행들이 이때부터 나타났다. 실명과 실명회사를 거론하기는 어렵지만, 4천만원이 투여된 한 연구에서 국내특허 33건, 해외특허 1건이 발생했지만, 회사는 어떠한 보상도 없이 34건 전부를 용역계약서 지적재산권 조항에 따라 가져갔다.
대학에서 교수와 대학원생이 연구 분야에 R&D 노동을 투자하는 것은 기업의 투자와 마찬가지로 공동투자로 볼 수 있다. 같이 기회비용을 들였음에도 그 기회비용을 공유할 유인책을 기업에서 마련할 여유를 갖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전체 국가연구개발비의 76.1%를 사용(2003년)하고 있는 기업에 자체적인 기술혁신역량은 어느 정도나 되는가?
2004년 9월 현재 1만개의 기업연구소 현황을 들여다보면 전체 기업연구소의 76.2%가 10명 이하의 연구원을 보유하고 있고, 석·박사 연구원이 1명도 없는 연구소가 2천8백5개나 된다. 박사급 연구원을 1명도 보유하지 못한 연구소도 7천8백84개나 된다. 박사급연구원의 기업체 근무비중을 살펴보면 2002년 현재 14.3%로, 미국(99년 40.4%)이나 스웨덴(99년 34.6%)에 비해 박사급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소수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자체적인 혁신역량을 갖춘 기업연구소가 절대 부족함을 알 수 있다.
그 공유할 유인책의 하나는 공동연구개발 시 발생된 지적재산권을 공동 소유하는 것이다. 물론 공동소유에 따른 실익은 모두 기업이 가져간다. 왜냐하면 대학에서 사업화를 할 가능성은 제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동소유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연구의욕을 고취시키고 대학의 브랜드가치를 높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유인책은 공동연구개발 전에 선행기술 및 선행특허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사가는 것이다. 대학이 중소기업과 산학협력이 더 잘 안되는 이유 중 하나는 작은 대가의 지불이라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없이 기술을 가져가고 보자는 기업의 관행이 유발한 결과가 크다.
마지막으로 공동연구개발 기술을 상용화할 경우, 미래의 기대수익을 나눠가지자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공동연구개발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며 기술혁신을 유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 수익은 대학의 연구 활동 진작과 더 좋은 고급인력 양성에 투여될 것이며, 기업은 기술혁신을 통한 수익을 환원하는 상생의 모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2004년 8월부터 1사1교수 프로그램을 진행해오던 (주)씨마텍(사장 반원익)과 김권희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실 간에 포괄적인 기술이전계약을 중개한 적이 있다. 그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대학 내 기업연구소 설립과 기존 개발 기술에 대한 기술료 지급 그리고 향후 기술혁신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의 공유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양자 모두 만족하고 있으며, 열심히 기술개발을 위해 서로 노력하고 대화하고 있다.
기업과 대학간 상생의 산학협력 모델은 상호간의 신뢰와 노력 없이 만들어질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업과 대학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이다. 앞서 제기한 세 가지 유인책을 끌어내고 만들어내고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현재 대부분의 대학에 설치된 산학협력단과 기술이전조직이다. 이 조직을 통해 기업은 기술혁신역량을 강화하고 고급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며, 대학은 이 조직을 통해 일정한 수익을 연구 및 교육발전에 재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회계중심의 산학협력단에 대한 재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