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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결산좌담, "제2의 황우석 사태 막으려면 STS 활성화 필요"
본지는 이번 학기에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문화재단의 후원으로 “특별기획-사이언스코리아, STS에서 길을 찾는다”를 연재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생소한 STS란 학문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기획이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시리즈를 마무리 지으면서 과학문화재단·대학·시민단체 STS 전문가 3분을 모시고 STS 시각에서 바라본 황우석 교수 사태, STS의 현재와 미래 등을 주제로 좌담을 진행했다. 좌담을 통해 나온 의견들이 국내 STS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

·좌담일시 : 2005년 12월 1일 목요일 오후 1시~3시

·좌담장소 : 프레스센터 내셔널 프레스클럽

·참 석 자 : 김동광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운영위원, 이상욱 한양대 교수, 최연구 한국과학문화재단 연구위원

▲ 좌로부터 김동광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운영위원, 이상욱 한양대 교수, 최연구 한국과학문화재단 연구위원.

△이상욱 교수(이하 이 교수) : 한국대학신문의 기획연재 주제가 “사이언스 코리아, STS에서 길을 찾는다”였는데 개인적으로 이 제목이 적절하다고 본다. 한국과학연구가 안정적으로 지원을 받으면서 성공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STS적인 시각을 받아들여야 한다. 과학은 이제 사회 속에서 유지 가능한 연구형태가 되지 않으면 미래가 없고 계속 저항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STS 연구자들이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며 사이언스 코리아와 STS의 미래가 긴밀하게 연결된다고 본다.

△김동광 위원(이하 김 위원) : 이 교수 말에 동의한다. 근대 역사를 통해 모든 분야가 민주화됐으나 유독 과학만큼은 그렇지 못했다. 충분한 민주화 과정을 거치지 못하니까 현재와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여전히 사람들은 과학을 성역으로 생각한다. STS는 학제적 접근, 즉 과학을 그 자체로서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로서, 여러 학문으로서 과학을 바라본다. 과학은 결국 특수한 게 아니다. 우리들이 다 같이 만들어나가고 추구해나가는 것이다.

△최연구 위원(이하 최 위원) : 사이언스코리아는 한국과학문화재단의 사업으로 국가경쟁력 향상 같은 목적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사회 전체가 친과학적인 풍토를 갖자는 데에 본 취지가 있다. 결과로서의 과학이 아닌 과정으로서의 과학을 말하는 것이고 과학적인 생활이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STS는 별다른 게 아니라 문화라고 할 수 있다.

"황우석 교수 사태는 STS가 주목 받는 계기”

△김 위원 : 지금 황우석 교수 논쟁을 보면 처음에 제기됐던 문제들은 실종되고 이상한 방향으로 논의가 흐르고 있다. 사실 처음에 제기됐던 문제들은 국내에서도 오래 전에 인지해왔던 것들인데 새튼 교수 발언이 워싱턴 포스트지에 실리면서 국내에서 논의가 급격히 확산됐다. 이런 것들을 보면 참 재밌다. 지난해 생명윤리학회에서 제기했던 문제들은 난자입수경로, 연구비 출처 등 크게 4가지 정도인데 연구원 난자 문제로만 축소되다가 최근 갑자기 또 다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처음에 제기됐던 문제들에 대한 부분을 검증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 제2의 황우석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 교수 : 철학적, 윤리적인 입장에서는 옳고 틀린 게 너무 분명하다. 윤리 논쟁이란 말을 붙이는 것에도 반대한다. 당연히 그렇게 하지 말했어야 했고 지금 다 털고 나아가야 한다.

△김 위원 : 황 교수 논란에는 인터넷의 맹점도 한 몫하고 있다. 최근 MBC 앞에서 열린 촛불시위에 참석한 인원은 70여명에 불과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의견은 반반이다. 그런데 인터넷을 보면 절대 다수가 황 교수 편인 것 같다. 사실 이 같은 배경에는 60~70년대 개발경제시대를 거치면서 국가가 과학을 도입했고 과학의 정의를 내린 원인이 있다. 이 과정에서 과학의 이미지가 편협하고 국가주의적으로 각인됐다. 그러다보니 황우석 교수 연구는 국가를 위한 것이고 여기에 태클 거는 것은 안 된다는 지금과 같은 현상이 나온다. 또 황 교수도 국가주의, 애국주의에 호소하고 있으며 실제 이것이 통하고 있다.

△최 위원 :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선진국은 과학과 관련한 대화와 채널이 다양해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선진국의 장점은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역사는 반복되지 않는다 하지만 비슷한 사건들은 반복적으로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STS를 통해 윤리논쟁을 거쳤고 그 과정을 통해 또한 발전했다. 이번 황 교수 사태는 우리 사회에 왜 STS가 필요하고 STS를 연구해야 되는지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본다.

△이 교수 :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지금 과학자들이 갖고 있는 잘못된 사고와는 달리 과학사 연구를 해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과학자들은 사회와 유리돼 실험실에서 혼자만 실험을 했던 것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을 잘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런 과학자들은 자신의 연구가 왜 중요한 지, 또 이 연구가 사회적으로 왜 자원들을 동원할 가치가 있는지를 잘 설득했고 사회·문화적 배경과 잘 융합시켰다. 과학자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세상과 담을 쌓아야 연구를 잘 할 수 있다는 것은 역사학적으로도 많지 않다.

“STS적 시각은 제2의 황우석 교수 사태 막는 길”

△김 위원 : 우리는 과학기술을 맹신하는 경향이 있는데 줄기세포에 대한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줄기세포를 통해 치료가 가능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일 뿐인데도 마치 치료가 가능한 것으로 믿어버린다. 이 같은 과학에 대한 맹신을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획일적인 과학관을 벗어나 다양한 가치와 관점에서 과학을 바라봐야 한다. 이것이 바로 STS의 뿌리 중 하나인 과학에 대한 성찰적 자세다. 또 STS의 흐름으로 과학기술의 민주화를 들 수 있는데 과학자 사회가 사회에서 성처럼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한 영역 속에서 존재하는 것으로 사회 전체를 위한 과학연구가 되기 위해서는 시민참여가 필요하다. 시민 참여는 시민이 옳기 때문이 아니라 과학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가치를 얻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의 과학학습도 이뤄진다.

△최 위원 : 시민단체 입장에서 볼 때 과학기술의 민주화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민주적 의식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과학이란 것은 사회의 최전선인 반면 문화는 그렇지 않다. 이번 황 교수 문제에서도 보듯이 윤리는 문화적 측면이고 과학은 기술적 측면인데 기술과 문화의 격차는 항상 있다. 여기서 결국 문화의 문제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고 과학의 민주화도 문화의 문제다.

△이 교수 : 기술영향평가를 들어가면 STS는 반과학적이란 거부감이 굉장히 심하다. 우리가 연구를 못하게 하려고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실제 이러한 오해를 푸는 데에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STS 연구자들은 만일 A라는 문제를 제기하면 그 문제 때문에 연구를 그만두라고 하는 게 아니라 A라는 문제가 있으니 위험성을 판단해 해결방안을 찾자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과학자들은 다시 기술적으로 해결하자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태도다. 만일 과거 박정희 시대처럼 국가가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억압하고 통제해준다면 괜찮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우리 사회가 선진화되는 시점에서 과학자들은 원하든 그렇지 않든 과학자들이 토론하고 사회 목소리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지속적인 연구가 불가능하다.

△김 위원 : 영국에서 아직도 진행 중인 광우병 논쟁으로 영국 정부는 큰 타격을 입었다. 그 이유는 국민들이 사실을 알게 되면 동요하고 대혼란이 일어날까봐 초기에 문제를 감췄기 때문이다. 정부 스스로 정의를 내리려 하고 정보를 가려 버니까 결국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처음부터 솔직하게 제시하고 사회적인 합의를 도출해내도록 유도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원칙이다. 정부나 과학계는 위에 서서 스스로 판단하려고 하는데 이는 위험하다.

△이 교수 : 우리의 경우 원자력 발전소 문제만 봐도 얼마나 많은 사회적 에너지가 소비됐나? 이유는 과학자들이 원자력 발전소는 100% 안전하다고 10년 동안 고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과학을 공부하면 완벽하게 안전한 기술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과학자들은 사실대로 말하면 국민들이 불안해 할까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는데 차라리 처음부터 위험성을 솔직히 밝히고 양해와 협조를 구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이었다. 과학자들이 대중을 무지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연구에 가능한 자원을 제공하고 여론을 형성해주는 원동력으로 대중을 인식할 때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연구가 가능하다.

△최 위원 : 과학문화재단에서 시민단체도 지원하고 고려대의 STS 협동과정도 지원한 적이 있다. 당시 고려대에서 STS 과정을 개설했을 때 너무 반과학적이다 해서 마찰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 입장에서 볼 때는 시민단체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감정적으로 과학발전에 발을 묶으려고 하는 태도도 많이 보인다. 과학을 놓고 한 쪽은 과학의 장밋빛 미래를 말하는 반면 다른 한 쪽은 과학의 위험을 말한다. 그러나 위험이란 뜻은 영어에서는 danger와 risk로 구분된다. danger는 정말 절대적인 위험이지만 risk는 다르다. risk는 잘만 극복하면 오히려 득이 되는 부분이 있다. 과학은 danger가 아닌 risk다. 시민단체에서는 가끔씩 risk를 danger로 공격한다. risk와 danger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하고 과학자 집단과 시민단체는 risk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독일에서는 risk를 대중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유행하고 있다.

△김 위원 : 최 위원님께서 시민단체에서 반과학적인 입장을 보인다고 하셨지만 우리나라 시민단체 중에서 하나, 둘 정도는 그렇다고 봐도 거의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외국에서는 일부러 논쟁거리를 만들기도 하는데 자꾸 예방주사를 맞자는 취지다.

△이 교수 : 시민단체도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자기 아젠다가 있어서 합의를 이루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정부단체는 정부단체대로, 연구자는 연구자대로 각자의 역할이 있다. 그러나 서로 입장이 다르기는 해도 최소한의 합의는 가능하다. 바로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관련된 정보는 최대한 공개하고 공유하는 원칙들이 필요하다. 이것을 막기 시작하고 덮기 시작하면 쓸 데 없는 에너지만 소비될 뿐이다.

"STS는 과학의 변화를 반영하는 바로미터”

△김 위원 : 우리의 STS 현주소는 상당히 열악하다. 협동과정 식으로 진행하면서 교수를 두지 않고 편법 식으로 대학이 운영하려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과학에 두고 있는 가치가 도구적이기 때문에 STS라는 학문 자체가 그 만큼 중시되지 않는다. 과학을 문화로서, 다양한 관점을 받아들이는 통로로서 생각한다면 STS 만큼 유익한 학문이 어디에 있겠는가? 하지만 현재 찬밥신세를 못 면하는 것은 정부도 그렇고, 대학 당국도 그렇고 STS를 주변적인 것으로만 간주하기 때문이다. 하루 아침에 STS가 부흥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 우리 사회가 과학에 대한 관점을 변화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STS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STS는 우리 사회에서 과학의 변화를 반영하는 하나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본다.

△이 교수 : STS의 미래에 대해 연구자 입장에서 말하면 제도적으로 취약한 부분은 우리나라의 경우 교수를 임용할 때 학과 위주로 임용하는데 STS는 성격상 어렵다는 사실이다. 외국은 학제적 연구를 하면 어디든 갈 수 있는데 우리는 반대로 어디든 갈 수 없다.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학문연구에 있어서도 틀에 갇히지 말고 열려야 한다. 너는 사회학자, 너는 철학자처럼 획일적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 주제에 따라 진출할 수 있도록 학계가 변해야 한다. STS의 토착화도 시급하다. 이제까지는 외국 사례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다. 한국적 사회에 대한 문화가 존재하는 만큼 한국적 사회에 대한 역사적·사회학적·철학적 고찰이 요구된다. 외국에 비해서도 손색없는 학술적 수준이 이뤄졌을 때 STS도 훨씬 토착화되고 사람들도 많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생각한다.

<사회 - 송찬영 차장, 정리 - 정성민 기자 / 사진 -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5-10-08 오후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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