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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개혁 하느라고 했는데…."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사업 논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학구조개혁 재정지원 사업’ 선정결과가 지난달 28일 발표된 직후 세종로 정부 종합청사에는 탈락 대학들의 총장과 처장들이 잇따라 방문, 이의를 제기했다. <본지 538호 3면 참조>

통·폐합 대학은 당초 약속한 지원금보다 적다며 불만을 드러냈고, 수도권 대학에 구조개혁 선도대학 예산이 집중되자, “정원을 감축한 수도권 대학의 손실을 보전해주는 사업으로 전락한 거 아니냐”는 쓴 소리가 나왔다. 특히 입학정원 10% 감축계획서를 냈으나 탈락한 지방 국립대 총장들은 ‘정원 감축 취소’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교육부는 “국립대 정원 감축은 의무사항으로 취소는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탈락대학들 내홍 휩싸여= 입학정원 4백29명을 감축, 학사조직 개편 위주로 신청서를 낸 전북대는 구조개혁 선도대학에서 탈락한 후 크게 당혹해 하고 있다. 정원 감축 철회를 요구하는 학내 목소리가 높아지자 학교측은 오는 18일 학무회의에서 최종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이 대학 임채호 기획처장은 “일부 기초학문 분야를 학과제로 돌리고, 인문학부와 과학기술학부를 학과제로 전환하는 개편안 중 일부라도 모집단위 변경을 고려해 줄 것을 교육부에 요청했으나 희망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상주대와의 통합이 무산된 경북대는 교수회가 자체적으로‘통합 무산 진상위원회’를 구성, 통합 논의 진행과정의 문제점을 파악 중으로, 이달 중 진상위 보고서를 내기로 했다. 경북대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막판에 통합이 무산됨에 따라 책임론 제기 등 구성원들 간의 갈등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8월 통합논의 중단을 선언한 김종호 총장의 퇴진운동에 나선 상주대 교수협의회는 경북대와의 통합 재추진을 요구하며, 김 총장에게 10일까지 의지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최현국 교수협의회장은 “총장이 교수들의 뜻에 반하는 답을 내리면 강력한 퇴진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혀, 대치 국면을 예고했다.

다른 지역 국립대 역시 비슷한 상황으로 학교 관계자들은 “학내 반발을 딛고 구조개혁 사업을 추진했는데, 교육부가 노력한 만큼 전혀 인정해 주지 않아 추진 주체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참여조건·사업기준 ‘논란’여전= 입학정원 감축과 교수확보율 등의 기준을 맞추지 못해 아예 신청서도 내지 못한 수도권 중소규모 대학과 지방사립대는 획일적인 사업기준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손의영 서울시립대 기획발전처장은 “입학정원 자체가 적은 중소규모 대학은 사실상 정원 감축이 힘들다”면서 “대규모 대학은 과거 정원을 늘리는 식으로 지원을 받더니, 이제는 줄였다고 지원해 주는 것은 일종의 특혜”라고 꼬집었다.

2백여 지방사립대가 불참한 것과 달리, 5백50명 감축을 신청한 우석대는 최근 3년간 평균 미충원율이 정원 감축 비율을 초과해 1단계 평가에서 탈락했다. 미충원율이 높은 지방사립대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평가항목이라는 것.

소준노 기획조정처장은 “지방사립대는 구조개혁을 정원 줄이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고, 교육부가 그렇게 유도한 측면도 있다”면서 “관망하고 있는 지방사립대가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에 선정은 안됐지만 특성화와 교육시스템 개선을 제대로 한 대학은 구조개혁 참여대학 인증이라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오락가락 정책 믿을 수 있나= 무엇보다도 대학 관계자들은 교육부의 정책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며 정책에 대한 불신을 감추지 않고 있다.

주보돈 경북대 교수회 의장은 “국립대 통·폐합을 한다면서 울산국립대를 신설하고, 교육부 행정 자체가 두서가 없다”면서“구조개혁 사업과 법인화는 정책 오류의 책임을 대학에 전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인화 논란과 관련, 그는 “사전 준비 없이 추진할 경우 혼돈에 빠질 수 있다”면서 “법인화가 국립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지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조개혁 실적을 다른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한다는 방침도 논란거리. 목적이 다른 사업들을 구조개혁이라는 한 틀에 묶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으로, 평가기준에 의해 대학을 획일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홍성표 충남대 기획처장은 “정부 지원은 모티브를 제시하는 것”이라며 “다른 사업과의 연계를 강화하면 오히려 획일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백종국 경상대 기획처장은 “BK21 사업은 BK21의 논리가, 누리는 누리의 논리가 있는데, 구조개혁과 연계한다는 방침을 지키기 힘들 거라는 의견을 제시했었다”면서 “그러나 교육부가 실적 반영을 밝힌 만큼 이제는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가 약속을 안 지키면 힘들게 구성원들을 설득해 정책을 따른 대학들만 바보가 된다”고 정책의 일관성을 주문하기도 했다.

장익환 인하대 기획처장은 “교육부가 장기 비전과 전략의 큰 그림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당장 눈에 보이는 정책은 피하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따라갈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더 치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구조개혁 평가 항목 강화= 이같은 논란 속에서 교육부는 10일 차관보를 위원장으로 한 ‘대학구조개혁 자원 관리위원회’를 가동했다. 대학혁신추진단, BK21 기획단, 대학지원국 등 재정지원 사업 소관 국·과장 18명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관리위원회와 실무위원회로 나눠 오는 2009년까지 운영된다.

관리위원회는 차관보와 대학혁신추진단장, BK21 기획단장, 대학지원국장 등 국장 6명으로, 실무위원회는 대학혁신추진단장을 위원장으로 담당 과장 12명으로 짜여졌다.

위원회는 BK21, 누리, 수도권 및 전문대학 특성화, 구조개혁, 산학협력 확산사업 등 대학 특성화 사업 선정때 구조개혁 항목 비율을 조정, 반영 비율을 높일 계획이다. 또 추진실적이 미흡한 대학은 예산을 감액하거나 지원 중단, 지급된 예산의 회수 방안 등도 논의하기로 했다.

사업별 재정지원이 효과를 거두려면 대학의 구조개혁과 특성화가 병행돼야 하며, 구조개혁을 안하면서 특성화 분야에 집중하는 사업신청서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교육부의 관측이다.

한편 교육부는 내년도 구조개혁 재정지원 사업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통·폐합과 선도대학 두 분야를 신청받을 계획이다. 신규지원금은 3백억원이나 4년간 지원되기 때문에 전체적인 지원 규모는 올해 선정된 대학과 비슷할 것으로 교육부는 내다봤다. 그러나 신규 예산이 줄어듦에 따라 통·폐합 지원 대학에 대한 심사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조양희 기자 (yanghee@unn.net) | 입력 : 05-10-10 오전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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